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M라인] 고래씨, 독고다이에서 함께하는 여성주의자로
모람세상 새 코너의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되고 보니 어깨가 무겁네요. 이것의 전신인 ‘탐나는 다방’을 보면서 민우회의 중추 기둥들을 소개하는 코너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소개되는 것을 보니 중추 기둥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ㅎ.
저는 2010년에 회원 가입을 했고, 그해 민우회 송년회를 통해 데뷔했어요. 아니 그전에도 ‘모람 옥션’(지금은 없어진)을 통해 간접 데뷔를 했군요. 그때 전자레인지, 체중계, 기타, 스캐너 등 더는 안 쓰는 물건들을 무료로 내놓았는데, 이와 관련해 한 회원은 나중에 이렇게 털어 놓더군요. 제 이름이 남자 같아서 제가 중고 물건으로 언니들 낚시하려는 음흉한 남자인 줄 알았다고. ㅎ. 이렇게 맑고 무욕적인 사람을 두고서 말이죠. ㅎ.
이후 기타 소모임인 명치와 사진 소모임인 트라이앵글 활동을 하면서 멋진 언니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어디를 가든 가운데보다는 언저리를 편안해하는 편인지라 처음에는 그냥 후원 회원으로만 있을 요량이었는데, 어떤 인연의 이끌림 때문인지 그렇게 한걸음씩 민우회 안으로 들어왔던 것 같아요.
자생적 독고다이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어떻게 여성주의를 내면화하게 되었는지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민우회를 알기 전부터도, 비록 주디스 버틀러니 거다 러너니 정희진이니 이런 분들의 책은 안 읽었어도(그러고 보니 여태도 안 읽었네요. ㅎ) 여성주의적 의식과 감수성은 많이 내재해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이론’이나 ‘책’이나 ‘학습’ 등을 통해 여성주의와 만났다기보다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갖게 된 케이스 같아요. 아무래도 안으로는 극히 보수적이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가풍과 아버지에 대한 반감, 바깥으로는 너무도 인습적인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질림, 이런 것이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다고 저의 문제의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나 진영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어요. 아니 어느 정도는 집단성에 대한 알레르기 때문에, 또한 어느 정도는 언저리에서 세상을 가만히 관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저는 그냥 자생적 독고다이 여성주의자인 셈이었어요.
달빛과의 인연
민우회라는 단체는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허나 그 구수한(?) 느낌의 이름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저보다 선배들인, 의식 있고 센 중년 부녀자 클럽’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 인상의 민우회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민우회 회원이자 한때 회사 동료이기도 한 ‘달빛’의 영향이 컸어요.
달빛과 저는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했지만 점심 도시락을 매개로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서로 얼마간의 성향 차이가 있음에도 그것 자체를 인정해 주면서 ‘인정’과 ‘지지’와 ‘공감’에 바탕에 둔 수다의 향연을 펼쳤는데, 그런 것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절감했어요.
달빛은 민우회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민우회가 달빛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런 것을 보니까 왠지 더 응원해 주고 싶더라고요. 해서 민우회에 가입했어요. 달빛이 제비처럼 물어 나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우회 언니들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바뀌어 갔어요. 구수한 느낌에서 유머러스하고(삶에서 유머는 얼마나 소중한지요) 샤방샤방한 느낌으로 말이에요. ㅎ.
경청과 공감과 배려의 대마왕들
이후 기타 소모임인 명치와 사진 소모임인 트라이앵글 활동을 하면서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몸에 밴 언니들을 떼로 만났네요. 다들 부드러운 성정에 말도 조곤조곤하게 하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쫑코 주는 법 없고, 지 얘기 일방적으로 해대는 사람 없고, 섬세하게 말할 줄 알고 섬세하게 들을 줄도 아는. 한마디로 경청과 공감과 배려의 대마왕들 같았어요.
같이 있으면 평화롭고 순한 양이 되는 기분이 들어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그에 반비례해 세상에 대한 면역력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ㅎ. 민우회 친구들 만났다가 회사로 가면 초식 동물들과 있다가 육식 동물들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다고나 할까요. 모드 전환이 딱딱 안 돼요. 그게 요즘 저의 고민 가운데 하나라는.
고래씨
염소자리 / INFP / 취미계의 문어발 / 인문학, 기타, 산길 걷기, 책 읽기, 채식, 사진, 자전거, 음악 등 애호 / 택시 사랑 각별 / 특별히 믿는 종교는 없지만 예수며 부처 모두 좋아함. 일명 다신교 / '비현실적 이상주의' 좋아함. ㅎ. 세상을 움직여 온 것은 어쩌면 소수의 이상주의자들일 거라고 우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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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씨고래씨~~~
저도 소수의 이상주의자가 꿈이예요ㅎㅎ
우와 고래님!
독고다이들은 독고다이들끼리 놀면 됨. 독고다이진영을 만들면 됨 ㅋㅋㅋ
취미계의 문어발.. 심심하진 않겠어요.. 이것저것 할 것이 많아서..ㅋㅋㅋ
나도 한개씩 취미를 늘려가야 한가하지 않겠어요..ㅋㅋㅋ
취미계의 문어발! 특기계의 문어발보다 뭔가 멋져. 저도 취미 참 좋아하는데요..ㅋㅋ취미 있는 중년이 되고 싶은데 말이죠.
취미계의 문어발 ㅋㅋㅋㅋ 멋지다!!!
아아 자기소개하는 형식이구나~ 좋으다~
달빛이 고래씨에게 전한 민우회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새삼 고마워요 달빛.
고래씨랑 사진모임하게 되서 저 너무 즐거워요. 흐흐..
피차 언저리를 좋아하는 까닭에 술자리에서 근처에 앉게 되는 것만 같은 고래씨!
민우M라인의 첫 라인을 다정하게 잡아주셨군요 : )
트라이앵글에서의 새로운 인연 이어가면서, 아마 근처에 알짱거릴 저랑도 종종 놀아요 > <
고래씨 이힝 역시나 담백한 우동 국물같이 마음을 푸는 사람. :)
고래씨 반가워요. 역시 민우M라인의 첫테이프를 고래씨가 끊었네요!! 문학부터 음악까지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고래씨! 험한 바깥 생태계에서 모드 전환이 잘 안된다는 것 완전 공감^^
ㅎㅎㅎ 택시사랑 각별! 저는 누구게요? 고래씨.
비오는 아침, 출근해서 고래의 글을 보니 참 산뜻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