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12월호 [아홉 개의 시선] 마음이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다
마음이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다
- 성폭력예방강사모임을 소개합니다
조성화 ․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대표
남서지부의 활동가를 지역에서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지가 지부의 중요한 과제이다. 5년 동안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온 민우회의 장점을 살려 여성주의 반(反)성폭력운동으로 방향을 잡고 ‘안전한 양천구, 여성이 뛴다’ 사업을 하게 되었다. 3월부터 강사와 교육 내용을 구성하여 참여자 모집 홍보를 하고, 5월 한 달 동안 30시간의 아동성폭력예방강사과정을 실시하였다. 민우회에서 잘하기로 소문난 강사님들의 열정적 강의와 소수 정예 쪽집게 수업으로 총 여덟 명이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아동성폭력예방강사과정은 지부 개설 후 처음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여러 지부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원주지부와 동북지부에게서 사업목표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강사교육 과정은 본부와 고양지부의 탄탄한 강사지원과 자료의 도움을 받았다. 고양지부의 ‘또래성교육’ 참관을 통해 교육의 생생함을 보고 배웠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든 교육과정을 거쳤기에 초보지만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강의 후, 네 분이 새로운 활동가로 영입되었으니 이번 강사교육의 성과는 100퍼센트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를 들으며 느낀 여성의식, 성평등의식, 인권의식은 여성으로서 살아온 나를 새로이 발견하고, 나아가 내 아이와 지역의 아이들까지 보듬고 싶다는 확실한 동기를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정이 쌓이고, 강사로서도 차츰 성장해나갔다.
5월 끈끈하게 지혜롭게
강좌를 수료한 후 여섯 명이 후속강사모임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스터디를 하였다.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다지고 강사과정 중 추천받은 책을 읽었다. 책을 읽은 후 느낌점을 나누는 과정에 비밀스럽게 여겼던 부분을 드러내고 서로의 경험과 울분을 나누며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였다. 때로는 점심 반찬을 한 가지씩 준비해 와 아동센터 주방에서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이사한 강사님 집을 방문하여 차를 마시며 모임을 갖기도 하였다. 한 강사님은 기다리던 둘째를 임신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 해주었다. 이렇듯 우리의 모임은 교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남편과의 문제, 시댁과의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태교건강관리 등 무궁무진하였다. 단순히 수다가 아니라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 시간으로 발전해나갔다.
10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우리들의 활동은 양천구의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반(反)성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외화 되었다. 지역아동센터와의 교류를 쌓으면 지역의 아동성폭력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효과적이고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반(反)성폭력예방수첩을 배포하고 여덟 개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을 나누어 15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였다. 마침 아동성폭력 사건들로 인해 학교, 아동센터에서 반(反)성폭력교육이 많이 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복적인 예방교육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내용을 고민하였다. 그렇지만 벌써 정답 수준의 대답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정답을 맞추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앗! 더 연구 해야겠구나’ 다짐했다. 둘째를 임신한 강사님은 빈혈과 입덧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주어진 일을 다 해내서 감동을 주었다.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을 마친 후, 센터장님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눈물의 호소를 듣게 되었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너무나 한계가 많아요. 방과 후 몇 시간 아이들의 일과를 돕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요. 어떤 아이는 분명히 추행이나 폭행에 노출되어있는 것 같은데 저로선 어찌할 수가 없어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그동안 우리사회에 많은 상담소와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아동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는 막막함이 들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내년 숙제로 고민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오면서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성평등 의식 교육은 삶의 기본이자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점점 중요하게 와 닿는다. 올해 마음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 모임 반(反)성폭력예방강사모임을 시작했다. 모임 구성원 개개인의 상처들을 어루만지면서 그것이 발판이 되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올해 멋진 활동 해주신 김미은, 부윤숙, 고현실, 양소진, 민경량 선생님! 사랑합니다!
조성화 ․
나름 오래된 회원입니다. 둘째아이 네 살 되던 해 시작하여, 그 아이가 이제 스물 두살이 되었으니까요. 그동안 꾸준히 민우회에서 울며 웃으며 살았습니다. 지금은 남서지부 대표로서 해마다 겪는 한 해 마무리, 새해 계획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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