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들이 외쳤던 함성이 2004년 3월 7일 여의도 공원에서 울려 퍼졌다. 그 함성의 현장은 올해로 96주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 20회 한국여성대회(주최: 여성단체연합). ‘남녀가 함께 행복한 상생의 공동체로!’라는 기치아래 여연 지역 회원단체 회원 및 시민 1500여명이 여의도 공원을 보랏빛 물결로 가득 채웠다. 대회 주최측이 드레스 코드(파티나 참석자들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상징색깔, 또는 복장)를 ‘여성’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지정,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의미를 공유하고 연대감을 느껴보자는 취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보라색 의상이나 머플러, 귀걸이, 왕관 등으로 한껏 치장한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대회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인기 탈랜트 권해요씨와 전문 사회자 최광기 씨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본대회는 한국여성민우회 주부풍물패 ‘단비’의 길놀이가 흥겨운 축제의 장을 열었다. 정현백, 남윤인순, 이강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2004년 여성선언’에서 여성의 정치참여확대와 빈곤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올해의 여성 운동상’의 영애는 호주제의 생물학적 모순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에게 돌아갔다. 최교수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의해 ‘호주제의 근간이 되는 부계혈통주의에 대한 과학자의 의견’을 제출, 근거없는 부계혈통주의의 폐지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밖에도 여성권익 디딤돌, 여성권익 걸림돌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여성권익 디딤돌에는 여성의 이름으로 반전평화를 몸으로 실천한 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여성활동가 강인화 씨 외 12명, 보수적인 틀 깨고 여성, 장애인, 소수자를 강단에 세운 서울대학교 법대 안경환 학장,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에 알려내고 상용직화 방안 이끌어 낸 전국여성노동조합 학교비정규직 조합원 일동, 성매매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묻고, 국가상대 배상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끈 배금자 변호사가 수상했다.
여성권익 걸림돌에는 구시대적이고 퇴행적인 태도로 호주제 폐지에 찬물을 끼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성형수술을 통해 여성의 외모를 가꾸어 준다는 선정적인 이벤트를 통해 여성들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 동아TV ‘도전, 신데렐라’, 기저귀 발언으로 여성 비하한 예장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 여성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 빚은 이경재 의원이 선정됐다.
디딤돌과 걸림돌 선정자가 호명될 때마다 참가자 전원은 각각 파란색과 붉은색 카드를 흔들며 축하와 야유를 퍼붓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 전체가 함께하는 ‘상생의 탑’ 퍼포먼스. 상생의 탑 퍼포먼스란 부패한 국회를 상징하는 높이 8M, 지름 1M의 대형 원기둥에 퀼트를 감는 퍼포먼스다. 여연은 지역 회원단체들과 함께 지난 2일부터 ‘호주제 폐지’, ‘여성일자리 확대’ 등의 구호를 대형 퀼트로 제작해 이 날 대회를 준비해 왔다. 참가자들은 대형 퀼트를 감으며 강강수월래, 길쌈놀이, 지신밟기 등 흥겨운 축제 한마당으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한편 부대행사로 한국여성대회 20주년을 상징하는 시민난장 스무고개가 동시에 펼쳐졌다. 스무고개는 여성대회 기념사진 촬영, 페이스 페인팅, 제기차기, 말뚝박기, 평등지수를 알아보는 Yes or No 게임 등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되어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속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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