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8월호 [人터뷰] 이야기의 시작은 우연히
▣人터뷰
<이야기 해주세요>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 18명이 곡을 모아 만든
앨범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들을 위한 음반입니다.
여러 뮤지션들이 새롭게 곡을 쓰기도 하고, 자신의 곡을 주기도 했습니다.
올해 4월엔 앨범 제작비 마련을 위한 콘서트도 했습니다.
콘서트 후엔,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곡을 모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송은지씨를
만났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어디서 시작된 이야기일지
그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먼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를 좋아하는 회원들을 위해서 요즘 근황 알려주세요
작년 4월에 4집 앨범 <Ciaosmos>가 나왔어요. 음반 활동을 하다가 잠시 쉬었어요. 그리고 올해 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해서 꽤 꾸준히 공연 하고 있고요. 5집 음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제가 너무 바쁘다 보니까, 어떻게 낼까? 궁리중이에요. 민홍이(리더, 보컬, 기타) 오빠는 솔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요. <이야기 해주세요> 음반에 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이야기해 해주세요> 음반을 만드시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5~6년 전부터 할머니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모임을 만들고 여성주의 세미나도 찾아다녀보고, 각자 경험들 얘기도 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여성주의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던 모임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모임이 흐지부지 되고… 작년에 그때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서 음반 작업이 시작됐죠.
할머니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으셨다고 하셨는데, 그 작업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음반 기획으로 연결된 지점이 궁금하네요.
외할머니가 저를 키워주셨는데 오랫동안 아프셨어요. 돌아가시기 전 몇 년 동안을 지켜보게 됐어요. 어렸을 땐, 각별했지만 커서는 멀어지기도 해서 아프실 때 얘기를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만큼 얘기는 못했어요. 그런데 외할머니도 그렇고 친할머니도 그렇고 결혼을 하실 적에 처녀봉출 안되려고 결혼했다는 얘기를 하나같이 하시는 거예요. 그 당시에 공공연한 비밀 같은 것이었나 봐요. 누구다 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일이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우리 할머니는 결혼하셔서 평생 평범하게 사신 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처녀봉출 안되려고 결혼을 일찍 했다는 얘기를 자꾸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럼 우리 할머니가 위안부로 가셨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이 들고, 그랬으면 내가 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게 그렇게 먼 얘기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의문을 가진 거 같아요. 위안부 얘기를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걸까? 거리감이 있고 뭔가 되게 조심스럽기만 하고.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게 꼭 그럴 필요 있나? 그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방향의 작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주변에선 단순히 ‘위안부 할머니’들을 음반 작업에 주제로 삼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거 같아요. 연예인들에 사회 참여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까요.
그런 시선도 있을 거예요. 사실 시작은 저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은 난데없이 과제를 떠안게 된 거에요. 제가 찾아가서 ‘해 주세요.’ 하고 툭 던진 과제를 떠안게 된 거죠. 거의 모든 분들이 오랜 시간이 걸려서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흔쾌히 ‘좋아요, 관심 있었어요.’ 하신 분들은 몇 분 없고요. 심지어 “이미 배상 끝난 거 아니야?” 하신 분도 계셨어요. 하나하나 얘기를 하면서 알아가기도 하고 나눔의 집에 가서 할머니도 뵙기도 하는 과정들을 죽 밟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는 거 같아요. 노래를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뭐랄까? 어마어마한 그런 작업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해낸 작업이기 때문에. 실제로 제안을 받았을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 많이 느끼고. 쉽게 가지 않으려고 경계를 많이 하신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정도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분들한테 하자고 했고요. 아, 들려드리고 싶다 (웃음)
앨범 제목이 왜 <이야기 해주세요> 인가요?
