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상반기 [민우스케치] 이제 기억해야할 키워드 : 봄 5월 민우회 바자회
[민우스케치] 이제 기억해야할 키워드 :
봄 5월 민우회 바자회
최진협(나우)| 여는 민우회 사무처장
민우회는 바자회를 자주했습니다. 민우회가 있는 건물 교육장을 빌려 활동가끼리, 회원끼리 작은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고, 가끔은 갑작스런 재정적자 때문에 여기저기 후원물품을 수소문해 바자회를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총회장소 한 귀퉁이에서, 교육장에서 소소하게 했을 뿐 대규모의 바자회를 기획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면 다 되리라는 마음으로 수 백 곳의 기업에 물품후원을 요청해봤지만, 참으로 냉소적인 대답뿐이었습니다. 매번 2천석이 넘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후원행사를 진행했기에 구청앞마당이나 시장 모퉁이 작은 공원쯤은 쉽게 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후원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장소대관 역시 번번이 불허. ‘이게 과연 되는 판일까?’ 물음표 백만 개가 머릿속을 뛰어다녔고, 극단적인 심적 분열을 겪었습니다. 회원들이 보내오는 물품들이 점점 많아져 사무실에더 이상 둘 수 없을 정도로 쌓일 때까지만 해도요.
거액의 후원자도,
화려한 인맥도 없는 민우회가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회원뿐이었고 그 믿음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습니다. 바자회에 회원 분들이 응답해주셨을 때의 감동이란! 퀼트를 전문으로 하는 지인들을 한 명씩 만나 밥을 사가며 가방제작을 부탁하고 종국에는 서른 개가 넘게 후원해주시기도 했고, 미술대전에 입상한 그림을 포함해 손수 그리신 소중한 작품들을 보내주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티슈커버, 비누, 에코백, 걱정이 인형, 마카롱 등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품들을 보내주셨던 한 분 한분이 떠오릅니다. 케이스까지 정성스레 챙겨 보내주셨던 가방, 지갑, 구두 등이 속속 도착했을 땐 “정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서…설마 사서 보내주신 건 아니죠?) 두고두고 아껴온 물건임이 역력해보이던 각종 냄비와 그릇세트, 액세서리뿐 아니라 온갖 소형가전(심지어 김치냉장고를 보내고 싶어 하시는 회원도 있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배송이 여의치 않아…)과 자전거용품, 운동용품, 아이용품, 주옥같은 서적들, 그리고 이보다 다양할 수없는 옷옷옷옷들이 줄을 이어 민우회사무실은 즐거운 포화상태가 되어갔습니다. 게다가 후원받을 수 있는 물건이 있는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메일에 한 회원분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중소업체인데 왠지 좋은 기업일 것 같다”는 회신을 해주셨고, 아무런 일면식 조차 없는 그곳에 전화를 걸어 민우회 활동을 소개해 흔쾌히 후원물품을 받을 수 있었던 일은, 두고두고 민우회원의 선견지명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더랬지요.
바자회가 이렇게 많은 이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일이란 걸
물품후원뿐 아니라 행사당일 아침부터 동네 구석구석 발판을 붙이러 온 회원들,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달고나를 만들며 땀 흘리던 회원들, 몇 주째 기타 연습을 하며 바자회를 빛내준 회원들, 콧수염까지 붙여가며 비밀경매를 진행해준 회원, 직접 부스 한곳 한곳을 맡아 수많은 사람들과 흥정하며 바자회를 즐겨준 회원들, 먼 곳까지 부러 찾아와 가져온 가방에 꾹꾹 눌러 담을 정도로 물건을 사준 회원들, 참 즐겁다며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준 회원들까지. 성산동에 이사 온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주민들과 민우회가 재미지게 만났고, 내년에 또 만나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게 바자회는 회원과 활동가, 동네 주민들이 구분 없이 즐기는 그야말로 신나는 잔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물건을 정리할 때
연관검색어는 “5월, 민우회 바자회!”
여기저기 찾아보니 ‘물건 버리는 기술’에 대한 정보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건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물건을 살리는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필요치 않은 물건이 꼭 필요한 이를 만나고 그것이 민우회의 운동을 살리는 기술. 이제 집에서 묵은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준비할 때쯤 <5월이 되면 열리는 민우회 바자회!>를 떠올려주세요. 앞으로도 민우회는 매년 5월이 되면 여러분이 정성스럽게 보내주신 물건 하나하나를 모아, 재미지고 흥미진진한 바자회를 열려고 합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물건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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