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모람풍경] 소모임을 시작한 그녀들에게 묻는다
7가지의 소모임 중에 악기를 다루는 모임을 선택한 그녀들.
소모임을 시작한 그녀들에게 묻는다
민우회 본부에는 7개의 각기 성격이 다른 소모임이 있어요. 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회원님들의 성격도 다양해서 그들을 모두 인터뷰 해보고 싶은 마음이지만, 2011년 하반기~2012년 상반기에 소모임을 선택한 회원 두 분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하였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민우회 소모임은 그녀들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정말정말 궁금했거든요!
Q. 각자 [여성주의 풍물패 ‘설로우고고’] [기타소모임‘코드명:치명적’]를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즐거운) 안녕하세요. 설로우고고 즐거운입니다^^ 학창시절에 풍물패에서 장구를 배워본 적이 있었어요. 졸업 후에도 계속 해보고 싶었지만 악기 특성상 개인적으로는 연습을 할 수가 없어서 늘 아쉬워하다가 민우회 소모임 중에 풍물모임이 있는 걸 알고 바로 결정했죠.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내 생각을 말하거나 노래하거나 하는 걸 무척 어려워하는데 악기를 다루는 소모임은 내 목소리를 직접 내지 않고도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귄) 애정하는 사람들과 라오스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메콩강에 떠 있는 돈뎃이라는 섬 방갈로에서 같이 간 일행들이 기타를 연주해 줬어요.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던 차에 민우회에 기타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ㅋㅋ) 삶의 중요한 순간을 내가 직접 연주하는 기타 소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열망과 민우회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소망을 결합한 결과가 명치예요.
Q. 매주 혹은 격주로 모임을 하는데요. 일과를 끝내고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부랴부랴 민우회 모임을 오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에 가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요.
즐거운) 물론 퇴근 후에 연습실까지 가려면 몸도 무겁고 피곤하죠.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재미있어서 좀 더 하고 싶고, 특히! 공연을 한번 하고나면 잘해야 더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연습에 대한 열의가 활활!! 타올라요. 일주일에 한번이면 소모임들 중에 자주 모이는 편인데도 뭔가를 배우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귄) 일이 끝나고 퇴근을 할 때면 대부분 맥이 빠져서 집에 돌아가요. 집에 가면 그냥 씻고 자기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도 모르고 잠이 들어요. 그런데 명치 모임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신바람이 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명치에 가서 풀자!’하는 마음으로 견뎌요. 지난 번에는 피곤한데다가 모임 시간에 좀 늦기도 했고, 기타를 메고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는 게 엄두가 안 나서 택시를 잡아타고 졸면서 모임에 갔어요. 몸이 지치고 힘이 쭉 빠지는 일상이 계속되어도 다시금 저 자신을 추스르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해 주는 에너지를 채워주는 곳이기 때문이죠. 여전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어려운 코드가 있어도, 손끝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 아파와도 계속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명치가 요즘 제 일상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Q. 민우회 소모임을 하면서 그 전의 일상과는 다른. 뭔가 소소한 일상의 변화가 있다면요?
즐거운) 때론 개인적인 일로 빠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연습에 참석하고 함께 공연도 하고 회의도 하고 민우회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하다보면 ‘아, 내가 그래도 뭔가를 하면서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이켜보면 무척 보람 있더라구요^^
귄) 예전에는 노래를 들으면 그냥 ‘멜로디나 가사가 좋다.’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기타 소리가 나는지 유심히 듣게 되고, 내가 칠 수 있을까 하고 코드나 악보를 찾아보게 됐어요. 물론 아직 코드를 다 익히지 못해서 중간 중간 멋대로 생략하기는 하지만, 얼추 비슷하게 쳐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답니다.
그리고 주변에 기타에 뜻은 두었으나 혼자서 하다가 그만두고 집에서 기타만 묵히고 있는 친구들을 발굴(?) 해내서 동네 기타 모임을 조직했어요. 아무래도 명치 모임 가는 당일이나 전날만 기타를 꺼내서 잡아보는 경향이 있어서, 좀 더 부지런히 꾸준하게 연습을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도 내용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연예인, 연애, 주변 사람 이야기 등을 많이 하던 사람들과도, 제가 기타 연습하고 있다고 말을 하면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신청곡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같이 치고 싶다고도 하고요. 생활도 대화도 풍요로워져서 매일매일이 행복한 귄입니다.
p.s) 멤버들에게.
즐거운) 모임에서 우리가 함께 나누는 대화들이 다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늘 고생하시는 그루 선생님, 숨 선생님, 그리고 우리 멤버들 고맙습니당~^^
귄) 지금처럼 서로 이끌고 따르며 함께 가요. 하이코드를 정복하는 그 날까지 명치 뽀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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