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성차별적인 채용관행을 폐지하고, 여성경찰관을 확충하라!
지난 6월 9일, 경찰청이 경찰공무원 공개채용시험에서 남성과 여성의 수를 제한하여 구분모집 하는 관행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회는 이러한 경찰청의 입장이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해소할 수 있는 최소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
경찰청은 남성경찰관을 우선 채용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업무는 강한 물리력을 요구하여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직무요건이며,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면 범죄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이 주장하는 ‘강한 물리력이 요구되는 직무’의 경우 적합한 자격기준에 의해 해당직무수행에 필요한 적합한 인력을 채용해야 하며,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적합한 자격기준을 갖추는 것은 안전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도 마땅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체력측정 없이 성별을 기준으로 남성은 ‘강인한 체력’으로, 여성은 그렇지 못한 체력으로 이분화하여, 일방적으로 여성의 채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로서 마땅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공개 채용하는 경찰공무원의 모든 직무가 범죄자 제압능력 등 신체적․체력적 우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직무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경찰공무원 업무에 성별을 기준으로 여성의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또한, 여성의 채용인원이 늘어나면 범죄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편견에 기초한 성차별적인 우려에 지나지 않으며 여성의 채용제한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경찰청은 여성의 경우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동료 남성경찰관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을 우려가 있다고 하여 여성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찰청의 태도는 여성노동자에게 보장된 임신․출산의 권리가 법적 권리로 자리잡기 까지 가장 큰 장벽이 된 ‘여성의 임신․출산은 업무와 병행이 어렵다’는 편견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그간 일반 직장에서도 여성노동자 고용을 기피하고 해고하는 가장 큰 핑계로 작용하여 점차 이러한 고용관행은 성차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고 있다. 즉, 임신출산과 관련된 권리가 법적 권리로 자리잡은 것은 이러한 권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 최소한의 사회적 이해와 합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여전히 ‘임신출산하는 여성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남성동료들에게 악영향 끼친다’는 편견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채용제한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에 대한 경찰청의 인식이 얼마나 부재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경찰청은 장기적으로 여성․청소년계를 전 경찰서로 확대하여 여성비율을 늘려 여성대상 범죄 전담인력을 확충할 것이라 계획하고 있으나, 이는 범죄대상에 따른 전문성 확보측면에 불과하며 이것이 경찰내 심각한 남녀 성불균형에 대한 대안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여성 경찰을 경찰내 일부 직군으로 축소하거나 집중하는 방식은 또다른 성별화를 야기시킬 수 있는 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찰청은 공공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여성채용 제한을 폐지하라!
공공기관은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경찰청뿐만 아니라 소방서 등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여성의 채용인원을 차등적으로 규정하여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경찰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판단에 대해 불수용 결정을 내린 것은 공공기관에 만연되어 있는 성차별적인 채용관행에 쐐기를 박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청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여성노동자의 기본권을 어떻게 박탈하고 있는지를 똑바로 직시하여, 이제라도 여성채용 제한을 폐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모집 채용시 관련 업무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자격기준을 수립하여 경찰내 여성이 제한없이 지원하고 채용될 수 있도록 단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남성 중심적인 경찰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뿐 아니라 경찰 내부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경찰청으로서의 당연한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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