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밴드- 페미닌 콤플렉스
미국의 어느 집 지하실에서 5명의 여자가 구성원인 한 밴드가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하다가 붙이게 된 이름, 페미닌 콤플렉스. 여느 밴드이름이 그렇듯이 특별한 표면적 의미는 없다. 그저 모든 멤버가 여자라는 것 외에는. 1966년 미국의 네슈빌에서 17-19세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로 학교 농구팀에서 만났다고 한다. 80-90년대 개러지* 밴드들처럼 집 지하실에서 연습을 하며 미인대회 찬조출연 등 지역무대에서 활동했다. 꽤 인기도 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68년 ‘Living Love'라고 하는 단 한 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지게 된다. 그로부터 27년 동안 잊혀졌다가 오래도록 잃어버린 개러지 밴드, 페미닌 콤플렉스의 유일한 앨범이 미국에서 재발매했다.(최근에 이 앨범을 한국에서도 라이선스 발매했다.)
(* garage :<사전에서>【음악】 뉴욕에서 시작된 하우스 뮤직의 일종 《소울 뮤직의 성악 요소를 도입》* Garage Rock(혹은 band) : 미국 젊은이들이 garage(창고)에 모여서 밴드를 만들고 연습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
이 재발매 앨범 관계자는 우연히 이 밴드 앨범을 들은 후 뛰어난 음악성에 놀랐고, 이들을 찾아 나섰다. 현역 뮤지션이 아니고 27년 동안 자신들조차도 잊어버렸을 “페미닌 콤플렉스”란 이름을 지녔던 그들을 찾는 과정이 어땠을지를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멤버 모두는 전화번호 책자 혹은 결혼자료 문서보관소를 통해 추적을 거듭하여 겨우 연락이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토록 훌륭한 앨범을 낸 그들은 사라졌는가. 이 역시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오르간을 쳤던 페임 스테판은 갓 입학한 학교 교장이 밴드냐 학교냐 선택하기를 강요했고, 라나와 진은 농구팀에 다시 합류해야 했으며, 남은 멤버 민디와 주디는 계속 밴드를 지속하려고 했으나 첫 앨범이 세상에 나왔을 때에는 페미닌 콤플렉스는 더 이상 남아있질 않았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누구는 실력이 고만고만하니 사라진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실력 있는데 왜 사라졌는가 묻는 것이 아니다. 왜 여자밴드는 이렇게 간단하게 사라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60년대에라도 남자밴드는 많았고, 세상이 기억하는 밴드만 해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락을 하는 여자밴드는 거의 기억되지 않으며, 그나마 앨범을 냈다는 밴드도 이렇게 사라졌다. 사회적 지지, 여자 밴드에게 기대하는 사회적인 눈초리의 문제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들을 찾아낸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나이, 성별, 성격 관계없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라지만. 페미닌 콤플렉스는 그 격려도 없이 부모님들의 애정어린 지지만으로 시작했다.” 이것이 페미닌 콤플렉스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밴드가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토록 연주하고 노래하고 싶어서 밴드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찰나같은 시간을 보내고 포기해야만했고, 얼마나 간단하게 흩어져야만 했는지를 그 과정이 어땠고, 음악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간단히 묻히게 되었는가를 상상해본다. 또 뒤집어본다. “페미닌 콤플렉스”가 “매스큘린* 콤플렉스” 였다면 과연 그렇게 해체되어 잊혀졌겠는가 하고. 그들이 비틀즈만큼 유명해졌을지 누가 아는가. 이렇게 그들의 성별만을 바꾼다면 그들의 일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나는 그들이 밴드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 부러워하면서도 한편 연민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그들의 음악과 함께 사진을 보며 지금은 누구의 아내가 되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슴 한쪽이 뭉근한 게 얹힌 기분이 되고 있다.
* mas·cu·line: 남자다운, feminine의 반대말
- 글쓴이 : 타기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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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단합니다. 타기님 글 어디엔가 싣어야 할 거 같은데....물론 여기 훈늉한 곳에
이미 실렸지만...^^
음악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께요.. 웹에 올려놓고 비쥐엠으로 깔면 되지 않을까요?
'영자위' 다운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으면서도, 모르는 음악에 대해서 잼나게 써준 탁의 글을 읽고 '아!~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알게 되었네요. 모람세상에 음악을 올릴 수 있다면 페이지가 열릴 때 음악을 들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되는군요.
본문 밑에서 다섯번째 줄에 있는 '비틀즈만큼 유명해졌을지 누가 아가.'라는 표기...
과연 '누가 아가'일까요? 땡!
'누가 아나'입니다.
타기의 글...재밌게 잘 읽었슴다. 페미닌 콤플렉스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오~ 타기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어요~굿~
밴드 사진으로 교체하려는 중인데, 사진이 없어서 집에 있는 앨범 찍어오려는데..디카가 어딨지? *_*
ㅋㅋ.. 엑박. 근데 왜 엑박이 뜰까?
대문에 보이는 사진이 엑박이에요! 수정해 주세요!
오홋, 몰랐던 이야기가 아주 쉽고 잼나게 읽히네요. 다음번에도 타기의 음악편지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바로 수정 들어갔습니당~^^
수정바랍니다. 타기는 틈이아니라 바닥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