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다방] 조숙현과 음주토크
어떻게 하면
현란한 표현의 토론문작성을 해볼까 머리아파하며 아침부터 결의한 야근에 돌입하려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창에 "조.숙.현"이라는 이름이 뜬다.
얼른 받는다. "어어, 숙현~. 응응. 술한잔? 오늘? 지금? 아냐아냐 가야지. 그래그래 알았어~" 날리가 뒤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었는지 한마디 한다. "누구길래 그렇게 쩔쩔매?"
그러게 말이다. 이 내가 '쩔쩔'매다니! 거만와 자신감의 아이콘 아니던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이미지일뿐, 대체로 나는 쩔쩔맨다규!(아님 말구)
여튼 내가 조숙현에게 쩔쩔 맸던건 사실인데 그 이유인 즉슨,
첫째, 매년 딱한번 연락해서 콘서트 티켓을 강매하고 있다. 둘째,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취소한바 있다. 셋째, 나보다 더 자신감포스다. 넷째, 이.쁘.다. 머 네번째는 안 중요하다.
숙현의 집과 가까운 동네인 이촌으로 이동. 드뎌 만났다.
웬지 나를 만나는 아담사이즈의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다. 나와 비슷한 키에 등치의 여자를 눈앞에 두니 웬지 목소리가 작아진다. 숙현아, 너 가고 싶은데로 가~.
호프집을 찾다 실패하여 횟집으로 들어갔다.
역시 한강근처 동네는 다르다. 가격이 띄융. @@
메뉴가 이거밖에 없나요?를 물으며 주섬주섬 일어나려는 나를 붙잡더니(좀 챙피해하는
얼굴빛....아닌가?...괜한 피해의식..) "이 근처는 다 이래요."라며 앉힌다.
그래, 얼마나 잘 나오는지 보겠어. 술을 조금만 마셔야겠군.
젠장. 비싸다고 양 많은 거 아니구나. 우리야 모르고 들어왔다만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머야? 괜히 한번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이 둘러봐진다. 멋찐 사람들. 통크구만!
이왕 나왔으니 맛있게 먹자며 보는데, 셀프초밥. 밥에 알아서 회를 얹어 먹는다는데,
부산스따일이란다.
배고플 때 보는거 금지. 완전 먹고 싶을껄? 소주도 한잔 하고 싶을껄?
회사다니기 싫어 죽겠다는 그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거냐고 묻는 그녀에게 달리 나도
할말이 없다. (알면 내가 그렇게 살지..)
10여년전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일가정양립"국제포럼을 할 때 국내 최대 통신 회사의 청년간부로 있던 그녀는 우리에게 토론자로 초청되었다.
"승진을 앞두고 있다면, 회사에서 무언가 성취하자 싶으면 임신과 출산, 육아를 고민하고 조절해야 하고 뚫고 나가야 하는 그런 직장.사회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또롱또롱 발표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정다지기, 여성주의 문화모임, 여성학세미나 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에 참여하는 열정을 가진 그녀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여성학세미나모임 때 우리가 함께 했구나..그때가 벌써 언제냐..
경력직 사원으로 현 직장으로 옮기면서 면접 때 민우회 이야길 자랑스럽게 해 면접관을 오히려
당황스럽게 한 그녀. 그때 아마 면접을 보고 난뒤 나에게 면접때 민우회 이야길 했다고 전했던
거 같다. 하지만, 전혀 기억 못하는 나. "거기 k*f 아직도 다니나?"
차라리 아무말도 하지 말걸.
"내가 경력사원 면접봤다고 했잖아. 언니, 대체 기억하는게 머유? 정말 넘 한다."
내 기억력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별로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오해하면 안되는데..나 원래 그래..
국내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인 직장에 다니면서, "나의 꿈의 일터는 민우회야"라고 하는 그녀.
민우회? 그렇지 그렇지. 완전 좋아. 관두고 오시구랴. 크크크. 얼마든지 웰컴이야. (너를 암흑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겠어)
자신을 생계형 노동자라며, 오로지 생계를 위해 너무나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모든 생활을 올인해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인생과 삶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가치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뒷풀이 자리를 참 좋아했던 숙현. 아이를 미룰만큼 일에 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했던 숙현.
이제는 두아이의 엄마임을 무엇보다도 행복해하고, 신입직원들이 뒤풀이에 잘 껴주지 않아 서운한 차장님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떻게 살아가야 할것인지..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싶어 고민하는 아름다운 숙현이다.
