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10월호 [아홉개의 시선]도봉여성센터는 지역 여성들의 참여 공간으로 변화 중
도봉여성센터는 지역 여성들의 참여 공간으로 변화 중
권주희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처음 도봉여성센터 수탁 공고 안내를 들었을 땐 우리와 관련이 없는 소식인 듯 했다. 2006년에 도봉여성센터가 개관 될 때까지 여성센터의 필요성을구청에 적극적으로 제안도 했고, 직접 수탁 신청을 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직 역량, 그동안의 도봉여성센터가 운영했던 방식, 민관 연계에 대한 상황 등이 그때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동북에서 운영주체로 신청하자는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몇 번의 임시 운영위를 열었고, 여러 회원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며 찬반에 대한 여러 이야기 끝에 지역에서 민우회 활동을 확대하는 시도로 해보기로 했다. 회원들이 함께 자료를 찾고 회의를 해 3년간의 계획서가 담긴 신청서를 준비해 서류 심사와 사업계획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까지 갖고 드디어 민우회가 운영주체로 선정되었다.
변화의 시작은 교육부터
3월이 되어 막상 여성센터를 운영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오랫동안 회원으로 활동했던 남충진 선생님이 관장이 되었지만 개관이래 6년간 한국여학사협회가 운영했기 때문에 민우회와 어떻게 연결성을 가질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본부의 도움을 받아 인수인계 작업부터 꼼꼼하게 시작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 했다. 여성센터 교육 프로그램 기획팀을 만들어 다른 단체, 기관 심지어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까지 조사했고, 강사를 알아봤다.
처음 센터가 생겼을 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슷한 강좌를 하는 주민자치센터나 기관들이 많아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수강인원이 계속해서 미달되는 강좌는 없애고 특히 인문사회교육을 보강해 다른 곳과 차별성을 두었다. 최선경 선생님의 여성역사 강좌, 정희진 선생님의 여성학 강좌 뿐 아니라 클래식, 서양미술사, 애니어그램, 타로, 사주,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로 주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학교폭력예방지도사 과정, 노동법 강좌로 지역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담기도 했다. 또 5월부터는 서울시 여성건강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을 도봉보건소, 사회건강연구소, 서울동북민우회와 함께 여성건강 사업을 하며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첫 걸음은 참여로
민우회가 계획한 도봉여성센터 주요 키워드는 ‘참여·소통·성장’이며 올해 1년은 ‘참여’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계획했다. 센터를 지역에 개방해 주민들의 참여를 활발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1층 창업지원실을 “휴(休)카페”로 명칭을 바꾸고 주민들이 모임을 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처음엔 주민들이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며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학생들부터 어르신까지 오고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을 활용해 여성건강사업으로 “여성건강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카페에서는 토요일엔 인근 중학교의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면 월경대와 월경주기팔찌 만들기 강좌를 했다. 그리고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한 마음건강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의 감정과 자아를 만나는 프로그램’과 108배, 몸살림 체조 등의 몸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10월 13일엔 “여성건강축제”를 진행해 지역에 도봉여성센터를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이밖에 교육생들의 참여로 프리마켓을 진행하고, 운영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에선 민우회 운영위원과 기관의 대표, 사무국장을, 다른 지역의 관련 기관 사람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센터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고 있고, 홈페이지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엔 짧지만 7개월 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도봉여성센터”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내부의 변화 뿐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강사료가 현실적이지 않다. 현재 조례로 제정되어있는 강사료 기준은 너무 낮다. 지금까지는 강의 개설 취지를 설명하며 부탁하거나 프로젝트로 사업비를 마련해 강사를 섭외했지만 이미 강사료가 맞지 않아 좋은 강좌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 지금의 센터는 여성능력시설로 지정되어 구청의 업무보고 시 취업률을 작성하게 되어있다. 심사할 때 도봉여성센터는 직업능력시설로서는 한계가 있어 그보다는 지역 여성들의 교육기관으로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민우회의 사업계획이 인정되어 수탁이 결정되었음에도 여전히 기관 평가 기준은 기존 형식에 맞추라고 해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지역에서 도봉여성센터에 바라는 점, 민우회 활동과의 연결, 시설보강 등 더 많이 고민하고 의견을 들어야 하는 작업들이 계속될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도봉여성센터와 민우회가 지역 여성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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