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의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 바지를 입으면 안 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민우회 순하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무입니다.
바지를 입어 겪게 된 황당한 사연, 들어보시겠어요? :)
치마는 NO!
저는 어렸을 적부터 치마를 잘 입지 않았어요.
속옷이 보일까 염려되어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도 싫었고,
치마를 입을 때 같이 입는 스타킹이 끔찍할 만큼 싫었거든요.
오죽하면 교복을 입어야 했던 학창시절에는 치마 아래에 바지를 따로 입고 다녔을까요.
아무튼, 그러다보니 복장의 자유가 주어진 대학 생활 동안
치마를 입어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지금도 치마를 거의 입지 않아요.
난 바지여야만 해
그런데 회사에서 제 사랑 “바지”로 인해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답니다.
저희 회사는 유니폼이 있는데, 제작 일정이 지연되어 2주 정도 늦게 받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2주 동안은 불편한 정장을 입고 다녔어야 했지요.
바지를 따로 사지 않았었기 때문에 며칠은 꾹 참고 치마를 입고 다녔어요.
하지만 도저히, 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스스로 한계를 느낀 그 날, 퇴근하자마자 백화점에 들러 같은 브랜드의 정장 바지를 샀고,
행복을 만끽하며 바지를 매일매일 입고 출근했지요.
센세이션 했잖아
2주 뒤 유니폼이 도착했고, 그 후로는 정장 대신 유니폼을 입고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선배랑 잠깐 수다를 떨고 있는데 선배가 그러더군요.
“너 처음에 정장 바지 입고 다녔을 때 뒤에서 얘기 나왔던 거 알아?”
저는 당황스러워 무슨 얘기가 나왔었냐고 반문했어요.
“신입인데 바지 입고 다닌다고 얘기 나왔었어. 너가 처음이었을걸? 그 때 진짜 센세이션 했지.”
“아니, 그게 왜 센세이션 해요?”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바지 입는 게 센세이션 했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러자 선배는 화제를 돌리더군요.
그래도 포기 못해
그 얘기를 듣고 1분 정도? 유니폼이어도 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 생각했어요.
둘러보니 대부분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저 혼자 바지 차림인 거 같았거든요.
하지만 바지를 입은 게 잘못된 일도 아닌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마를 입자니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그 후로도 바지를 입고 다녔고,
지금도 특별히 치마가 입고 싶은 날(1년에 세 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이 아니면 바지만 입고 있어요.
조금씩 변하는 것들
바지만 입고 다닌 지 몇 달이 지나자 바지를 입기 시작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거 같더군요.
원래 입고 다니셨는데 제가 입사하기 전이라 못 봤던 걸 수도 있고,
단지 저의 착각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상하게 뿌듯했어요.
마지막으로
사실 바지를 고수한 건 어떤 거창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제가 불편했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죠. 또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게 제가 처음은 아닐 거고요.
하지만 저의 작은 행동으로 인해 후배들이 고민하지 않고 바지를 입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고조선도 아니고 왜 이거로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늘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제가 겪은 이 고민과 상황을 다른 사람들이, 특히 후배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거거든요.
회사에 페미니즘을 정착시켜 각종 여혐 발언을 완벽히 없애는 그 날은 멀고 또 요원해보이지만,
여혐 발언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내가 미워질 때도 많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회원 여러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앞으로 바지 입고 꽃길만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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