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보는 터키-여진여행기2
터키 여행기 시리즈 두번째...
저녁에 있는 야간이동을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오토갈(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오토갈에서 짐을 맡겨준다고 하여 짐 맡기고 시내를 돌아볼 예정으로 오토갈에 일찍 왔으나 수많은 매트로(버스회사 이름)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하고 해매기 시작했다.
매트로(지하철) 매표소 부근에서 커다란 짐을 놓고 우왕좌앙하고 있고, 매표소에 가서 물어봤으나 영어가 통하질 않는다. 대략난감한 상황.
매표소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우리를 안타깝게 생각한 매표소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서 우리와 통화를 시켜주었으나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다시 매트로 로비에서 난감한 정신에 서 있으니 결국 매표소 아저씨..우리를 부른다. 손짓,발짓으로 우리의 짐을 맡아달라고 이야기하자마자 껄껄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한다. 진작에 손짓,발짓으로 할껄...괜히 사서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신기하기는 하다. 우리가 고생하는 것 같으니까 전화도 걸어보고, 우리가 문제해결을 할 때까지 지켜봐주고..관심 가져주고,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같았다.
세계 만국의 언어는 타인을 향한 시선과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날.
그 도시 사람들을 만나니, 그 도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스탄불은 흔히들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라고 하는데, 커다란 대륙이 해협을 두고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스보러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유럽쪽과 연결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아시아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많이들 여행하고, 알려진 곳이 유럽지구쪽이고, 아시아지구는 터키인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조용한 곳이다. 이스탄불을 떠나기전 아시아지구쪽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시아지구 근처를 구경하다가 아사놀두 히사르에서 탁심(이스탄불 최대의 번화가, 강남역? 명동?)가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동양인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것이 신기한듯 여학생 3명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조심스럽게 그 중 한명이 우리에게 묻는다. 어딜가냐고..탁심광장 간다고 했더니 거의 놀래서...그녀들이 당황해하며..버스가 없다고...그리고 굉장히 가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난감....그 여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막 이야기 하더니...어떤 차를 한대 세운다. 그 여학생 3명이 뭐라고 뭐라고 승용차 운전사와 보조석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하더니...우리 보고 승용차를 타라고 한다. 와~~고맙다는 말을 하고 승용차를 공짜로 얻어타고...족히 30분은 넘게 왔다. 다리 2개를 넘어야 하는 것이였으니까....여행 잘 하라고 끝까지 데려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버스정류장 가는 길까지 세세히 설명해주고 떠나는 터키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에 뭉클뭉클한 무엇인가가....참 신기하고 고마운 경험을 갖게 해 주었던 여고생 3명....
탁심광장으로 가기 위해 그들이 데려다 준 곳에서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멜하바'(터키식, 안녕)한 마디를 했고, 그들이 다시 인사를 하고, 웃으며 지나가니, 나의 덧니를 보고 계속 웃으며 '규젤'(예쁘다)한다. 앞서 걷던 2사람이 잔디밭에서 우리를 기다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붙인다...탁심광장 소매치기 조심해라..차낙칼레에 오면 꼭 와라(핸폰, 주소 다 적어줌), 어디가 좋다. 탁심가는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고, 버스 번호도 찾아주고, 버스 아저씨께 탁심간다고 알려주고..우리가 먼저 버스타고 떠날때까지 지켜봐주고...정해진 루트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지를 다니고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나 무엇을 경험하는 가가 여행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 날이다.
탁심광장을 둘러보고 도착한 곳이 갈라타대교. 갈라타대교를 구경하고 그 근처에 있는 트램역인 에미뇨뉴역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한여름 장대비가 되어 발걸음을 묶어둔다. 오늘밤 야간이동이라 비에 젖으면 100% 감기행이다. 여행초기에 감기라...생각만해도 싫다.
비를 피하기 위해 광장의 나무 밑에 있는데, 거기가 라마단(단식, 이슬람교에서는 1년에 한번 한달간 단식을 한다. 해가 뜨기전 식사를 하고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단식을 하고 다시 해가 지면 식사를 한다) 무료급식소 근처였다. 그때 누군가가,급식을 받기 위해 줄에 서있던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자신이 입고 있었던 우비를 벗어주며 후다닥 뛰어가버렸다. 고맙다는 말 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오늘 하루는 정말로 터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다 참 따뜻한 사람들이였다. 매트로의 아저씨, 아시아지구의 여학생들, 승용차 태워 준 젊은 아이, 길거리에서 만난 터키부부, 우비 벗어주고 가는 사람들까지.....오토갈로 가는 역에서 매트로를 찾는 우리에게 직접 매트로까지 찾아주고는 돌아가는 터키 사람들까지...'테쉐크르 에데림'(대단히 감사합니다.)이 입에서 익숙해지게 만든 날이다.
새로운 사람, 넉넉한,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벅찬 하루를 보낸 날이다.
세계 만국의 언어는 타인을 향한 시선과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날.
그 도시 사람들을 만나니, 그 도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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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문화는 어떻게 해야 만들어 지는 걸까요. 나는 해가 갈수록 내 일만 챙기고 다른 사람은 외면하는 데 익숙해져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돈데.. 여진이 '먼저 인사하기'를 다짐한 마음이 생길만 한 곳이네요.
막연히 알고 있는 터키... 가고 싶어지네요.
나두 가구 시포요. 역시 좋은 문화유산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글이었어요. 터키인들은 정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팍! 잼있었어요
꼭 가렵니다, 터키!
터키는 훌륭한 문화유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잘 어우러진 정말 기억나는 나라야
마음이 찡~~~~합니다.
정말 이런 여행이 진짜 여행이죠. 터키는 터키 사람들 때문에 여행이 좋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