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여름 [민우ing]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캠페인 :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캠페인
정슬아(여경鏡)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서글픈 나의 욕망
오늘도 옷에 몸을 구겨 넣는다. 꼬르륵 거리는 내 배를 움켜잡는다.
아, 먹고 싶다. 마르고 싶고, 예뻐지고 싶고, 나답고 싶다.
그날도 지하철 광고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굶지 않고 뺐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도 먹을까 말까를 수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굶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건 은혜로운 기술발전이다. 하지만 몸에 가해지는 의료적 행위가 건강에 미칠 영향, 지방흡입이나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뭔지에 대해 쫀쫀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가슴은크고허리는잘록하며전체적으로는마른예쁘고착한몸매’라는 비현실적이고 획일화된 기준을 ‘이상적’이고 ‘여자다운 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 친구, 애인, 직장상사, 동료 등 관계 맺은 수많은 사람과 상황이 나에게 ‘그렇게’ 변하길 요구하고 있다. 외모관리와 마른 몸은 마땅히 획득해야 할 자기개발의 일환이 되었고, 여성들의 삶을 찬찬히 잠식했다. 어느새 ‘뚱뚱한 몸’에 대한 혐오를 내면화하며 끊임없이 나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원리를 알게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는 세상에서 명백한 원인규명은 어려워졌으며, 외모관리 압박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몸인지 세상이 원하는 몸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시간을 지워야 하는 외모 관리 노동
요즘은 건강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 더불어 “주름을 제거한 얼굴, 활기차고 자신 있는 인상”을 갖는 것이 중요해 졌다. 얼굴의 활력을 갖는 것과 건강담론이 뒤엉키면서 우리 삶은 다른 맥락으로 피곤해졌다. 여성들의 노동과 시간을 지우는 또 다른 노동이 시작된 것이다. 여성은 시간을 쌓아가는 존재가 아닌 ‘특정시기(젊음)’에 멈춰 있어야 하고 일상적 관리로 보기 좋은(마른) 외형적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 여성의 몸이 겪는 시간은 분절화 되는가.
이처럼 성형/다이어트 등이 여성들의 삶의 활력,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흔한 주장과 흐름에는 아주 명백한 사실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이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소비를 통해서 끊임없이 거스르고 ‘활력’을 찾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관리 좀 해야지”란 외모규범은 일상화됐고, 이 관리는 아주 세밀하게 나뉘어 성형수술과 시술의 종잇장 같은 경계를 갖게 했다. “성형수술은 고가의 화장품을 쓰거나 보톡스나 필러 등 주사를 계속 맞아 탄력을 유지하는 것,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풀을 찍어 바르거나 테이프를 붙이는 것보다 매우 효과적”이라는 말을 하는 성형의가 나타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과성은 “여자다워지느라 ‘아픈’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의 몸에 덧씌워진 기준, 이미지와 결합돼 삶의 시간, 사이즈의 다양함을 빼앗았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선택이라 표현되는 행위, 욕망의 배후가 ‘누구’인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쉽게 타인의 몸에 대해 평가하는 우리의 말, ‘용모단정’으로 표현되는 노동시장에서의 외모관리, 일상을 잠식한 성형/다이어트 광고와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 압구정~신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뷰티벨트, 성형의료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은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 속에서 여성들은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언제, 어떻게, 무엇에 의해 고민하고 경험하고 있는가. 노동시장, 취업과정부터 지속적인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 평가, 차별, 무시의 경험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표 사이에서 우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몸이 서열화 되고, 평가 가능한 몸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려 한다.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2003년, 정확히 10년 전 민우회는 “외모는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의 몸을 극단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제기한” [내 몸의 주인은 나-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다양한 매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고, 여성잡지를 대상으로 한 의료광고의 불법성 고발, 엄마와 딸이 함께 한 <Me․ 美․ 味>캠프, ‘Love my Body’를 주제로 청소녀 교육 등을 진행했다.
2013년,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 수 비교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외모지상주의’ 라는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선언을 넘어 여성주의적 개입과 실천이 요구 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성형을 하고 안하고에 주목하기 보다는 ‘왜’ 성형과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지 스스로 묻고,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몸의 다양성이 사라져버린 지금. 10년 전과 달라지거나 강화된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올해는 [2013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일평생 지속되는 지독한 자기부정 속에서 자신의 몸의 현재성을 깨닫고 긍정하는 경험을 갖기 위해, 다이어트와 성형 권하는 사회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가기 위해 기획단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그 내용을 담은 인터뷰‧사진집을 제작하고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대중 캠페인을 기획중이다.
여자다운 것이 아니라
‘나다운 것’이 뭔지에 대한 ‘새삼스런’ 질문이 필요한 때,
당신의 답을 가지고 민우회와 함께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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