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8월호 [생생한 시각] 왜, 지금, 누구를 위한 피임약 재분류인가?
▣생생한시각
이토록
피임이
어려워지는
순간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지난 6월 7일에 '의약품 재분류(안) 및 향후계획 발표'를 하였다. 그중 '피임약 재분류(안)'이 이슈가 되었다.
'피임약 재분류(안)'은 7월에 확정하여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이 된다.
식양청에 계획대로라면, 사후(응급)피임약을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반대로, 경구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의사 처방전을 받아 구입할 수 있다.
갑작스런 변화에 여성들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각계각층의 의견이 기사로 쏟아졌다.
그래서 이번 호 '생생한 시각'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궁금해 할 '경구피임약의 부작용'과 당사자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글을 실어보았다.
짧은 내용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논쟁 속에서 방향키가 될수 있길 바란다.
경구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무영 · 살림의료생협 <살림의원> 주치의
최근 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경구피임약을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전문의약품이 된다는 건, 현재는 약국에서 사먹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전문의약품 전환에 반대한다. 또한 식약청에서 전문의약품 전환의 근거로 들고 있는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경구피임약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거나, 완벽하게 안전한 약품이라는 얘기가 당연히 아니다. 30~35mcg 정도의 에스트로겐을 포함하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의 혈전증1년 발생 위험도는 3/10,000명 정도인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성의 발생 위험도는 1/10,000명이니, 혈전증의 위험을 분명히 높인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젊은 여성에게서 허혈성 대장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나, 경구피임약으로 인한 약년자 뇌졸중의 사례들이 알려진 바 있다.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하여
그러나 식약청에서 발표한 바대로 "장기간 복용해야 하므로 전문의약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 혈전증의 위험도는 복용 4개월째 정도에 가장 증가하여 1년 정도 유지되며 그 이상 오랜 기간 복용한다고 해서 위험도가 증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근거로 들고 있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도도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심근경색의 위험도를 나이·만성질환여부·흡연여부·비만도·종족 등으로 보정하면 경구피임약으로 인해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사용되고 있는 에스트로겐 저용량 제제를 복용하는 여성들에서는 기타 다른 심근경색의 위험인자가 없는 한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5세 미만의 건강한, 비흡연자 여성에서는 50mcg 이하의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복합호르몬 경구피임약의 복용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도를 증가시키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경구피임약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1960년대에는 여성호르몬의 함량이 많아 여러 가지 부작용과 합병증이 발생하였으나, 최근 부작용과 합병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경구피임약이 위험했던 1970~80년대에는 안전하니까 안심하고 복용하라고 선전하더니, 외려 경구피임약이 점점 더 안전해지는 요즘 피임약은 위험하니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 셈이니, 단순히 의약품의 안전성만을 근거로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을 구분한다는 발표는 믿기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문턱은 낮추고, 정보는 올바르게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특히나 경구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은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피임약이 일반의약품일 때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전체적인 비용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연령이 어릴수록 효과적이고 건강한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불충분하다는 연구결과에 기대어 볼 때, 여성들의 건강한 피임실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일반의약품인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아래와 같은 교육을 강화하고, 경구피임약 복용과 관련하여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구피임약을 안전하게 먹는 방법>
▣ 건강한 젊은 여성에게 경구피임약은 안전합니다. (만35세 미만)
▣ 담배를 피지 마십시오.
▣ 적정 체중을 유지하십시오.
▣ 혈압을 잘 조절하십시오.
▣ 특별한 질환(고혈압, 고지혈증, 혈전증, 혈관질환, 심장질환, 편두통 등)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 전에 의사와 꼭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중 이상이 생기면 의사에게 진료받으시기 바랍니다.
꼭 전문의약품이냐 일반의약품이냐에 따라 의사와의 상담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도 경구피임약에 대해 의사와의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상담할 수 있으며,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미리 그 약을 처방하기 전에 충분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경구피임약 그 자체가 아니다. 40년 넘게 여성들이 복용해왔던 약물에 대해 그것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할만큼 위험한 약이라고 이제와 설명을 하는데도, 누구 하나 여성의 건강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여성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 여성들이 전혀 참여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산아제한이냐 출산장려냐에 따라 일관성 없이 흔들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짜로 여성들의 건강을 고민한, 적절한 가격의, 충분한 진료와 상담이 보장되는 효과적인 피임법인 것이다.
물론, 여성들 스스로의 결정이 반영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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