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12월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어쩌면사무소
코기토 • 어쩌면사무소 면서기
어쩌면사무소는 ‘호기심이 공포를 이긴다’는 말을 좋아하는 신비와, ‘삶의 의미와 목적은 재미와 감동’이라 생각하는 코기토 두 사람이 시작한 공간입니다.
공간이 시작된 것이 올해 9월 초이므로 시간적으로 이제 겨우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그 이전의 준비 기간과 ‘어쩌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활동한 기간을 합쳐도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들에게 ‘어쩌면사무소’에 대한 이야기를 얘기하는 것이 사실 조금 민망한 마음입니다.
시작할 용기와 동기
‘어쩌면’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작년 12월입니다. 부산의 생활기획공간 ‘통’을 운영하는 김혜린님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가진 것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용기와 동기를 얻은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김혜린님과의 만남 이후,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러한 공간을 만든다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카페하면 망한다’거나 ‘도대체 뭘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우리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설명이 우리 스스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은 뒤로 한 채, 올해 2월부터 ‘어쩌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부산 ‘통’의 김혜린님과 옛 여인숙을 리모델링하여 게스트하우스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전 ‘산호여인숙’의 은드기•산호언니 커플, 서울 서교동의 co-working(한 사무실을 여러 개인이 작업실로 나눠 쓰는 공간) 공간 ‘노닥’의 어슬렁•키튼 커플이 그들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쉽지 않은 환경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사람들끼리의 동지애(?)를 나누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4월에는 ‘어쩌면 봄나물 마실’이란 이름의 지리산 나물 캐는 모임을 하였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만난 어슬렁•키튼 커플, 조아현님, 갈매나무, 미르 등이 이후 ‘어쩌면사무소’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각기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해주었습니다. 어슬렁•키튼 커플은 테이블로 활용하게 된 미니 당구대를 비롯한 각종 비품들을 기증해주고, 10월에 있었던 사생대회도 함께 진행해주었습니다. 조아현님은 ‘어쩌면사무소’의 텃밭과 식재를 설계해주었고, 갈매나무와는 9~10월에 있었던 천연화장품과 비누 등을 만드는 워크숍을 기획, 진행하였습니다.
개소 이후 알게 된 동네 친구인 박지예•임승민 커플은 각각 미래의 플로리스트와 바리스타가 될 꿈을 갖고 있는데, 집에서 혼자 꽃바구니 만드는 연습을 하던 박지예님은 어쩌면사무소에서 플로리스트 연습도 하고, DIY 꽃바구니 판매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이고잉은 온라인에서 ‘생활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첫 오프라인 강의를 ‘어쩌면사무소’에서 하루 종일 진행하였습니다. 이고잉의 소개로 찾아 온 리체와 생활육아팀은 육아용품 벼룩시장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또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어쩌면 토요명화’라는 이름으로 보고 싶은 영화들을 보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을 우리가 전부 계획하고 준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앞서 열거한 친구들이 먼저 제안을 해준 것이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들도 친구들과의 수다 중에 계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고 가는 대화중에 누군가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 말하면 다른 사람이 거기에 살을 보태고, 바로 실행을 합니다. 참가자가 한 사람이든 아니 아무도 없이 우리만 있더라도 상관은 없는 것이지요.
낮은 문턱의 놀이터
개소한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지만, 애초 공간을 만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이 빠른 시간 안에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것이 우리 자신도 무척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번은 이런 일들이 가능한 비결(?)을 물어오는 분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받고서, 먼저 우리가 좀 부족하고, 약간 과장해서 불쌍해보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더 근사한 표현으로 바꾸면 완전한 계획이 아니라 빈 구석이 많은 계획이기 때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만만함(!) 또는 낮은 문턱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음 활동은 ‘어쩌면 월동준비 시리즈’입니다. 겨울 차 담그기와 자취인을 위한 밑반찬 만들기, 그리고 ‘대놓고 조건 만남’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 토요명화도 보고, 수다도 떨고 그렇게 놀고 있겠지요.
이런 일들이 재미있다 생각되시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러주세요. 서울 약수동 구석진 한켠에, 조용한 공원이 바라보이는 ‘어쩌면사무소’는 새로운 주민들을 언제나 환영하고 있습니다.
코기토 •
2000년 12월에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였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미와 감동’으로 설정한 이후, 단체 활동에서 더 이상의 ‘재미’를 찾지 못하고 2011년 2월 활동을 중단, 이후 ‘독립활동가(=인디활동가)’로 살고 있다.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동과 에너지의 크기가 더 크다는 배움을 얻고, 모든 기획은 오로지 재미에 초점을 맞추며 살고 있다.
2012년 9월 비혼으로 동거인인 신비와 ‘어쩌면사무소’ 설립, 현재 면서기로써 주된 역할은 목공, 커피 타기, 청소, 그리고 ‘어쩌면 프로젝트’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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