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미를 보며 잡담..
여성주의 문화에서 오는 부담감입니다. 문화이야기에 제일 먼저 시선이 가고 반갑지만 정작 내가 쓰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은 비단 전문가냐 아니냐를 떠나서 내 얘기를 하는 것임에도 전 여성주의 문화는 남과 다른 시선을 견지하고, 통찰 있게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상이 특별하거나, 그걸 보는 내 눈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류문화에 비해 대안적인 문화는 직접 만나기가 어렵고, 내가 쓰기엔 조심스럽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이 저만의 문제이길 바랍니다. 이번엔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쓰자고 사람들에게 약속했지만, 또 끙끙 앓다가 오늘까지 시간을 끌고 말았습니다. 변명이 너무 길어서 탈이군요. 전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소릴 많이 듣습니다. 뭔가 부산스러운데 뭐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최근 제 인생에서 큰 일을 접은 후 마구 처지려는 자신을 다잡자고 결심한 것 중 하나가 보고 싶은 건 보고 살자입니다. 그래서 요즘 꽂힌(?) 뮤지컬을 반복 관람 하고 있습니다. 참 미친 짓 같습니다. 그런데도 즐겁게 미치는 기분이 듭니다. 그 미친 뮤지컬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뮤지컬 쓰릴미. 미국 시카고에서 1920년대 아동 살인사건의 두 명의 범인이 잡혔는데요, 이들은 희대의 살인마로 떠올라 검거와 재판과정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온 이 작품은 이들 범인들의 동성애 관계와 사건 후에 대해 그린 짧은 90분짜리 뮤지컬입니다. 요즘은 팬덤문화란 게 흔한 일인데요, 다모폐인, 미사폐인에 이어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후회폐인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동성애 관계에 대해 신파 멜로를 전개하면서 사실적인 묘사로 호평을 받은 인디영화계의 스타입니다. 주류 시선을 거부한 거침없는 내용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고, 이 영화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는 팬을 양산한다더군요. 이 소위 동인문화에 대한 열광이 이제 뮤지컬까지 닿은 것이 아닐까요. 뮤지컬 쓰릴미 공연장을 가면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거나 여성관객을 대동한 남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저도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다 보니 관객의 성향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극 성격상 박수를 금지하여 관람객 반응을 극도로 자제한 공연임에도 몇몇 관객들은 배우의 동성애 묘사에 반응을 보이거나, 극에 집중하지 못하고 꼼지락댑니다. 이들 다수는 남자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으로 볼 때 단언하긴 어려워도 뮤지컬 지망생들을 제외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다수의 여성관객들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극에 몰입하고, 그날 그날 공연을 자세하게 모니터한 내용을 폐인이 모인 각자 팬카페 같은 곳에 올리고, 다른 팬들과 끊임없이 나눕니다. 보통 뮤지컬 동호인들이 대부분 여자들이고 이들이 티켓파워를 가지고 공연마다 몰려다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쓰릴미 팬덤 역시 좋은 작품에 대한 환호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에 동인문화가 가미되어 좀더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은 단순한 화성의 몇 개 노래와 피아노 한 대로만 이뤄진 연주, 단 두 사람의 등장인물이란 설정 안에 기존 뮤지컬 작품의 흔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동성애 관계로 얽힌 두 남자의 사랑과 배신 얘기가 우선 다릅니다. 3월 초연 시 저는 시놉시스에 끌린 후 사람들과 나누는 후기들을 접한 후 이렇게 반복해서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으니, 이 스릴러의 흥행은 자체로 반전이로군요. 많은 관객들이 주목하는 것은 등장인물 ‘그’와 ‘나’가 정말 사랑을 했고, 정말 배신을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살인을 공모하고 종신형을 받기까지 이들 모습이 배우의 해석에 따라 각 캐스팅 페어(이 작품은 2인1조이므로, 통상 이렇게 부름)마다 다른 작품처럼 보입니다. 무대공연이란 특성상 매일 다른 공연, 해석이 있기에 팬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페어에 열광합니다. 그리고 공연마다 달라진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두고 설왕설래합니다. 여기에 긴장 넘치는 연기를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이들의 비주얼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지면이나 영상만으로 느끼던 동인문화가 연극적 요소와 유려한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재현된 듯한 쾌감을 느끼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저는 동인문화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마도 이 정도로는 동인 문화라고 말할 수 없을 테지요. 하지만 팬들의 현상은 연극이나 무대가 그동안 품지 못한 욕구의 반영이 아닐까요. 이 공연을 둘러싼 팬덤 문화는 폐인들의 매니아 문화로, 동인문화로 치부하기엔 좀 커다란 현상이 된 것 같습니다. 