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자원활동가를 두려워한 민우회
#. 아무도 안궁금해 할 오디와 여경이 처음 만났을 때
처음 오디를 만나게 된 건 민우회 사무실 첫출근 전에 참관한 2009년 총회 때 였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뭔지 모르던 그때, 전대표이신 생기 쌤의 굳바히 무대를 하며
오열(내 눈에는 그리 보임)하던 활동가들과 그걸 바라보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눈물을 그렁그렁 하고 있는 나를 봤다.
그리고 뒷풀이 자리에서 바람이 오디를 소개 시켜줬다. 그렇게 오디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주눅들어 있는 나에게 (제법 수줍음이 많다) 여유있는 포스로 말을 걸어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간도 안되 집에 왔다. 여튼, 그 이후에 오디와 <함께가는 여성> 편집이루미를 함께하며 연을 이어갔다.
별 거 아닌 듯해 보이겠지만 우린 서로 애틋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약간 억지다- _-* 이히히)
여튼, '우리 언제 만날까?' 놀이를 7번쯤 하느라 두달이 지났고, 겨우 만났다.
#. 그녀가 일하는 곳은 광화문
셔츠에 넥타이 혹은 샤랄라 원피스 혹은 투피스 정장차림으로 고층빌딩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와글와글 한 그 곳. 일부러 신경쓰고 얌전하게 하고 갔는데 오디가 날 못알아 봤다. 두둥!
그 이유인즉슨, 마지막으로 봤을 땐 빨간 머리에 찢어진 티에 스타킹을 신었었는데,
그날은 "여기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바지에 티입었..;;)이였어서.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홍대언니는 쎄게 입고 갈 껄 하는 잠깐의 후회와 함께
샤랄라 원피스의 오디를 보며, 아 예쁘다-_-* 했다.회사가 많은 곳에서 점심메뉴 정하기에 대한 어려움과 식당앞에 줄서기의 묘미(?)를 느끼며 모밀을 먹으러 갔다. 후루룩 쩝쩝-
#. 자원활동가를 두려워한 민우회;ㅛ;
자원활동가 붐이 한창인 요즘. 오디가 민우회와 연을 맺게 된 이유도 자원활동 때문이었다.
고학년이 되니 동아리에선 잔소리하는 선배가 되어갔고, 다른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러다 참여연대 청년연수 프로그램을 하면서 한창 열심히 활동을 할 때가 있었고, 출근도장 찍냐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속에서 '형이 말이야~ 오빠가 말이야~'하는 불편한 것들이 존재했다고.
학내에서도 그랬고 참여연대에서도 그랬고 그래서 여성들만으로 집중된 단체에 가고 싶어 여연에 소속된 단체들 사이트를 죄다(?) 들어가 봤단다.
(단체 이름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이유는 오디가 그래도 된다고 했으니까 )
여튼, 오디는 여성운동을 하면서 노동도 하고 싶고, 평화도 하고 싶고, 뭐도 하고 싶고 해서 각각의 이슈를 보다보니 한 번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처음부터 제껴놓은 민우회(참여연대와 같이 백화점식 단체는 가고 싶지 않았단다-_-ㅋㅋ) 홈페이지를 들어가게 됐다.
그래서
연락을 했는데
했는데
그랬는데
글쎄...
자원활동가를 안 구한다고 했단다.........
(역시 쿨한 뇨자들;; 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진짜? 안구한다 했던 것인가?!
지금은 자원활동 오실 분 없냐며 굽신굽신하고 있는데? -_-..ㅋㅋㅋㅋ
마침 휴가철이라 담당활동가가 없다고 나중에 연락주겠다고 하고선 계속 연락이 없었단다.
그래서 오디가 다시 연락을 했는데도.... 또 처음 듣는 것 처럼 전화를 받았었다고;;
그러다 언제 휴가에서 돌아온다고 그때 연락을..이라고 하고 또 연락이 안와서...ㅠㅠ
진짜 안구하는 거냐며 삼고초려도 아니고 3번이나 구지구지 연락해서 연을 맺었다.
