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 3월의 '새삼' 만나는 날! *
세상 만나는 날, 이라고 하여 밖으로 나갔다.
마침 3월의 폭설, 길은 질척이고 바람은 맵고 간만에 생리통으로 허리가 아프고.
그래도 바깥 공기 맞으면서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기분은 괜찮았다.
그치만 '세상 만나는 날'이라니. 난 나름 활동가라고-_-v
세상을 더 잘 만나기 위해, '새삼' 만나는 날 이라고 혼자 마음 정해버리고
민우회 비활동(?) 회원이자 대학 총여에서 인연이 맺어진 두 친구를 '새삼' 만나러 갔다.
한국 성폭 열림터의 전 활동가였던 거북은 최근 이직을 하여
<더 트리그룹>이라고 하는 심리치료센터에 있다.
점심시간에 보기로 약속을 했던 터라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직행~
일단 매우 아늑하고 쾌적한 사무실 환경에 감탄 좀 날려주고~
-더트리그룹 방문 인증샷-
이곳은 '다이렉티컬 행동치료'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곳으로
미국 학자가 개발한 일명 DBT라 불리는 치료요법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휴한 곳이라고 한다. 감정 기복이 커서 조절이 어렵고 자살 충동이 극심한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하니 알아두었다가 주변에 소개하거나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거북도 성폭력피해 내담자를 지원하면서 자살, 자해, 사회적 관계 형성에 극심한 어려움을 갖는 경우 이곳을 연계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물론 세션비용이 만만치는 않아서 외부 개입이 절실히 필요한 극심한 상황일 경우 찾으면 좋을 듯;
아무튼 이전의 활동을 매듭짓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거북은 조금은 상기되고 긴장감있는 모습이었다.
오늘 새삼스레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니 매우 부러워한다. -_-*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칭찬하기에 매 달 어떤 걸 하며 이 시간을 보내면 좋겠는지 아이디어를 좀 나눠달라했다.
별다른 건 없고 지극히 목적의식적으로(-_-!) 회원가입 유도를 위해 지인들을 찾아가 만난다든지, 활동하면서 책 뒤적이면서 내용 근거를 지식으로 습득하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할 때가 많으니 도서관에서 사업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습득하거나 영화, 전시관람 같은 거 하면서 영감을 얻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참고하자.
요즘 나의 마음을 매우 어지럽히는 '낙태' 논쟁에 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역시나 프로라이프 작태에 어이없어하며 '무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답답하다'는 나의 뜻에 동의하였다. -_-?!
-거북이에요;; 사진을 안 찍어서리;
사실 여성단체에서 어떠한 주장을 가지고 가기에 살펴야 할 지점들이
너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지라;; 그러는 사이 수술 기간을 놓치거나
과다한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등등 피해는 온통 개인 여성들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_-!
같이 분노하며 퍼부었으나 딱히 대책은 없었다. 그래도,, 그러다보면 뭐가 나오겠지 하는 맘으로다가;;
그 밖에도 나의 유럽여행 계획에 흥분하고 부러워하기, 거북의 이후 계획에 대해 공유하기와 같은
사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마침 상담원교육 때 정신적후유증 강의를 더 트리그룹에 요청했던 터였는데
강사로 오시는 채송희 쌤을 뵙고 인사나 하고 갈까 하다가 업무시간 너무 잡아먹는듯 하여 걍 나왔다.
#2. 이태원의 자비.
다음 약속장소는 이태원. 자비가 일하는 '막달레나의 집' 현장상담센터가 있는 곳이다. 한창 업무시간이라 사무실에 가지는 못했고 근처 던킨도넛에서 짧고 굵게 자비를 만났다.
이 날 자비는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언니'를 만나고 사무실로 돌아와 면접상담을 하고 나서야 나를 보러올 수 있었다. 해야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최근 몇년간 지원받던 프로젝트 공모에서 떨어져서 점점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열악한 재정 상황은 마찬가지인 듯.
- 여기는 이태원이다 오버.
자비의 표현에 의하면 이태원은 정말 신기한 곳이란다.
