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기획3]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밀양송전탑
[기획3]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밀양송전탑
공혜원| 밀양지킴이
밀양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밀양 주민들이 싸운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옮기기 위해 765kv의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고, 밀양에만 69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그 사이 두 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고, 얼마 전 경찰 2000명이 동원되어 마지막 남은 농성장들을 철거했다.
‘밀양의 765kv 송전탑 69기’라는 높은 숫자처럼 밀양은 내 마음 속의 무거운 짐이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모두가 전기를 사용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양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난 후, 밀양에 대한 나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만약 내가 밀양주민이었더라면 전기를 펑펑 쓰고 있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소금을 뿌리며, 여기가 어디라고 오노! 하며 내쫓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할머니는 “미안합니더. 우리가 못 지켜서. 서울 사람들이 이렇게 와주고 고맙십니더.” 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밀양 주민들은 자신을 위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탈핵을 위해, 밀양을 위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사를 강행하는 과정 또한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내가 올라가기도 벅찬 산길을 할매들은 매일 오르내리시며 산을 지켰지만, 한전과 경찰들은 그런 할매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헬기장 앞에 만들어 놓은 움막을 강제 철거했다. 연대자들과 주민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움막을 지켰고, 청소년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나는 그 광경을 지켜만 봐야 했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공무원들을 보며 나는 경찰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그렇지만 경찰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채증을 하고 있을 뿐. 유한숙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분향소를 차리기 위해 경찰들과 싸우는 모습을 더 이상 서울에서 지켜만 볼수 없어 밀양으로 다시 갔다. 분향소를 함께 지키며 현장도 들어갔는데, 그곳은 정말 아비규환이었다. 할매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이렇게 많은 경찰들이 밀양으로 오는 걸까. 지팡이가 무기라며 빼앗아가고, 차도는 위험하다고, 차가 지나가야한다며 경찰들은 우리를 차도 옆 낭떠러지로 밀었다. 한전은 경찰 뒤에 숨어 웃음을 지었다.
나는 밀양 송전탑 싸움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짓지 않아야 할 이유가 너무도 많으니까. 초고압 송전탑을 마을 한가운데에 짓는다는 것도,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원전을 가동시킨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망버스를 통해 이 싸움은 밀양 주민들만 아파해야할 문제가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송전탑은 점점 더 많이 세워졌고, 어느새 농성장도 4개만 남았다. 언젠가는 모든 농성장들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6월 11일 그 날은 너무 빨리 왔다. 내가 먹고 자고 할매들과 함께 했던 농성장들이 다 사라졌다. 사람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성장을 강제 철거 했고, 옷을 벗고 목에 사슬을 감은 할매들의 목에 절단기를 갖다 댔다. 수녀님들과 할매들이 끌려나오고, 농성장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싸움은 끝났나? 전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고, 송전탑을 그 땅에서 뽑아낼 때 까지 싸울 것이다.
밀양은 나의 고향이다. 밀양에서 자고, 먹고, 일하고, 할매들과 함께했던 나는 외부세력이 아니라 내부세력이다. 우리의 땅이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땅이다. 밀양과 함께 하면서 탈핵을 배웠고, 사람을 배웠고, 국가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국가에게 난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밀양에 가지 못해 죄송해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함께 가자. 글과 사진, 영상으로 접하는 밀양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밀양은 다르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일단 밀양을 직접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한전과 경찰이 밀양에서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붙인 폭력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돌아가신 두 분의 어르신과,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아파하고 있는 주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밀양 송전탑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결코 끝나지 않은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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