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NO다이어트NO성형' 캠페인~
캠페인 4시간 전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비, 오늘의 일기예보는 분명 '오전 중 비 그치고 갬'이었는데... 부정확한 일기예보가 지금처럼 원망스러운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민우회는 올해로 3년째 이 캠페인을 진행해 왔는데, 5월 6일 일기예보가 '화창한 날씨' 였던 적이 한번도 없단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죽어간 여성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시작된 'No Diet Day', 그 여성들의 슬픔이 서려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해 왔던 캠페인이 엉망이 될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염없이(-_-;;) 창밖만 바라보며, 빗방울이 가늘어지기만 기원해 본다.
캠페인 1시간 전
성신여대 입구, 하나로 거리 금연홍보탑(^^) 앞 캠페인 장소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그칠줄 모르는 비를 보며 노심초사 했는데, 그 덕분인지 빗방울은 많이 가늘어졌다. 휴~ 정말 다행이다.
캠페인은 우산 없이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길바닥이다. 길바닥에 이 캠페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나의 외모차별 지수는?' 발판을 붙여야 하는데 바닥에 물기가 너무 많아 청테이프가 붙지 않는다. 차들은 어찌나 많이 지나다니는지...
차가 끊임없이 드나드는 거리 한가운데 발판 붙이느라, 상근자들과 자원활동가들 정말 진땀 꽤나 뺐다.
>> 완성된 발판의 모습, 우산을 든 채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캠페인 5분 전
판넬 전시물과 거리투표, 발판 설치가 끝나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삼삼오오 무리지어 관심을 보이는 청소녀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띈다. 진행자들의 권유에 발판과 거리투표에 즐겁게 참여하는 사람들... 비 때문에 우울했던 마음이 확~ 풀리는 순간이다.
>> 비 맞으면서 캠페인을 준비 중인 상근자들과 자원활동가들~
드디어 캠페인 시작!!
정확히 4시 5분, '내몸의 주인은 나 - 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5월 6일 International No Diet Day 에 민우회에서 이 캠페인을 진행해 온 것이 벌써 삼년째.
>> 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 현수막과 판넬 전시물
이번 캠페인 내용은 특히 청소녀들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청소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업과 음식물 섭취에 장애를 받고 있는 청소녀들이 3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하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도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열등감에 빠져 지냈던 것 같다. 그때의 열등감은 성인이 된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런 에너지를 좀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당시에는 왜 이런 캠페인이 없었을까?
>>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녀들
(접힌 우산을 주목해 주세요. 캠페인 도중에는 다행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답니다^^)
나의 사랑스런 그림자
20분 정도 지난 후,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는 퍼포먼스 공연이 진행되었다. '나의 사랑스런 그림자'라는 제목의 공연이었다.
[뚱뚱한 그림자를 갖고 있는 여성이 사람들에게 시달린다. '맞는 옷이 없어요', '그래서 시집이나 가겠어?' 등등.. 괴로워하던 여성은 자신의 그림자를 벗고 뚱뚱한 그림자를 자르기 시작한다. 바비 인형같은 몸매로 바뀌는 그림자. 그림자는 자신감 있는 포즈로 서 있지만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고 찢어져 있다. 결국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쓰러지는 여성. 꽃을 든 소녀가 등장해 찢어진 그림자와 여성의 몸에 꽃을 놓아 주고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준다.]
비로 젖은 바닥에 쓰러진 배우의 열연과, 마지막 소녀가 했던 '당신은 당신이기에,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기에 아릅답습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공연이었다.
>> '나의 사랑스런 그림자' 퍼포먼스 공연
외모차별 개선을 위해 이런 노력을 해주세요!!
'못생긴게 죄'라는 말이 너무 당연한 사회, 획일화된 미인이 되라고 강요하는 미디어, 면접에서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뽑는 회사, '여자는 예쁘고 착해야 시집 잘 간다'는 말을 덕담처럼 하고, '살 좀 빼라', '옷차림에 신경 좀 써라' 라는 말을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이런 사회에서 누군들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가정과 학교, 기업과 미디어에서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제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외모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들을 청소녀들이 직접 발표했다. 이런 노력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사회적 제안을 발표하고 있는 청소녀들
>>> 외모차별 개선을 위한 10가지 사회적 제안 보기, 클릭!!
거리투표 결과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시민들과 청소녀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거리투표도 진행되었다. 3가지 질문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외모지상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에 대한 투표에서는 '남성은 능력, 여성은 외모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결혼문화'가 가장 많은 '스티커'를 얻었다. 그리고 '저체중 여성만 등장하는 TV'와 '면접에서 외모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업문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모차별을 가장 부추기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투표에서는 '예쁘고 착한 여성만 사랑 받는 신데렐라 드라마'가 가장 많은 스티커를 얻었고, '멋진 남, 멋진 여만 대우받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그 다음이었다.
'외모에 대한 말 중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살 좀 빼야겠다'와 '옷차림에 신경 좀 써라! 여자가 그게 뭐니?'라는 말이 꼽혔다.
>>캠페인 동안 진행된 거리투표
캠페인을 끝내며...
외모는 사람마다 다른 생김새일 뿐인데 우리는 왜 외모로 상처받고 차별 받아야 하는 걸까?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와 몸 관리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다이어트와 성형을 하도록 만드는 사회에 대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사회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이다.
외모차별도 결국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처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다양성과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그때까지 민우회의 캠페인은 쭈~욱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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