(진짜 민우회가 좋았구나! 나였으면 뭐 이런데가 다 있어? 했을텐데=_=;;)
#. 메이져단체 민우회. 알고 보니 불쌍하고, 일 시키기 힘들어 해
어렵게 시작된 인연.
이전의 활동공간, 사람들 사이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여성운동하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크긴 했지만 '아무래도 민우회는 메이져 단체니까... '하는 접고 가는 마음도 함께-
이전에 활동하던 소규모(?) 단체나 모임에는 있지만 참여연대에는 없던(이후에도 참여연대 엄청 나옴;;)
'별칭문화' '나이묻지 않기' 등은 없겠지 했는데! 이게 또 민우회의 대표적인 조직문화라는 것! - -)///
두번째 감동한(?)점은 민우회가 너무 영세한 곳이었던 거였다. 고시원 2층 철문에 막막ㅠㅠ 그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는 깔끔하고 깐깐하고 막 그랬는데 사무실이 생각보다 지저분해서 맘에 들었... 아하하하. 영세하고 지저분한 걸로 감동주는 민우회.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민우회가 자원활동을 안구한다고 했던 이유에 대해 알거 같았다고 한다.
비교하자면 참여연대는 잡일(진짜 잡인 인 건 아니지만.. 단순 노동인데 그러니까 중요한 일이기는 한데 막상 하려면 지겨운ㅠㅠ)을 잘시키는데 (녹취, 워드, 정리 등) 민우회 활동가들은 그래도 여성단체 자원활동하고 싶어서 온 건데, 어떻게 그런 것만 시킬 수 있느냐며 우물쭈물했다고;;
'아, 일을 잘 못시키는(?)구나' 가 이유인 것.
지금은 달라진 양상을 보이는 민우회 활동가들.
"나 내일부터 휴가야! 하는 회원있으면 민우회와서 자원활동 어때?" 한다.
그 기폭제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면? (로그인해야 보실 수 있는 글입니다)
#. 사은품에 홀려 민우회 회원가입을 하고-
오디가 자원활동가에서 회원이 된 이유는 사은품(?)때문이었다.
회원가입하면 민우회 옷을 준다는 말에 개끼로(?)하게 됐는데.
어떤 티냐면.... 연두색 자전거....
그치만 너무 크고 튀어서 잘 못입었........... (@사진은 싱과 바람. 고맙고 미안해 ㅋㅋ)
여튼, 그거때문에 확 가입해버렸고.. 그때가 2007년 쯤. 이제 4년이 넘었다.
완전 재밌다!를 외치며 자원활동을 거부 하는 단체 민우회와 호락호락 캠페인 2탄을 하게 되었고,
학내에서 함께 활동하던 친구들을 불러 캠페인도 하고, 공청회도 가며 신나게 지냈다.
그때, 피켓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일이 직업인 활동가가 좋아보였다고 한다. 내가 중히 여기는 가치와 운동을 직업으로 갖는 건 정말 멋진 거 같다는 생각. 거리에 직접 나서며 얹게 되는 부분들이 대학생이던 오디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2010년 민우회 총회에서 회원공모사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제출!
멋지게 당선되었다. 여성운동 인턴제 등의 제안을 했던 이유는 뭘까?
"우선, 동아리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대학생들이 직접 행동하는 동아리를 만들고 유지하기보다는 기업이 학교에 끼면서 봉사단 등과 같은 형태로 모임을 꾸리는데 NGO도 그랬으면 좋겠는 거야. 대학생이던 시절 여기저기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생각이 나온 거 같아. 참여연대에서 불편한 점, 민우회에서 느꼈던 불편한 점들. 반대로 좋아던 점들- 대학이 아닌 공간에서 이런 것들을 직접 느껴보니 참 좋은 거 같으니 민우회도 대학교에 손을 뻗치는 거지! 사실 대학생들은 봉사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헌혈같은 거 하거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봉사단 같은 거 하고 그런 활동도 좋지만 여성단체에서 인턴하면서 여성이슈도 만들고 함께 하면 좋을 거 같았어"
#. 질투하는 여경, 참여연대가 그렇게 좋아?
