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액션
토론회후기 [국가주의와 여성의 몸 : 난자문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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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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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후기 [국가주의와 여성의 몸 : 난자문제를 중심으로]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학회에서는 최근 황우석 교수 사태를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의 몸, 난자 사용과 매매, 국가주의 담론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여성의 몸과 국가주의 : 난자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3월 17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열린 이 날 토론회는 여성학 관련 연구생들과 단체 활동가 등 1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한국여성학회 이상화 회장과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상임대표는 “여성학 연구자와 여성단체 활동가가 만나기 쉽지 않았다. 이 토론회를 시작으로 서로의 교류가 많아졌으면 한다.”는 내용의 인사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의 사회로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주현 교수(계명대 여성학과)는 ‘난자 : 생명기술의 시선과 여성 몸체험의 정치성’이라는 주제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황우석 교수팀의 복제세포기술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난자와 태아, 여성 개체간의 분리를 정당화하는 생명기술의 시선이 그러한 개체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여성 몸의 체험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김현철 교수(이화여대 법학과)는 현재 진행 중인 인공생식(인공수정)에 관한 법률안에 관해 언급하면서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임신, 출산, 피임, 낙태에 있어서 여성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여성의 결정, 통제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손봉희 활동가(한국여성민우회)는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민우회의 대응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민우회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발제를 통해 생명윤리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 2002년 이후 활동을 중심으로 ‘배아의 지위’와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 ‘여성인권’에서부터 인공생식법안에서 제기된 ‘여성의 재생산 권리’, ‘대리모의 허용 여부’ 등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서 여성단체들이 여성인권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여성인권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성과가 있었지만, 현실에 접근하고 대응이 구체화될수록 ‘생명공학기술과 여성의 몸’의 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발제를 마치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활발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 하정옥(서울대 사회학)은 난자가 한국에서 문제화된 맥락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의 담론이 ‘생명윤리’로 쉽게 안착해 오히려 여성의 현실이 ‘난자’에 가려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인공수정법안과 관련해 ‘합법적 관리 기구’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행정 부서와 독립적인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도 제기되었습니다.
양현아 교수(서울대 법학과)는 앞선 김현철 교수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재생산권이 여성 권리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재생산권의 기초로 성적 권리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낙태의 비범죄화 등 재생산권을 부정하는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전반적으로 인공수정법안과 관련한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백영경(존즈 홉킨즈대 인류학과)은 인공생식술 규제 문제가 지구화된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난자가 ‘‘매매’와 ‘기증’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조건-증가하는 수요-이 마련된 현실을 짚었습니다. 다시 말해, 적절한 규제가 여성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필요하지만, 여성주의적 개입은 ‘출산과 무병장수의 욕망이 정치적인 사안임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발제와 토론을 마친 후,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가 진행된 만큼, 참가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맑스주의에서 제시한 ‘재생산’의 개념과 연관하여 재생산권 개념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난자기증이나 인공수정에 대한 여성의 자발적인 의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간의 질의응답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1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열띤 논의 속에 네 시간이 넘어 마무리되었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정리발언을 끝으로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이번 [여성의 몸과 국가주의 : 난자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는 여성의 몸이 국가주의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통제되고 있는가를 난자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하면서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담론들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연구자와 단체간의 활발한 논의와 실천을 이끌어 내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글쓴이 : 新Na^^]2006.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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