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반기호 [민우ing] TV 속 일그러진 아름다움 파헤치기
TV 속 일그러진 아름다움 파헤치기
이윤소|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 성형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 1000명당 13.5명이 성형수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성형수술 비율이 전 세계 1위인 상황이다.
이런 원인 중 하나가 ‘미디어’이다. 성형수술을 권하는 광고, 기사 등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TV에서는 성형수술을 통해 의뢰인의 외모를 바꿔주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특히 <렛미인>은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방송할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성형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성의 건강을 염려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과도한 체중 감량과 극단적인 외모 변화를 보여주는 데만 열을 올릴 뿐이다. 이에 미디어운동본부는 심층 인터뷰와 방송 모니터링을 통해 성형 및 다이어트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해보았다.
협찬을 통한 광고효과
미디어법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5조에는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성형외과로부터 수술비, 제작비 등을 협찬 받으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렛미인4>이다. 출연자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비교한 후, 출연자가 받은 수술과 총 비용을 공개하고, 그 아래에는 “자세한 수술정보와 추가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라는 자막을 넣는다. 자막 안내에 따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각 수술 항목 당 수술비용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당 병원의 특정 수술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렛미인4>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닥터스 칼럼’, ‘닥터스Q&A’ 등을 보면, 성형외과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홈페이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렛미인 닥터스’들의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렛미인4>의 배너가 있었는데, <렛미인4>와
해당 성형외과들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출연자를 ‘렛미인 닥터스’의 병원에
취직을 시켜주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출연자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출연자를 광고홍보의 도구로 이
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고지되지 않는 부작용
의료법 제56조 제2항에서는 ‘의료인의 기능, 진료 방법과 관련하여 심각한 부작용 등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광고’도 금지하고 있는데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 방송 도중 성형수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는 자막을 2~3회 정도 방송할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렛미인4> 9회의 출연자는 지방흡입과 ‘다이어트 한약’으로 체중을 감량했는데, 9회에서는 한약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최근 다이어트 한약에 부작용을 유발하는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한방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고지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미디어운동본부에서 인터뷰를 한 제작자는 “부작용도 크게 작게 있었거든요. 병원에서도 얼른 조치를 하거나 그런 경우들도 있었어요. 뭘 넣었는데 뭔가 안 맞아서 트러블이 생긴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고 그런 부분은 방송에는 나오지 않고…”라며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들이 의도적으로 부작용을 숨긴다는 이야기를 했다. 재수술을 통해 부작용을 해결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감춤으로써 성형수술의 효과를 과대 포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성형수술은 인생 대반전이라는 판타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성형수술 후 출연자의 삶이 행복해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디어 운동본부와의 인터뷰에서 한 출연자는 외모의 변화는 만족스러웠지만, 이것 말고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고, 오히려 성형수술과 방송출연 이후에 공허함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이 저를 신데렐라처럼 설정한 거죠. 방송이 끝날 때쯤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여기를 나가면 뭘 해야 되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을 때 흔히 기대하는 그런 것이 없는 거예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외모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삶에 산적해 있는 모든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성형 수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처럼 예찬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 운동본부에서는 협찬과 간접광고 관련법을 재검토할 것, 의사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 일반인 출연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계약서를 만들 것 등을 제안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러한 것들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할 것이며, 시정되지 않았을 때 프로그램 폐지운동까지 고려하고 있다. 함께 활동하실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