차학경의 소설 <딕테>에서 나온 이름이에요. 단편영화 <리코더시험>을 감독한 김보람씨가 작업을 도와줬었는데요. 그 친구랑 같이 제목을 뭘 할까? 얘기 했었어요. 근데 <딕테>를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소설엔 ‘이야기 해주십시오.’라고 나오는데요. 그게 열려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그녀들에 대해서 널리 “이야기를 해 주세요.” 라는 제목일 수도 있고 당신에 이야기를 ‘나한테 해 주세요.’가 될 수도 있고. 쌍방으로 열려 있는 제목이라는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주십시오.’가 너무 딱딱해서 ‘이야기 해 주세요.’로 정했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 쉽지 않았을 거예요. 중간에서 여러 분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셨을 텐데, 어떠셨어요?
곡은 각자 다 알아서 만들어주는 거라서. 음반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되도록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되게 많이 배운 거 같아요. 서로 서로 다 열려있는 태도를 가지려 했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있고 잘한 것도 있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사실.(웃음) 일이 많았어요. 진짜. 아, 음반에 들어갈 곡 순서를 정하는 청음회를 했었어요. 다 모여가지고 취합된 곡들을 들어보면서 한 곡 들어보고 박수 치고 건배~ 하면서(웃음) 그러다보니 밤을 새더라고요. 그날 아주 재밌었죠.
7월 즈음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고 알고 있어요.
올해 나오긴 힘들 거 같아요. 원래 계획과 다르게 자꾸 마감이 미뤄지더라고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앨범이 나오고. 두 번째 앨범 작업을 하고 있을 일정이거든요. 콘서트 기사가 나오고 나서 이효리씨한테 연락이 왔어요. 본인도 참여하고 싶다고요. 이미 곡들이 많아서 두 번째 앨범을 같이 하자고 했어요. 벌써 이효리씨, 소이씨가 곡을 주겠다고 했어요. 두 번째 음반은 조금 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친구들이 참여할 거 같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니까 조금 더 인터내셔널 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베트남계 미국인 가수가 곡을 준다고도 하고요. 조금 더 운동에 가까운 음반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저 혼자는 못 할 거 같고, 누군가 운동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 같아요.
앨범이 나오고 나서 수익금을 어떻게 할머니들을 위해서 쓸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에요. 기금을 마련하자는 분들도 있고. 여러 의견들을 주시는데 아직은 정해진 건 없어요.
일이 점점 커지네요 ^^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세요. 심지어 엊그제는 홍순관 선생님을 만났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모금 공연을 국내‧국외에서 1000회를 넘게 하신 분이에요. 그런 분을 만나게 된 거에요. 그 분이 겪으신 일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운 거예요. 그분이 겪으신 일과 목격한 역사를 듣게 되니까. 나는 정말 겨우 요만큼 했구나 싶더라고요.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다른 계획은 없으세요?
9월에 용산구청에서 공연이랑 사진전을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다큐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작품을 만드신 안해룡 감독님이 계세요. 이 음반 만드는데 되게 많이 도와주셨는데, 그분이 아시아 전역에 있는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모아서 100점 정도 전시를 하기로 하셨어요. 저희는 거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구요. 이게 왜 특별하나면요. 위안부 문제가 외교 문제라서, 지금까지는 관에서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대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니까요. 근데 용산구청 노조가 제안해서 처음으로 공무원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거래요.
마치 앨범이 스스로 몸집이 커지는 것만 같네요. 새로운 일들이 계속 생기구요. 느끼시는 점도 남다를 거 같아요.
정말 많아요. 피부가 뒤집어진다는 말을 쓰잖아요. 인생이 뒤집어진 거 같아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아서요. 힘든 일도 있지만 뭐랄까? 나 자신에 관한 일이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되게 정화되는 거 같은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해나가면서, 사람이다 보니까 나를 주장하게 되기도 하는 일도 있지만. 일이 이렇게 잘 굴러나가는 걸 보면 오히려 마음이 정화 되더라고요. 피부가 뒤집어지고 나면 피부가 좋아진다잖아요. (웃음)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음반 나오면 많이 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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