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보고서>MBC'우리결혼했어요' 모니터보고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우리 결혼 했어요’ 모니터
- 리얼리티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과
1. 들어가며
MBC의 ‘우리 결혼 했어요’는 지난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으로 이루어진 4쌍의 가상 커플이 등장하여 각각의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구성의 가상 리얼리티 쇼라고 할 수 있다. 가상 리얼리티 쇼의 형식을 띄는 쇼오락 프로그램으로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려내는 결혼은 실제 결혼생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경제적 문제, 각자의 집안문제 등등-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으며 또 일상의 부딪힘 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요리를 하는 일상이 보여도, 가정의 달을 맞아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난다 해도,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갈등은 단편적이다. 따라서 가상과 실제를 자유롭게 줄타기하는 그들의 결혼생활은 상당히 판타지적이며 결혼에서 파생되는 일상의 문제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감춰지거나 왜곡된 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이 4쌍의 커플들이 연기하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다음은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4주간의 모니터링 내용이다.
2. 모니터링 결과
로맨틱 커플로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알렉스-신애 커플과 권위적인 남성상의 정형돈-사오리 커플, 알콩 달콩한 신혼의 모습을 보여주는 크라운제이-서인영과 앤디-솔비 커플로 시작했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5월4일 알렉스-신애, 정형돈-사오리 커플이 하차하고 두 커플대신 5월 11일부터 황보-김현중, 이휘재-조여정 커플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일반인의 모습에 가까운 역할(비록 상당부분 설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지만)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는 가수나 연기자에 대해 시청자들의 가지고 있던 괴리감을 없애면서 그들의 정체성을 단번에 무너뜨려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리얼리티의 파급 효과는 더 크게 만들었다.
1) 이벤트 하는 남성들 vs 수동적인 여성들.....
‘우리 결혼 했어요’에 등장하는 결혼의 일상에서는 남성들의 이벤트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벤트성은 남편이 부인을 감동시키는 즉 ‘남성이 여성을 감동시켜야 제 맛인’ 연출을 보이며 가장 만족스러운 이벤트 남편 ‘알렉스’, 그리고 가장 불충분한 이벤트 남편 ‘정형돈’을 대비시킨다. 설사 한 번의 이벤트에 실패했다면 새로운 이벤트로 만회해야한다.(크라운제이 5/11편) 이렇듯 이벤트로 규정되는 남편들의 역할은 시청자의 호불호를 가리며 더 나아가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남편의 손에 쥐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여성이 자신의 의견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말해도(솔비, 서인영, 서오리, 황보) 이벤트 하는 남편을 가정의 중심에 서게 하고 상대 파트너인 여성들은 즐거워하거나 불만족스럽거나 감격하거나 등의 반응만 보이면 된다. 그 결과 그녀들은 커플 안에서 수동적이고 대상화된 존재가 되고 만다. 이렇듯 주도적인 남편을 통해 여성은 수동적, 남성은 능동적으로 역할을 한정하고 있다.
2) 가장으로서의 남성, 성역할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이 프로그램은 커플들 간의 갈등해결에서도 여성은 소극적, 남성은 적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게으른 남편 정형돈에 대해 사오리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지만 더 이상의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는다. 크라운제이-서인영커플도 갈등이 생겼을 때 여성은 투정부리는 것에 그치지만 남성은 그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한다. 이렇듯 커플들 간의 갈등해결에서 쌍방의 노력보다는 남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결국 커플의 상황을 결정하는 것도 남성에 의해서가 된다. 이는 남성 출연자들이 가정에서의 가장 역할을 재연한 것으로 성역할 고정관념 실현의 다름 아니다. 이는 새로 등장한 연상연하 커플에서, 김현중이 준비한 신혼 첫날에 ‘믿음직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여성이 연상인 커플이지만 이미 새롭지 않는 조합이며 남성이 결혼생활을 이끌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플 유형의 변화는 있다 해도 새롭지 못하고 새로운 전기도 되지 않는다.
3) 내조형 아내로 틀짓기
성역할에 대한 이 프로그램의 고정된 시선은 가상 남편 앤디의 콘서트에 도시락을 준비해서 찾아가는 솔비의 모습을 통해 더 분명해진다. 왜냐하면 타 프로그램에서 활달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에게 유독 이 프로그램은 ‘조용히 내조하는 여성파트너’ 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커플로 투입된 이휘재-조여정 커플에서도 드러난다. 9살 연상인 이휘재는 ‘활동적인 남성상’으로, 조여정의 ‘조용한 현모양처 모습’의 부각되면서 진부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요리를 잘하는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해도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결혼관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3. 나가며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 연애과정에서의 남성의 능동성, 일방성을 남성다움으로 치장하고 여성을 위해 이벤트 하는 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그리며 여성의 수동성을 당연하게 여기는 남녀관계의 구도가 ‘우리 결혼 했어요’에서 역시 반복되고 있다. 일반인을 연기하는 연예인들의 가상 리얼리티 결혼 쇼라는 형식의 새로움과 오락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에 가려진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의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을 고려했을 때 분명히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다. 결혼한 4쌍의 가상 커플의 역할과 성격이 일정정도 설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개선의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주말 가족시청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는 인기 많은 쇼 오락 프로그램으로서 ‘결혼’과 ‘가족 내 남녀의 성역할’의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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