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이만갑>과 <남남북녀>
■ 갈등과 차별을 오락화 하는 종편채널 모니터링-3
탈북자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이만갑>과 <남남북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북자들은 뉴스나 다큐멘터리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지만, 최근에는 생활정보 프로그램의 리포터, 토크 프로그램의 패널, 가상결혼 생활의 주인공 등 비교적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음.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2011년 시작한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하 이만갑)와 올해 7월 시작한 TV조선의 <애정통일 남남북녀>(이하 남남북녀)가 있음. 이와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탈북자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시청자들도 이제 탈북자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기 보다는 그들은 ‘친숙한 이웃’으로 여기게 되었음.
이처럼 이들 프로그램은 탈북자를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녀/그들이 재현되는 방식을 분석해 보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미녀 등 탈북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함. 특히 <이만갑>과 <남남북녀>는 남과 북이 화합하고 통일을 준비한다는 기획의도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탈북자들의 모습을 편견을 가지고 왜곡되게 그리며 오히려 남과 북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었음.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7월 한 달 간 <이만갑>과 <남남북녀>를 모니터하였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음.
-‘아무것도 모르는 탈북미녀’라는 이미지
<이만갑>과 <애정통일>에 등장하는 주요 출연자의 공통점은 20대의 어리고 예쁜 탈북여성이라는 점임. 이는 ‘남남북녀’라는 프레임으로 그녀들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탈북 여성들을 ‘탈북미녀’라고 강조하고 있음. 특히 <애정통일>은 여성 출연자의 외모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음. 7월 4일 <남남북녀>에서는 리듬체조선수 출신인 박수애가 짧은 바지를 입고 다리를 찢고 앞돌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CG로 그녀의 다리를 부각시키고, 앞돌기를 하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줌. ‘통일이야기를 결혼이라는 상황으로 리얼하게 그려낸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하게 여성 출연자의 외모만을 부각시키고 있었음. 기획의도는 허울뿐이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요소로 그녀들의 외모를 내세우고 있는 제작진의 뻔한 의도가 보임.
또한 탈북 여성들의 순수성은 남한 여성에게는 없는 북한 여성만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음. <남남북녀>의 첫 회에서 박수홍은 북한 아내 박수애의 첫인상에 대해 “착했어요 착하고 귀엽고 남한 여성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소녀 같은, 어린아이 같은 미소”라고 말했음. 또 7월 13일 방영된 <이만갑>에서는 방송에 처음 출연한 ‘탈북미녀’가 사회자의 질문에 수줍어하며 당황하자 사회자 남희석은 “이런 것 좀 배워요. 되게 여성스럽지 않아요?”라고 하였고, 자막으로는 ‘남자의 가슴을 울리는 여성미’라고 처리하였음. 이는 이 프로그램들은 실제 그녀들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는 남한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의 ‘북한 여성’을 보여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
-평등한 부부관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남남북녀>
<남남북녀>에서 남성 출연자들은 탈북 여성들의 순수함을 찬양하면서도, 그 점을 이용하여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줌. <남남북녀>에 등장하는 두 가상부부는 모두 40대의 남한 남성과 한국에 정착한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20대 탈북 여성임. 아직 남한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북한여성과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남성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두 가상부부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을 수밖에 없음. 그런데 심지어 여성 출연자와 남성 출연자는 20살 정도 차이가 나도록 연출하여 부부가 대등하게 소통하기 더욱 어렵도록 만들고 있음.
또한 박수홍이 가상의 아내인 박수애에게 스킨십을 요구하며 그녀를 곤혹스럽게 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음. 박수홍의 행동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북한 여성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듦. 사전 협의하고 제작을 했다지만 연예인이 아닌 두 탈북 어린 아내는 일반 여성으로써 방송 설정에 따르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힘겨울 것임. 그런데 제작진은 이를 배려하기 보다는 방송의 재미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학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임. 시청자들은 성희롱 수준의 스킨십보다는 진심으로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람.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듣는 북한 체제 비판
<이만갑>과 <남남북녀>에 출연하는 탈북자들이 북한 사회를 비판하고, 북한에서의 경험을 희화화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음. 그들이 탈북을 한 이유가 북한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있어서 일 수 있음. 그렇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북한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이 강요에 의한 행동은 아닐 것임.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탈북자들은 남한에서도 마냥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음. 탈북자들은 임금수준이나 처우가 열악하여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눈에 보이지 않은 차별 때문에 청소년의 학교 중도 이탈률은 남한 평균의 수 배가 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일색이고 남한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찾아불 수 없음. 이는 탈북은 곧 반북이고 친남한이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임. 이정도면 남북의 이해가 아니라 남한체제선전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함.
<이만갑>과 <남남북녀>는 탈북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함.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이만갑>, <남남북녀>의 남한 측 출연자들의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함. 남한 측 출연자들은 남한과 북한의 소통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임. 그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를 해서, 북한과 탈북자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람. 또한 <이만갑>과 <남남북녀>는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탈북 미녀, 반북 인사 등 그들의 이름에 붙는 고정관념적인 수식어를 버리고 남한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인 탈북자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화해 나가길 바람.
■ 자세한 내용은 모니터 보고서(첨부파일)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