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민우ing] 데이트 관계 속 짜릿함과 난감함 사이에 놓인 당신, ‘명품 연애 센-타’에 놀러오세요!
데이트 관계 속 짜릿함과 난감함 사이에 놓인 당신,
‘명품 연애 센-타’에 놀러오세요!
최김하나(하나)·성폭력상담소
- 평소 섹스 상황에서 애인을 주로 리드하는 편인 ‘이리와’씨는 ‘내버려 둬’씨가 그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이리와’씨의 예전 연애 경험이 많다는 걸 탓하는 것에 화가 난다.
- ‘보지마’씨는 애인 ‘말해줘’씨가 바이브레이터 없이는 섹스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고, ‘말해줘’씨는 애인 ‘보지마’씨가 번번이 야동을 틀어놓고 섹스하려고 하는 것이 불편하다.
- 평범하고 무난한 연애를 바라는 ‘귀찮아’씨는 자꾸만 새로운 체위를 제안하며 짜릿한 쾌감을 원하는 ‘그건 뭐야?’씨가 부담스럽다.
- 매사에 꼼꼼한 ‘어디야?’씨는 피임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난몰라’씨 때문에 항상 혼자서만 임신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는 것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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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적 갈등 상황에 놓인 8인의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과 내용으로 관계에 임하지만 때때로 소통의 어긋남을 경험한다. 이 경험으로부터 누군가는 성가심과 짜증남 혹은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불안과 분노와 상처를 느끼기도 한다. 성적 관계에서 상호적이지 못한 소통은 이렇듯 누구도 원하지 않는 갈등 상황으로 이들을 내몬다.
이 갈등의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인터넷 지식 게시판에 묻기도 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위 8명의 인물들도 바로 그 답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명품 연애 센-타’를 찾은 단막극 속 등장인물들이다. 이들은 ‘명품 연애 센-타’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성적 의사소통 잘 하는 법, “궁금해요?”
사실 성적 행동에 대한 욕구는 사람마다 또는 상황에 따라 제각기 다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관계에서 서로 다른 욕구의 충돌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오히려 욕구가 일치하는 순간보다 불일치하는 순간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모색은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통해서 가능하다. ‘명품 연애 센-타’는 바로 그러한 점을 이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과 자신,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답을 찾아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은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간결한 원칙은 이렇다.
1. 나의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2. 나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3. 상대의 욕구와 감정을 존중하기. 문제는 누구나 수긍하는 이 원칙들을 현실 상황 속에서 잘 적용하는가의 여부이다. 세 가지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어긋나면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의 성립은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어긋남의 요인에는 늘 그렇듯 차별적인 성 인식과 성에 관한 잘못된 통념들이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대에게 물었다. 성적 의사소통, 무엇이 어려운가요?
그리하여 상담소는 사람들이 현재 성적 의사소통을 어떻게 경험하고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고,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속 장애물의 정체를 명확하게 살펴보기 위하여 ‘데이트 관계에서의 성적의사소통 경험과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성/남성에 대해 동시에 진행하되 생애주기에 따른 경험차를 최소화하고자 조사 대상의 연령을 20대로 한정하였다. 7~8월 두 달에 걸쳐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활발한 배포 및 수거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20대 여성과 남성 1천여 명의 답변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는 성적 의사소통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내용들 중에서도 스킨십, 섹스, 피임에 대한 제안과 협상, 동의와 거절의 과정에 주목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성적인 욕구를 상대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제안할 수 있는지, 나의 제안에 대한 상대의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상대의 제안에 대한 거절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어려움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그리고 섹스와 피임에 대한 걱정을 어떤 식으로 해소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끝으로 이제까지의 성교육 경험과 내용, 성에 관한 고민을 누구와 나누는지, 보다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위해 자신과 20대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는지를 질문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이 주된 목적임과 동시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그 자체로 일상 속 성 문화의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다행히 기획의도에 걸맞게 상당수의 설문 응답자들이 설문 내용을 흥미로워하기도 하고, 자신이 연애에 임하는 태도가 어땠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는 반응을 전해주기도 하여 뿌듯해지기도 했다.
한편 단순한 보기 문항으로 응답하는 설문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7인의 심층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다. 원활한 성적 의사소통을 위해 자신과 상대방이 기울였던 노력들, 소통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갈등의 지점들에 대해 날 것의 언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나름의 맥락으로 천차만별의 소통을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나는 소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늘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자신의 소통 방식을 성찰해보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역설적인 결론에 힘을 얻게 되었달까.
현재 설문조사 응답과 심층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며, 최종 결과는 10월 10일 수요일 3시, 서울 YWCA에서 열릴 발표 문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막극 ‘명품 연애 센-타’로 놀러오세요!
그리고 이를 통계적인 수치와 정돈된 문장으로만 전달하기보다, 현실적 상황 맥락 속 생생한 이야기의 형태로 공유하고자 준비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단막극 워크숍’이다. 8명의 워크숍 참여자들은 지난 8월부터 두 달여에 걸쳐 성적 의사소통에 관한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 거리를 각각의 인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위의 네 커플로 각각 분하여 열혈 연습을 진행 중이다.
말과 몸짓으로 표현되는 이들의 갈등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성적 의사소통의 열쇠를 하나씩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그리고 단막극 ‘명품 연애 센-타’가 들려주는 성적 의사소통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러, 모두들 놀러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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