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민우ing]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민우ing]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이윤소|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하고도 2주정도가 지났다. 아직도 열 명이 넘는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도, 국민들의 마음도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 이런 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이를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가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사고 직후인 4월 16일~22일과 5월5일~11일 2주 동안 모니터하였다.
분석을 위해 엑셀에 기초자료를 입력해야 했는데, 눈물이 나올 때도 있고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가 많아 모니터를 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함께 분석을 했던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보고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공정한 시각으로 써야한다는 생각에 폭발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 글자 두 글자 타이핑을 해내려갔었다. <세월호 관련 보도, 지상파 방송은 매뉴얼대로 했나>, <조급증에 걸린 MBC, 청와대의 방송 KBS임을 확인시켜준 세월호 참사 보도> 이렇게 두 편의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던 몇 가지 보도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시다면 두 편의 보고서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사고 직후,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가장 먼저 사고를 접수한 해경은 현장에 헬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해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섰습니다.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백 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군 당국도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전력을 총동원해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KBS 4/16 <육·해·공 총동원 입체 수색>)
위의 보도는 사고 첫날 방송된 내용이다. KBS 뿐만 아니라 MBC <육해공 구조작업 ‘총출동’>, SBS <수심 얕은 곳부터 수색..내일 구조함 도착>에서도 똑같이 엄청난 구조인력이 투입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초동대처 미흡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져, 지상파 3사에서는 구조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할 뿐 취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로 구조 당국이 동원하고 있는 잠수 요원은 모두 6백여 명입니다. 이 요원들은 오늘 하루 40차례 넘게 선내 진입을 시도했는데요. 워낙 조류가 세고 물이 탁해 오늘 저녁까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KBS 4/19 <선내 진입 수색 어디로, 어떻게?>)
실종자 가족들을 가장 애태우는 건 수중 탐색 자체가 더디다는 점입니다. 600명이 넘는 잠수 요원이 있다지만 실제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나흘째인 오늘에서야 잠수요원 50명이 현장에서 숙식 가능한 대형 바지선을 동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KBS 4/19 <’대규모 투입’에도…지휘 체계 문제 있나?>)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었다. KBS의 4월 19일 4번째 꼭지에서는 600명 넘는 잠수요원이 하루에 40차례 넘게 선내 진입을 시도 했다고 보도했지만, 같은 날 15번째 꼭지에서는 실제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수십 명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같은 날 보도에서 각기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MBC와 SBS도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MBC <객실 진입했지만 시신만 수습>에서는 500명의 잠수사들이 집중 수색하고 있고, 1인당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고 했다. SBS의 경우에도 하루에 한명 당 30분 정도 잠수 가능한데, 충분한 휴식 없이 반복 투입되다 보니 잠수병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 했다. 이러한 보도는 얼핏 계산해도 앞뒤가 맞지 않은 내용이다. 잠수사들이 하루에 한번 20분씩 투입되어 12시간 수색을 한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물속에 들어가는 인원은 500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500명이 집중 수색을 하고 있는데 왜 충분한 휴식 없이 반복 투입이 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구조당국이 구조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에 문제제기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보다 500명 이상이 물속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듯 시청자들을 오인케 한 것이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중략)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습니다.
(MBC 5/7 <슬픔과 분노 넘어서야>)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피해자 가족을 분노케 한 것도 모자라 ‘조급증’에 빠진 국민을 훈계하기에 이르렀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종자 수색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구조당국은 시신이 유실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의 조속한 구조작업 요청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피해자 가족들을 조급증에 빠졌다고 보도한 MBC는제대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두 편의 모니터 보고서 이외에도 나는 KBS 시청자평가원 활동의 일환으로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평하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녹화되기 직전까지 몇 번의 수정요청을 받아야 했다.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기자회견, KBS 구성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 등 엉망진창이었던 세월호 참사보도에서 비롯된 KBS 사태를 바로잡고, 공영방송 KBS가 제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문장들은 모두 지워졌다.
특히 ‘기자, 보도국, 사장 등 KBS의 뉴스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문장에서 ‘기자, 보도국, 사장’이라는 단어를 삭제해달라는 요구에 가장 화가 났었다. 그들의 주장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사장은 아니니 ‘사장’이라는 말은 빼야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국민들은 KBS 사장의 부적절한 보도 개입을 통해 KBS 뉴스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했던 주장은 거짓말 뿐더러 사장의 문제를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녹화를 마치고 KBS 로비로 나오니 KBS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한창이다.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나온 직후라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파업으로 KBS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의 행보가 지금의 KBS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KBS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KBS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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