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8월호 [나의삶나의이야기] 모두 함께 행복하기
▣나의삶나의이야기
모두 함께 행복하기
이정미(무지개빛)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어린시절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누가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화가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대답했다.
혼자서 조물락조물락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두 하는 버릇이 있었다.
또래 친구들과는 여럿이 모여 고무줄놀이나 운동장에서 하는 편 나누기 게임을 하던 기억보다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았다.
그래서 새삼 부모님께 감사한 건 내가 뭘 하든지 그냥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만 하던 어린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이 되자 진로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미대로 진학하게 됐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스럽게 진로가 결정되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때, 우연히 알게된 미술선생님에게서 영향도 받고, 고1때 담임선생님도 사모님이 미술학원을 하고 계셔서 이런저런 많이 조언해 주셨다. 선생님은 3학년 입시 원서 쓸 때도 담임은 아니셨지만 대학지원 하는데 학교 정보를 알려주시기도 하셨다.
대학에서 공예과를 전공하며 도예도 하고, 목공도 배웠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대학생활은 즐거웠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배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우연히 어쩌면 운명일지도
서른이 될 무렵 우연히, 어쩌면 운명인지 모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정은 평화로웠지만, 뭔가 내 속에는 자아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불만스러웠다.
‘나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간절히 원하는 것들에 대한 타는 목마름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인내심은 가슴 저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이 태교를 위해 문화센터에서 받았던 취미 수준에 수업들로는 욕구충족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국제도자기박람회> 포스터를 보게 됐다. 마침 전시기간이었고, 가족들과 나들이 차 관람을 갔다.
박람회에는 예전 학교 선후배들이며 유명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열심히 홍보 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들은 탄탄한 실력과 노하우를 뽐내며 자신감 가득한 모습들 이었다. 그에 반해 한편으론 유모차를 끌고 뛰어가는 아이를 주시하고, 다른 한편으론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감상해나갔다. 그 때, 깊숙이 숨어있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했다. 옛 사람들과 재회하니 새로운 충격과 동시에 커다란 자극이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 길로 다음 날부터 도자기 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시작하면서, 전시회도 하고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나름 재미를 느꼈지만 하면 할수록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되었다. 단순히 만드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이 경험을 하고 느끼는 피드백은 나에게 보람과 동시에 또 다른 감동으로 밀려왔다.
그리고 내가 만든 그릇들을 쓰면서 행복해 할 사람을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나 혼자 행복해서 무엇할까?
사회속의 나는 더불어 가는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기도 하고, 내가 주체가 되어 충실하게 집중하며 내 자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는 딸이자 어머니이고, 한남자의 부인이자 며느리, 또 사회의 일원으로 주어진 책임감이야 많다. 그렇지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불쑥 들기 시작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것이 곧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민우회 회원이 된 것에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어떤 문제의식에 부딪혀 구원의 심정으로 가입하게 되었는데,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성찰해 가면서,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만드는 과정이 생긴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민우회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받아가는 것 같고 발전해 가는 느낌이 든다.
치열한 경쟁에서 남보다 더 잘 나가고 싶고, 돈도 잘 벌고 싶기도 했었지만, 이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한 것이 더 소중하다.
최근 감명 깊게 본 <말하는 건축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인 정기용 건축가님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바람, 햇살, 나무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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