근데, 요즘 민우회 사무실 방문이 뜸하다. 참여연대는 맨날가면서!
질투하던 나는 참여연대 사람들은 어떠냐며 슬쩍 물었다.
오디는 "참여연대 사람들은.. 친구처럼 되게 좋아. 많이 부딫히기도 하고 민우회랑 참여연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집에 잘 안보내고(?) 어거지로 술 마시다 친해지고 하는 과정을 겪으며, 헤어지고 사귀고 막 많이 친해졌고, 그중에 활동가가 된 사람도 있고, 직장인 등등 이래저래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참여연대에서 5년째 노래패를 하는데, 이번에 회장이 됐어. 처음에 활동할 땐 직장인들이니까 야근한다고 집회 못오고 하는 걸 이해 못했어. 뜨겁게 산다고 하는데 못오는게 좀.. 돈받으면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노래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다는 것. 올해만해도 10번 넘게 노래하고 있는데.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들이 하는 거니까 10년이 넘은 노래패. 직장인들의 열정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게 좋아. 그래서 요즘에 나한테 가장 핫한 이슈는 학생때는 학생운동, 학내에서의 여성운동 하면서 알게 된 이론들 처럼 직장인 운동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거야."
(민우회 소모임도 많은데 쳍쳍쳍. 우리도 재밌는데- 열정 풀면 되는데 흥흥흥)
" 맞아맞아. 기타치거나 세미나 하거나 인터넷 동호회도 되게 많지만 민우회라는 암묵적인 공감이 있는 공간에서 모임을 한 다는 것은 참 좋은 거 같아"
(그러니까 오디도 민우회 모임해! 흥흥흥)
민우회를 사랑하지만 참여연대를 더 먼저 사랑한 그녀는 본인을 불편하게 했던 그들의 조직문화에 변화를
조금씩 가져오면서 나름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별칭사용을 고집했고 그게 이제는 익숙해졌고, 5년째 활동하고 있던 노래패에서 5년째 막내인 오디가 회장직을 맡게되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해냈다. 곧 공연이 있다는데 민우회 사람들이 단체로 구경가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직장일기. 과장급 상사의 산후휴가에 힘들어 하는 오디. '난 여성주의잖데.' 와
회계담당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월급날이 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회사통장 돈) 빠져나가는 날이라는 '알 수 없는 헛헛(?)함에 긁적긁적. 숫자놀이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물어보자.
(지금까지 참여연대한테서 오디를 뺏어(?)오고 말테다!!!!라고 결심한 여경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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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었눈뎅~^^
위에 소중한 리플들 다들 감사하구용^^ 저의 공연은 11월 12일. 홍대 CY시어터극장에서 있습니다~! 민우회에 조만간 표도 전해주러 가야하겠구만요. ㅎㅎ
아하하^^ 글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오 여경^^ 내가 ㅊ단체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단 말이야?? 오 노노.. 내가 여경이랑 간사 대 회원으로가 아니라 너무 편하게 여기고 많은 말을 했나보이 ㅠ_ㅠ 다른 민우회 활동가들도 부디 걱정과 음…. 뭐 안 그러셔도 되구요!!! 꺄아~~~~ 암튼 내일 뮤지컬 빨래~ 보러 가서 많이들 만나겠네^^
오디님, 민우회 사무실 놀러오세요:)
아따 재미나다! 오디 진짜 얼굴이 아른아른하네~ 자주 좀 보여주셈!
여경 인터뷰 정말 재밌다~ 나도 오디님을 사랑하게 돼..됏:: 여경의 귀여운 말투가 귓가에 들려 ㅋ
질투하는 여경맘이 백분 느껴집니다...^^,꼭 뺏어오삼..ㅋㅋㅋ
저기 저 사진에 있는 전구모양 관(?)이 아직도 인상적이라는 ㅋㅋㅋ
반짝반짝한 아이디어 공작놀이 참 좋아하는 민우회- -)/
오 총회에서 상 받던 오디 기억나요 ㅋ
오랜만이다 오디! 히히 반갑네요.
사무실에서도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