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바톤터치] 지니의 좌충우돌 아들 키우기
저는 아들 둘 때문에 민우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지니 -
아시지요? 우리네 현실은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기득권층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살벌한 곳입니다.
그런데 아들만(!) 둘이랍니다. 이런 시련을 왜 제게... (이하 생략; ㅠ)
그런데 말입니다, ('그알' 김상중 톤으로)
"내가 '키운다'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하지만 문득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이들도 아닌 바로 '그들의' 엄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듯이,
그들도 나를 엄마로 만나고 싶어 만난 것이 아니잖아?!! 많은 부모들이, '너(자녀)를 위해서
내 말을 잘 들으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은 '내(부모) 마음에 들기 위한', 철저히 부모의 기준과
욕심을 들이대고 어릴 적 내게 부족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를 자녀들에게 투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
자식을 개인으로 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 년에 한 번, 큰아이의 특별한 날에 문화상품권과 함께 편지를 줍니다. 지난 해 편지에 위와 같은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엄마는 너라는 친구와 지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존중이야. 그런데 엄마는 너를 존중한다고 해서 했던 행동들이, 너에게는 엄마의 무관심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 라고 썼습니다.
이 나라만큼 '모성'이라는 것이, 숭배와 혐오의 아슬아슬한 기로에 놓여있고, 정(情)이라는 이름의
가족이기주의가 만연한 곳에서, '자식'이라는 친구들을, 나와는 또 다른 독립된 인격체로, 한 사람의 개인으로
대하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 자신 또한, 존중받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졌던 부모 세대의 간섭에 대한 보상심리
라는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요.
가끔 한마디 툭툭, 던지기
생각은 그럴 듯하지만, 인권, 젠더 감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그 실천은
어렵고 막막합니다.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 때, 남자사람 친구는 아들과 함께 페미니즘 책을 읽으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좋은 조언이긴 한데, 현실을 말하자면, 말 한 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답니다.
이제는 '청년'으로 대하길 원하는, 열여덟 살 큰 아이에게는, 다다다다- 하는 잔소리는 귓등으로도 안 먹힙니다.
듣기 싫어하기만 할 뿐이지요. 가끔 한 마디 툭! 툭!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안 듣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다는 것을 가끔씩 느끼게 해주거든요.)
참고로 이 '무심한 듯한 스킬'은, 타이밍을 잡으려 호시탐탐, 속으로 죽어라 안달을 떨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흑흑
너도 잊지마!
<섹스만큼 중요해> 소책자를 언제 어느 타이밍에 주어야 할까(시험보다 중요한 거야 했더니,
아들 왈, "다 읽으면 오백원!"이라고 했다나 뭐라나ㅋㅋ), 드라마에서 피임 얘기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하면
슥 지나가다가, "너도 잊지 마!" 한 마디하고, 차림사님에 대해 무례한 말을 중얼거리면,
"너희 엄마도 서비스직 노동자거등?", 동생에게 괜한 심부름을 시킬 땐, "'형'이라는 게 무슨 권력인 줄 알어?"
등등(그나저나 "소라넷 하니?" 물어보는 것도 한참 걸렸는데, "일베라고 아니?"는 언제 어느 타이밍을 잡아
물어보아야 할까요?ㅠ)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까요?(제가 가지고 있는 민우회 보틀 굿즈에서 봤을 듯^^;)
제가 냉장고 문에 통째로 붙여둔 '해보면 스티커'를 유심히 쳐다본 적은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전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이라 말하기, '여자는 어쩌고~저쩌고~' '남자는 어떻고-'라고 하지말기',
스티커를 제일 좋아하는데, 제가 그 말은 전부터 아들들에게 줄곧 해온 말이었답니다.
포부는 찌그러졌지만...!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겠뜨아!!!' 하는 원대한 포부는 많이 찌그러졌습니다.
(제 자신도 죽을 때까지 여성주의 언저리에 닿을 수나 있을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태풍,
둘째 아들(11살)의 사춘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지요. 되도 않는 큰 스케일은 집어치우고,
하나만 정해서 그것만 '파자!', 요즘은 그러고 있습니다.
무엇을 파 볼까요? 좀 멀리 가서, 명절이라는 노동절만 걷어치우게 할까요, 아니 그 이전에, 제 욕심 같아서는
아들들이 만약 이성애자로 자란다면, 정말이지 '결혼'만은 안하도록 훼방 놓고 싶네요~!
(여성동지 둘의 인생 구해준다~~생각하고. 험험!)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더 먼저이겠지요?
p.s. 오늘도 여전히 큰아들은 자정이 다 되도록 저녁을 안 먹었다 얘기하고, 저는 "그래서? 어쩌라고?
네가 차려 먹으면 손가락이 부러져?" 과격하게 대꾸하는 대신, 사악- 무시하고 방으로 자러 들어가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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