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바톤터치] 호두의 커뮤니티 이동기- '남초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로 오기까지'
호두의 커뮤니티 이동기- '남초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로 오기까지'
“페미니즘에 발 디디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호두-
안녕하세요? 최근 보스턴모임에서 자수를 배우며 취미붙이고 있는 호두라고 합니다.
흔한남이었던 제가 페미니즘을 접하고 고민하던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활동 계기
말씀드리기 창피하지만 저는 이종격투기 카페 회원이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유머자료를 습관처럼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 인터넷 밈(meme)**의 차별, 소수자 희화화, 고정관념 재생산 등을 체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3년, 한창 일간베스트가 이슈 되었고 당연히 이종격투기 카페도 일베에는 적대적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올라온 여성혐오 자료에 '크 일베지만 맞는 말 했네요', '맞아 맞아 여자들이 다 그렇지.' 등등 일베자료 라면 무조건 지우라고 난리 치던 사람들이
여성혐오 자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지 점점 카페도 관심에서 멀어지며 끊게 되었습니다.
2015년, ‘메스르 갤러리’의 미러링을 보며 성별 반전 된 콘텐츠를 보며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까지 남성들이 여성혐오를 하며 쓴 글의 성별반전 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해하는 남성들을 보며 아이러니를 느꼈습니다.
결정적으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은 후 범인이 명백히 여성을 노리고 저지른 범행임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살인’으로 의도를 희석시키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살인인 것처럼 축소하는 일련의 과정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남성들의 반응을 본 것이 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고민
민우회활동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런 단체활동을 해보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활동한다는 게 즐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다른 사회의 문화는 달랐습니다.
요즘은 여자상위 시대라서 여자가 훨씬 편하다는 상사, 여자가 인터넷 하는 게 신기한 회사동료,
여자는 어릴 때 빨리 시집가서 애나 낳고 살면 된다는 친구, 아직도 정수기 물통 얘기하는 형 등등 아직 주위는 변한 게 하나도 없더군요.
처음은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페미니즘에 발 디디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 실천
처음엔 그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딴 얘기를 해서 주제를 바꾼다든가 빨리 대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을 썼는데
그 당시에만 조용해질 뿐 언제든 다시 그런 발언은 나왔습니다.
사실 해결이라기 보단 회피였고 최근에는 그런 발언이 나올 때 마다 반론을 들며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신 해장상담소 분들에게 치어스~)
현재는 민우회에서 <남성,f> 소모임을 하며 단순히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실천 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어설명
밈(meme)** : 인터넷의 주요 문화 요소와 유행하는 것들을 일컫는 말, 인터넷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을 밈(meme) 이라고 합니다. (호두+네이버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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