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_21대 국회의원,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찬성하십니까?
[2020 상반기-함께가는 여성] 민우ing
21대 국회의원,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찬성하십니까?
‘동의’의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성적경험이 있나요?
남자친구가 사귄지 100일이 지났는데도 진도를 나가는데 협조적이지 않아 수시로 삐졌었다. 어느 순간엔 강제로 하려고 했다.
상대방이 성관계를 하자고 했는데 하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으나, 재차 요구해서 계속 거절하면 분위기가 어색해 지거나 갈등이 깊어질 걸 우려해서 결국엔 응했다.
〈함께 쓰는 성폭력사전〉 참가자들이 적어 준 내용 중 일부 인용.
성폭력은 무엇일까? 정확하게 답할 순 없어도 어렴풋이 ‘내가 원하지 않은, 동의하지 않고 하는 성관계’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이 어렴풋한 개념은 바로 현실이다. 대부분 성폭력 피해는 동의를 받지 않고,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도 일어난다.
현행 강간죄에서 성적침해의 구성요건은 폭행·협박이다. 현재 수사·재판 기관에서는 이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의 여부(최협의설)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습니까?’, ‘그 상황에서 저항을 하였습니까?’등의 질문을 받고 ‘폭행 협박은 없었지만’이라고 답하는 순간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은 너무나 흔해서 많은 피해자가 피해 이후 본인의 피해 사실을 스스로 의심하기도,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진 않을지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를 악용하여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피의자도 있다.
폭행·협박 없이 발생하는 강간 71.4%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2019년 1월~3월까지 접수된 강간(유사강간포함) 상담사례 통계 분석 결과, 총 1,030명 중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사례는 71.4%(735명),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된 성폭력 사례는 28.6%(295명)으로 나타났다. 이 71.4%를 차지하는 성폭력은 1)피해자와 가해자와의 힘 또는 권력 차이가 현저한 경우 2)저항을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 3)상습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저항이 불가한 경우 4)피해자가 잠이 들었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한 상태를 이용* 5)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기습적으로 발생한 성폭력 등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이 일어난다.
*‘준강간(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만 준강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또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경우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최협의설에 입각한 경우에만 죄를 인정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현행법은 아직도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위 성폭력 피해사례의 대부분(71.4%)은 처벌하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1991년, 여성인권운동단체들의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을 시작으로 작년 2019년 한 해 동안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에서 현행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라 강력하게 촉구하였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성폭력 법 개정 논의를 방치 하였고, 임기가 종료되면서 법안은 자동으로 파기되었다.
국제법과 해외 입법례는 이미 ‘동의’ 여부로 판단
국제법과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이미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하고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2018년 제8차 한국정부의 성평등 정책 전반에 대해 심의 한 후, 형법 제297조를 개정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여야 한다고 권고 하였다.
독일은 2016년부터 성적 침해 규정을 신설하여 ‘타인의 인식가능한 의사(묵시적 의사표시 포함)에 반하는 성적 행동* ’을 범죄화 하였다. 아일랜드는 이미 1981년부터 강간을 가해자가 악의를 가지고 있거나 미필적 고의를 가진 상태에서 ‘피해자의 동의가 부재’ 한 경우로 규정하였고, 2017년 정의조항을 신설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성관계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동의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해자의 협박이 있거나, 피해자가 반대의사를 형성하거나 표현할 수 있지 않는 상황, 신체적 또는 심리적으로 의사의 형성과 표현이 중대하게 제한된 상황, 놀란 상황, 저항할 경우 중대한 해악의 협박이 이루어지질 상황을
가해자가 이용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성행위를 거부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였음.
호주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을 판단하는데 태즈메이니아 주는 가장 엄격하게 ‘적극적인 동의’ 여부로 강간을 판단한다. 특히 스웨덴은 가해자가 심각한 부주의로 피해자의 동의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여, 국제 기준 보다 더 엄격하게 강간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강간죄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 국회의원 후보에게 시민들이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찬성하는지 여부를 질문하는 #call21st 캠페인* 이 진행됐다. 시민들이 총 164,561번을 질문했고, 여기에 203명의 후보자가 응답하였다(동의 201명(99.0%), 비동의 2명(1.0%) 20/04/14 17:00 기준).
* 각 정당 지역구·비례 후보에게 “강간죄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데 찬성하냐”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시민들이 답변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웹사이트를 개설한 캠페인.
해당 웹사이트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와 젠더폭력 피해자의 사법적 대응을 돕는 비정기 페미니즘 프로젝트 그룹 〈셰도우핀즈 〉(shadowpins.dothome.co.kr)
그리고 시빅해킹(civic hacking,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 문제를 오픈소스 시민들의 참여로 풀어가는 것) 네트워크 〈널채움〉과 함께 제작하였다.
강간죄 개정에 동의한 201명 중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총 45명이었다. 올해 당선자 45명은 강간죄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질문에 답하지 않은 국회의원은 강간죄 개정의 필요성을 지금이라도 인식하며 21대 국회의 핵심과제로 선정하기를 바란다. 강간죄 개정은 시대적 과제이다. 강간죄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해야 현실의 성폭력 피해와 법 사이 괴리가 해소될 수 있다. 그래야 피해자가 국가와 사법기관을 신뢰하며 안전하게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피해자에게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증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
#call21st 캠페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 해당 웹사이트는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 될 때까지 유지된다.
당명 및 해당 후보자는 ‘21대 국회에 요구한다’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웹사이트로 연결됩니다.)
밍기뉴(박지영)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성폭력 친고죄 폐지 시행일이 생일인 사람, 올해의 생일이 가기 전에 강간죄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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