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8월호 [9개의 시선]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입니까?
▣9개의시선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입니까?
정윤정·진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입니까? 그런가요? 그럼 언제부터 다문화 사회였나요? 다문화 하면 누가 떠오릅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우리의 문제의식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고민은 점점 확장되었다. 다문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다. 이런 사회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여성운동의 과제가 (나를 비롯하여) 여성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차별을 발견해 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차별을 발견하고 해소해 나아가면서 더 행복해지는 길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과 상황은 참 중요하다. 지역별 특성 만큼이나 차별의 모습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만들기
진주는 34만 인구의 도농복합도시다.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이 농촌지역이다. 진주시의 결혼이주여성의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출산율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진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해서 3,438명이다.
그런데 진주시의 지자체와 정부의 이주민 인권 정책은 어떠한가?
존중 속에서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공존하자는 생각이 부족해보인다. 오로지 한국화 시키려는 노력만 보인다. 한국의 전통복을 입고 전통예절·전통놀이·전통음식을 배운다. 단순히 체험이라기보다 강요처럼 보인다. 이주민을 주체로 내세우는 다문화 축제를 하면서도 다를 바 없는 태도이다. 비록 각 나라 전통복을 입고 나와 "안녕하세요?"를 본인 출생국에서는 어떻게 말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소개하기는 한다. 하지만 철저히 획일적이으로 소개하고, 철저히 한국위주로 만들어 나간다. 현지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데, 왜 굳이 전통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한국(인)이다.'라는 주장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독도를 우리땅 이라고 말하고, 월드컵 경기를 볼땐, 대~한민국을 외치고, 김치를 좋아하고, 세종대왕을 존경한단다.
정부 정책은 대한민국 국민의 다양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문화 사회를 대하는 자세마저도 한국화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급기야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한국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한다. 아이들이 자라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될 것이고, 한국을 빛낼 과학자가 될 것이니 말이다.
다문화 가정을 남다르게 만드는 시선들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은 우리의 의식을 좌우한다. "다문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 다문화 센터, 이주노동자 라는 대답들을 한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가정' 사업을 시작으로 '다문화' 옆에는 항상 '가정'이 따라 붙게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쟤 다문화에요."라고 말한다. '다문화'가 또 다른 차별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서 학부모와 선생님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학교 몇 학년 누구누구 엄마가 외국에서 왔다. 그 집 아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스럽다."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말이겠지만 은근히 다문화 가정·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편견이 담겨있다.
차별 없는 나라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인 것은 확실한데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다. 우리는 그 답을 찾았다. 바로, 다문화 인권 교육을 하기 결심한 것이다. 사업비를 지원받지는 못했지만 활동을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를 통해 인권의 이해와 심화과정을 수료하기를 과제로 삼고, 한양대학교의 <글로벌 다문화 연구소> 오경석교수님을 모시고 다문화 사회에서의 인권에 대한 몇 가지 쟁점들을 짚어보며 다문화주의를 이해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9년부터 진행했던, 다문화 인권교육의 자료를 공부하며 교안을 만들어 시연도 했다. 다문화 인권 교육은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6회를 진행하였다.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다. 이제는 진주여성민우회의 표준교안을 만들어 학교로 나갈 일이 남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민우회 교육은 다르다. 그래서 민우회의 메시지가 담긴 표준교안이 중요한 것이다. 민우회의 한결같은 운동, 차이와 다양성의 인정·평등·차별 없는 나라로가 다문화 인권 교육의 핵심이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소수자 이며, 특별한 사람이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것이며, 다문화 사회란 차이와 다양성의 인정에서 출발 한다는 것을 확산하기로 했다. 결국 민우회가 확산하고자 하는 운동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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