[소모임의 장] 면월경대 만들기
면월경대 만들기
윤서윤 : 여성노동센터 회원, 일상속의차별모니터위원회 여신
여신모임이 회원들의 일상의 피로와 권태로 서서히 균열을 드러내고 있을 무렵, 우리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내용은 진지하게, 방법은 재미있게, 실천은 책임감 있게' 라는 주제 아래 계획을 새로 세웠다. 이 계획 중 하나가 '면월경대 만들기'였다. 일회용생리대의 위험성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습진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탑폰에 다이옥신이 들어있는데 기형아 출생률을 높이고 불임이 될 가능성도 높아져요. 아주 적은 양의 다이옥신으로도 암(특히 유방암)을 일으킨데요", "환경파괴도 심하지요."
면월경대를 만드는 시간은 재미있고 활기 찬 분위기였고, 서로에 대해 새로운 면들을 알아 가는 시간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으로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그러나, 일회용생리대의 편리함과 상업광고에 찌든 우리에게 '불편하지 않을까?' '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은 떠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일회용생리대를 쓰면서 항상 '왜 생리대는 비닐느낌이 나고, 피부에 나쁠까? 옷감을 사용하면 느낌도 좋고 피부에도 좋을 텐데'라고 생각은 했지만, 천으로 생리대를 만들 생각은 못했다. 그것은 무의식중에 천 생리대는 할머니들이나 쓰는 불편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반면, 일회용생리대는 어리고 예쁜 여학생들의 깨끗하고 상쾌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생리대 광고 탓이기도 한데, 이 광고들은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깨끗함을 요구하며, 더 나아가 결벽증에 가까운 여성이 되라고 몰아치고 있다. 이제는 생리중이 아닐 때에도 생리대(팬티라이너)를 하라고 강요한다. 마치 여성 몸에서 나오는 모든 자연스런 분비물들은 더러우니 인위적인 제품들로 더러움을 없애야 아름답고 깨끗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러한 청결제품 광고는 여성의 일상을 복잡하게 만든다.
시간 부족으로 면월경대를 하나만 완성하여, 일회용생리대와 번갈아 사용해 보았다. 장점은 1. 느낌이 너무 좋았다, 2. 생각보다 흡수력이 좋아 '새지 않을까' 라는 걱정은 사라졌다, 3. 예쁜 색의 천으로 만들어 월경대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어졌다, 4. 생리통이 없어진다, 5. 냄새가 안 난다 등이었다. 그리고 단점은 1. 역시 세탁이 문제다, 2. 외출시 사용한 월경대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 힘들다 등이었다. 사실 월경대의 세탁은 속옷의 세탁과 다를 것이 없는데, 월경대 세탁에 지독히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세탁자체의 불편함보다는 월경혈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면월경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확실히 불편한 점이 있다. 우선 집에서만 면월경대를 사용하고, 좀 더 익숙해지면 외출시에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내가 만든 월경대를 주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선물로도 주면서 월경에 대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남자들에게 숨겨왔던 여성의 몸의 경험을 좀 더 대담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환경보호 및 민우회의 존재를 널리 알리게 되었다. 면월경대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 이것은 말과 실천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환경보호와 건강이냐, 편리함이냐'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거창하게 말하면 그 사람의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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