계속 부장님이 호출이다. 도망치듯 땡퇴근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장이 계속 불러댄단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일찍 퇴근하고 싶은데, 도대체가 맘편히 퇴근할수가 없다고.
부장은 여자냐 남자냐를 물었더니, 여자란다. 부장도 일이 많아서 그렇단다.
매번 일이 많은 건지 눈치 보느라 퇴근들을 못하는 건지 물었더니, 자기가 눈치보느라
퇴근 못하는 성격은 아니라며(그건 그래.) 눈치 보다는 퇴근이 더 중요하다며, 그럴정도로
눈치볼거면 안다니고 만다며(알았당께.) 문제는 일이 너무 많단다.
야근을 많이 하면 회사사람들과 술도 자주 마시겠네라고 물었더니, 그렇지도 않단다.
회사가 수원이라 서로들 집에 가느라 바쁘고, 2차는 무조건 금지되어 있단다. 노래방도 못가게 되어있고. 사실 상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렇게 지침으로 때리니깐 그것도 좀 별로란다.
너같이 능력있는 사원들이 많으니 여성임원도 좀 많아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했더니,
어느 부서보다도 여자들이 많은 부서에서 일하지만, 결국 간부회의에 가면 여자는 자신의 부서
부장님을 빼면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고. 예전에 비해 많이 뽑기는 하지만(여성들의 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결국 많이 살아남지는 못한다는 건데, 결국 조직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잠시 옆지기가 들렀다. 참 오랜만이다.
옆지기도 여전하다. 근처에서 친구만나서 우동먹고 커피마시고(건전데스네) 헤어진후 와잎이 민우회사람을 만나고 있대서 인사하러 왔단다. 여전히 착하시고 여전히 와잎 팬이시다.
10시 반밖에 안됬는데 정리하는 술집을 못내 아쉬워하며,
또 보자는 말을 진심담아 반복하며,
안녕을 했다. 숙현, 꼭 다시 연락할거야..10월에 콘서트하거든...
누구보다 자신감 넘쳐보이지만, 여린 감성의 소유자 숙현.
거칠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많은 문제가 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할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숙현.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꿈꾸고 함께하는 숙현.
한 개인이 가진 깊이와 색깔은 누구도 예단할 수 없고, 사회는 이러한 수많은 다양한 개인의 역동으로 숨쉰다는 생각이 웬지 더 머리속을 지배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생각하다가 쟈철을 이미 삼각지에서 갈아타놓고 또 갈아타려고 공덕에서 내리는
귀여운 실수를 했지만...(이런 거 자주 하면 치매온다는데...)
그만 써야 겠다. 헛소리가 자꾸 나온다.
*숙현, 니가 내 갤탭의 화질이 별로라며, 굳이 네 아이폰으로 찍어 내게 보냈지만,
내가 말했던대로 난 내 효도폰에 온 사진을 다운받는 방법을 모른다오. 그러니
이 사진으로 만족하렴. 근데 내가 아무리 다운받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대도, "언니,
스마트 TV는 아시져?(본인 일하는 곳 설명하며)"는 좀 너무했지 않냐!!! 그정도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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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ㅎㅎㅎ 난 이말 얼마전에 알았는 데,,,ㅎ 그치만 다운로드는 안다요~~후기 잘 봤어요..또, 숙현님 사진 속에서나마 잘 봤어요~~~반가와요^^
파하하하하하 큰 웃음 선물하는 모화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빵터졌다
(아 부끄럽다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모후하하하하. 와잎은, 와잎은........... 와이프의 줄임말이라오~ 나도 어디서 봤으.
별칭은 와잎님?인건가요?
프마. 멋진 삼단논법이야.
와우! 간지나신다~
내면에 꽉찬 포스도 인상적!!
마조..마조.. 그 동네는 왠지 다 비싸더라구요.. 박봉은 이쁜사람만 아나봐.. 나도 박봉아니까..나도 이쁜가?.쿄쿄쿄쿄쿄쿄
미모가 역시 듣던대로시군요!!흐흐 아 정말 저 안주밖에 안보인다. 맛있겠다. 숙현님 자주 뵈어요 :)
후기 잘 봤어요. 박봉이 뒤도안돌아보고 삼실을 나서게 했던 분이 이분이시군요.ㅎ 나도 한 번 뵙고 싶다. 글에서 사진에서 박봉이 그분을 뵙고 왔던 힘이 막 느껴진다아! 아 그리고 고급 안주 맛나겠당!ㅋ
윽... 배고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