성매매 여성의 국적이 한국여성에서 외국 여성으로 점점 바뀌는 다른 집결지들과 달리 이곳의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소수의 조선족, 필리핀, 러시아 언니들이 있다고 했다. 고객은 대부분 외국 사람인데 최근 경향은 관광 온 구매자들이 다수이고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 등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이주해온듯한 느낌을 받는 언니들이 많은 이곳에 현장상담센터는 동네 언니들에게 쉼터, 피난처, 뒷담화의 장 등으로 다양한 기능을 하며 친한 '동네사람' 역할을 하고 있다.
자비는 여성학 대학원을 다니던 중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이젠 논문을 써야하는 시기가 다가와 -_- 성매매를 주제로 이태원 혹은 이주를 키워드 삼아 논문을 쓰려고 생각중이라고 했다.
자비는 성매매 단체들끼리의 연대와 교류가 중요한 만큼 성폭력상담소나 다른 단체들과도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을 다지며 서로 상상력에 자극을 받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 만나는 날에 대한 아이디어를 물었을 때에도 관련있는 단체들을 방문해보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눠갖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낙태' 논쟁에 관해서도 나는 성매매 현장의 언니들에게도 절박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곳은 포주나 손님의 횡포가 극심하지는 않은 편이라 대부분 콘돔 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고,
피임에 대한 나름의 방편을 언니들이 마련하고 있는터라 자비가 지원해본 임신중절 사례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일이다.
역시 사적인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 소식도 주고받고,
아쉽지만 다음의 긴 만남을 기약하며 인사했다.
#3. 흠.
사무실에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래도 모르는 척 주어진 날에 충실히 밖으로 돌았더니 기분 전환은 되더라.
각자 영역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을 키우며 활발히 활동하는 친구들 모습에도 자극이 되고
저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른 것 처럼 정해진 방법이나 정답은 없다는 걸 다시 되새기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는 노력을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다짐.
자 아무튼, 잘 해보자는 말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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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바뀌어서 딴 글인 줄 알고 또 읽었당 흐흐~
오! 바뀐 사진 좋아요~ 움직이지 않는 사진이라서 더 좋아요! 어쩐지 움직이는 그림은 정신 없다고 느끼는 곰입니다;;;
자비님이 그렇게 지내고 있었군요! 홍홍
사진을 바꾸니까 화사해서 글을 자꾸 읽게 됨!
저도 곧 책 세미나 하러 막달레나의 집 갑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온 거 같아 내 맘도 훈훈.
글씨에 배색이 들어가 읽기 초큼 난감한고로 한글창에다가 붙여서 읽었네요~ ㅋ
요 사진 상큼하다:) 흐흐흐- 당장 봄이 온 줄 알았어요!
냐하짱~ 이 사진도 좋다! 화사해! ㅎ
앗 이런 부끄러운일이 ㅠㅠ 너무 막 퍼와서 출처를 못 찾겠어서 다른 사진으로 바꾸었어요 꺄앙 창피하네요 -_-;;;
예, 여경 말이 맞아요. 제가 퍼가려구 물어본 건 아니구, 출처를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나, 곰이 얘기한 부분은 하나짱이 퍼온 곳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안전(?)하지 않겠냐는 말인 거 같아용!:)
곰 나도 퍼온거 ㅋ 허락을 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나 마음껏 ㅋ
캬- 뭔가 하지 않던 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세워 잘 다녀오시고 멋진 글까지 남겨주시니 그냥 이 정보를 앉아서 습득하는 저로서는 황송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성매매/폭력 이런 것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있어 하는 주제인데 거북 님이 그것에 대한 논문을 쓴다니 저도 같이 두근두근합니다! 모쪼록 훌륭한 논문이 탄생되길 기원드립니다~
저... 맨 위에 움직이는 그림, 아즈망가 대왕 그림 맞죠? 출처 없이 써도 되나요??
음케케 조만간 민우회에도 놀러오라는 성원을 전하도록 할게 ^-^
와-! 잘 만나고 왔구나. 자비님과 거북님 뵙고 싶다. 뭔가 매력적인 녀자들이다. :)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멋진 녀자들, 이 녀자들과 지속적으로 네트워킹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이런 네트워크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