상업적인 장르인 뮤지컬일지라도 특히 외국에서 히트한, 혹은 대중적인 소재에 몰리는 우리나라 뮤지컬 현실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이런 소재도 동인문화란 갇힌 장르에서 벗어나 좀더 대중 속으로 극장 속으로 퍼져 나가야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좀더 논란을 일으키고, 저건 매니아들이나 좋아하는 거야..저건 비일상이야..하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진 편견을 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뮤지컬 헤드윅은 우리나라판 헤드윅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아쉬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배우가 트렌스젠더 헤드윅에 대해 희화화하거나, 트렌스젠더란 선입견의 틀에 갇혀서 표현하는 방식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쓰릴미 작품역시 번역 몇 군데에서 팬들은 눈에 거슬리는 원작과 다른 잘못된 의역을 발견하고 얘기한곤 합니다. 예를 들면 ‘annoying(귀찮게 하는)’을 우리 작품에서는 ‘재수없게도 변태 같은…(귀찮게 한다는 뉘앙스)’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을 수입하기만 급급했지 번역에 있어 관객들 인식에 끼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아 동성애 편견을 조장하진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제작사의 암묵적인 태도가 오로지 동인문화에만 열광하는 문화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지도 못하는 것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남자들의 게이코드 얘기만 무성합니다. 하지만 레즈비언의 얘기를 다룬 작품은 무대에서 만날 순 없을까요.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도 다뤄졌으면 합니다. 이제 무대에서 여자들이 이성애에서 상처입은 모습은 그만 봤으면 합니다. 그러나 뮤지컬 현실은 이성애 주류문화에서 상처받은 여성 등장인물들이 피해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뮤지컬이 음악은 현대적이고 앞서는데, 내용은 아직도 17세기 오페라 에서 벗어나지 못한달까요..잠시 옆길로 빠져보면 어제 본 웨스트사이트스토리는 비록 미국작품이지만 한 등장인물이 소위 영화 '피고인'에서 묘사된 폭력을 당하는 씬을 극장 무대에서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제 앞자리엔 12세 이하로 보이는 초등학생도 관람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표현이 아무 생각없이 이뤄지는 뮤지컬의 현실이 참 싫더군요. 언제나 수입작이라고 무턱대고 믿을 게 아니라 자기들이 하는 표현이나 묘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는 문화가 뮤지컬계에 넘쳐나야겠습니다. 에고 이제 시간 나면 늘 보던 작품 말고, 영화 원작의 뮤지컬 스핏파이어그릴(상처받은 여자들이 모이는 스핏파이어그릴 카페를 둘러싼 얘기)를 보러 티켓이나 알아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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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에서까지 불을 지를줄이야.. 자자 어서들 오세요오
우리..대학로에서 만나요오~
I석 좋아요. 제가 거기서 본 적 있는데..무대를 위에서 훤하게 보기 좋다더군요.
단 좌석이 조금 높으니 굽높은 신발을 신기를 권합니다.
날리 예매했어? 언제로? 날짜 맞으면 만날 수도 있겠다
예매했슴다~ 앞자리 절대 없어서, i석으로.. ㅜ.ㅜ 괜찮을까?
바다말도 틀리진 않는데요. 사람들 말론, i나 G열에서는 무대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
오히려 앞자리에서 볼 수 없는 배우 연기 몇몇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참 정말 공연 보실라우?
최+율을 강추합니다... 주관적 편견으로..ㅎㅎㅎ
누가 좋타 우열을 가리기가 ㅋㅋ 상당히 주관적이랍니다
걍 티켓 조은데 있으면 그걸로 보시는 것이 좋켓습니다
A~E 열까지 는 괘안코 좀 뒤로 가면 점점 힘들어 집니다 ㅋㅋ
예매해볼라는데, 류정한 꺼는 이미 끝났당.. ㅜ.ㅜ 누구게 좋아요? 최재웅, 김무열, 이율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글씨가 넘 붙어서 읽기 힘들다는.
메모장에 붙여넣어서 읽어야겠슴다ㅋ
대학로에서 아는 사람은 이젠 다~ 아는 쓰릴미 7/22일까지고요
등장인물 새로운 '나' 가 캐스팅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티켓은 더욱 줍기 힘들더군요 끄응.. 계속 주우러 댕기고 있슴..
와. 넘 재밌어요. 디게 유명한 뮤지컬인가봐요. 저는 여기서 처음 들었다눈;
좋은 자리 기다리면 못 볼 것 같으. 나쁜 자리라도 얼렁 보고 싶다
자리가..자리가..별로여도 괜찮나요? (아 내가 괜찮지 않으려나..ㅎㅎㅎ)
같은 쓰릴미 폐인..은 아니지만 몹시 열광하고 잇는 한 사람으로써
매우 방가운 글입니다(사실 좀 부추겼드랬죠)
자신이 젤로 파고드는 것에 대해서는 좀더 심도잇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참고로 앵콜공연이 진행중인 대학로 쓰릴미 공연은..좋은자리 찾기 매우 힘들다죠
언니들의 티켓몰이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ㅎㅎ
폐인...........궁금하네요.
여진 .. 번개 한번 조직해봐. 시간되면 나도 붙을테니까.
쓰릴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에 어딘가에서 재미있는 평을 보고 함 보러가야지 햇는데 모람세상에 이 글이 있어 반가웠음...
글을 보니 쓰릴미가 갑자기 화~악 떙기는 군. 쓰릴미 보러가는 번개한번 쳐볼까?
ㅎㅎ 따우 전화받고 그 코멘트 삭제했구요. 따우에게> 방금 수정했습니다.
처음에 올라왔을때 글자크기가 너무 작아서 글자를 좀 키웠습니다. 너무 크다라는 타기의 댓글을 봤는데...사라져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