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민우ing] 이토록 잘놀고 이만큼 함께인
이토록 잘놀고 이만큼 함께인
8월 25일~26일 1박 2일간 민우회 본부·지부 회원들과 경기도 여주로 회원캠프 다녀왔습니다. 이번 캠프의 컨셉은 "신들의 축제"로 회원들 내면에 있는 공부의 신, 예능의 신, 유흥의 신을 꺼내보는 시간이었어요.
공부부터 댄스, 춤, 노래 등 예능, 그리고 뒤풀이까지!
매 순간을 힘차게, 즐겁게 함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하실 회원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솔직히 이야기 해야겠다. 처음 회원 캠프에 참가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 아니 당황스러움이 컸다. 새내기 회원이라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민우회에서 소수라면 소수라고 할 남자회원으로서, 이 여신(신들의 축제니까!)분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사람들과 벽을 허무는데도 시간이 오래 필요한 성격이라 ‘멀뚱멀뚱 병풍마냥 몸만 갔다 오면 어쩌지? 이제 막 정들기 시작한 민우회에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소모임 회원들이 모두 참가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신청마감일 다음날에서야 참가신청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버스에 오르는 순간 까지도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잘한 거 맞나?, 잘한 거 맞지?’
캠프로 출발하는 버스에서, 내 옆자리로 배정된 회원님이 오지 않는 해프닝이 생기면서 ‘아이고 내 예감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빈자리는 여경(여성회원·건강팀)이 함께하면서 외롭지 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사실, 회원 캠프가 시작되면서 어색한 마음에 우물쭈물 하며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신기하게도 그 순간 마다 꼭 누군가는 옆자리에 함께 해주었다. 캠프장에 도착해서 주뼛주뼛하던 나를 데리고 다녀주었던 수풀. “운동의 신” 시간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순비’ 여러분들(풍선 묶은 줄을 풀지 못해 어쩔 줄 몰랐을 때, 도와준 회원님도 감사합니다!). “예능의 신”이 끝나고는 그들의 춤 이야기로 뒤풀이 내내 떠들썩 하게 해주었던 댄스 소모임 ‘슈퍼스타M'. "무용의 신" 시간에 함께 광란의 ‘스트레스 날리기 춤’을 추었던 먼지. 이외에도 함께 춤을 추었던 많은 회원들.
매 시간마다 걱정과 달리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회원 캠프 참여를 결정했을 때, 몇몇 남성 친구들로부터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받기도 했다. “기센 여자들 있는 데 가서 뭐 하냐.”, “페미니스트들 노는데 남자가 왜 가냐, 가면 좋냐.”는 식의 핀잔들. 그들에게 이제 “공부의 신” 시간에 들었던 강의 내용을 말해주고 싶다. 억압적이고 순종적으로 살았는줄만 알았던 조선시대, 유교사회의 여성들이 얼마나 진취적이고 주체적인지를 지적했던 내용이다. 그녀들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게 우리의 일이라면, 외부에서 이 신들의 축제를 기웃거리며 궁금해 하고 때로는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시간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꺼풀 벗겨낸 그녀들의 삶이, 우리의 편견과는 달랐듯. 그저 외부에서 바라본 회원캠프가 실제로 겪어보니 얼마나 다른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신들의 축제를 이렇게 기억하고, 또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어울리지 못할 릴 없던 것처럼. 회원 캠프에 왔던 사람들도 성별·나이·지역 상관없이 거리낌 없이 즐거웠다. 그러니, 밖에서 어색하게 눈치만 보는 사람들, ‘나도 함께 해도 괜찮으려나?’하고 걱정하는 사람들, 특히! 때로는 곁눈질하고, 사실은 무진장 부러우면서 피식 비웃고 있는 총각들! 두 번 생각하지 말고 빨리들 오셨으면 좋겠다!
- 신필규(스머프)·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어느 날, 서울 남서지부에서 성폭력 강사양성을 위한 강의를 한다는 전단지를 봤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상식이 통하는 안전망이 구축되는 사회를 바라며 민우회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이라, 민우회에도 많은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대표와 간사님, 몇몇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썰렁하게 시작하였지만 만남이 계속 될수록 민우회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민우회 캠프의 일정까지 합류를 하고 여자들만의 자유여행을 떠나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캠프장을 향하는 길 내내 더위는 수다로 잊고, 비가 오면 웃음으로 넘기며 달려갔습니다.
도착해서 많은 민우회 식구들을 만나니 든든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에 기운이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그 기운 그대로 “예능의 신” 시간엔 지부들의 센스를 볼수 있었습니다. 특히,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나>를 패러디한 <대표와 간사>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우리 지부도 일인다역을 해내느라 <대표와 간사>에서의 둘의 대화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이번 캠프에서도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는 당차게 옹골지게 자리를 메우시는 대표와 간사와 함께 “예능의 신”을 준비했습니다. 며칠을 브레인스토밍하며 고민한 우리의 작품!
각자 집에서 아이들이 배우다 그만둔 악기를 밤새 치약으로 윤이 나게 닦고, 연주하는 척 하는 포즈를 연습하고, 대표님은 한 술 더 떠 음악엔 맞춰 안무도 준비했습니다.
“예능의 신” 시가 내내 참 오랜만에 눈물나게 웃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마지막 날 “춤 테라피” 시간엔, 인도풍 리듬에 맞춰 손가락을 마주대고, 등을 맞대며 몸으로인사 나눴습니다. 서로의 어깨를 살포시 기대며, 다음을 약속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 잎싹·한국여성민우회남서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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