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육아휴직 10만원 결정에 대한 연대회의의 입장
노동부의 육아휴직 10만원 결정에 대한 연대회의의 입장
1. 노동부는 육아휴직 급여 월10만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 육아휴직 급여 월 10만원 책정의 부당성
· 육아휴직 유급화 취지에 위반
이번 육아휴직 유급화 도입의 취지는 일정한 소득 보장을 통해 남녀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자는 것에 있었다. 이를 통해 남녀 노동자들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고 미래 세대의 양육을 위한 최소 비용을 사회가 분담하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었다.
95년 도입된 무급 육아휴직은 소득 보전책이 전무하여 실제 사용률이 극히 미비하였다.(육아휴직자 비율 0.2%, 1999년 노동부 표본조사) 특히 남성은 99년 이후 단 2명만이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정도로 무급 육아휴직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 유급 육아휴직의 도입은 육아휴직 제도를 실제 사용 가능하도록 개선하고자 하는 한국 최초의 시도이며, '국민의 정부'의 여성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발표한 10만원 소득보장은 육아휴직 유급화의 애초 취지를 정면으로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10만원은 영아의 한 달 최소 육아비도 안 되는, 소득보장의 의미조차 말할 수 없는 금액이다. 만일 육아휴직 급여가 10만원으로 책정된다면 단지 무급이 아니라는 생색내기만 있을 뿐 유급 육아휴직 도입의 취지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는 결국 국민의 정부가 도입한 유급 육아휴직을 스스로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는 또한 그동안 유급 육아휴직의 도입을 기대했던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 현실성 없는 조사에 기반 한 금액 책정
노동부가 육아휴직 급여를 10만원으로 책정한 이유로 밝힌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 20만원 지급시 조사대상자의 66.5%가 신청을 희망했고, 심지어 무급일 경우에도 희망률이 83.7%(20만원 지급시 희망자 66.5% 중)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간 육아휴직사용률이 0.2%인 현실에서 이러한 조사결과는 시행 후 실제 사용율을 반영하기보다는 육아휴직의 유급화에 대한 여성노동자의 기대와 희망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또한 조사 응답자가 육아휴직을 희망한다 하여도 실제 기업문화나 소득보장 정도를 고려하여 휴직을 신청할 것이므로 희망률과 실제 사용률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적으로 무급일 경우도 사용 희망률이 83.7%(20만원 지급시 희망자 66.5% 중)가 넘는다는 것은 현재 사용률과 비교할 때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 노동부의 조사는 여성노동자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보여줄 뿐, 실제 사용률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난 8월 22일 육아휴직 신청을 희망한다는 조사결과에만 근거하여 육아휴직 급여를 2000년 논의되었던 2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삭감한다는 결정을 발표하였다.
노동부의 역할은 유급 육아휴직의 애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노동부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을 것을 염려하여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삭감하여 사용률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것은 정부 스스로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노동부가 이번 조사결과를 근거로 육아휴직 급여를 애초 논의되는 액수보다 대폭 삭감하여 결정한 것은 무책임한 탁상행정을 보여준 것으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 실효성 있는 육아휴직 급여 책정의 필요성
노동부는 그동안 많은 논란을 통해서 유급 육아휴직을 도입한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유급 육아휴직을 당장의 비용으로만 생각하여 축소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국가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래의 노동력 확보, 사회복지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출산 장려정책 필요
지난 7월 노동부와 여성부가 현격히 감소하고 있는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 ' 국가인구문제대책위원회(가칭)'을 설치하기로 한 것처럼 한국의 출산률 감소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것이다. 노동부가 이미 대책마련을 발표한 바와 같이 현재의 출산률이 지속된다면 향후 노동력 부족현상은 물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체계의 붕괴 또한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이 미래에 치뤄야 할 경제적 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육아지원을 통한 여성노동력 활용의 필요성
이미 맥킨지의 '우먼 코리아' 보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 여성들의 노동력 활용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관건이며 한국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육아부담(조사대상의 31%)이다. 수많은 고학력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그만두는 현재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건강한 미래 세대 육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
아동의 3세까지의 경험이 아이의 지능과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부모가 이 시기 양육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에게 안정감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기 힘든 여건이다.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동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영아 시기에 부모가 아이의 양육에 마음놓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이와 같이 유급 육아휴직의 도입은 당장의 비용으로 계산될 수 없는 것이며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노동부가 출산율 감소에 대한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한다고 하면서 최초로 도입된 유급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급여를 책정한 것은 모순이라 할 것이다.
2. 노동부는 전체 노동자 통상임금의 25%를 육아휴직 급여로 책정해야 한다.
○ 근거
육아휴직 유급화는 육아휴직 기간동안의 소득보장과 육아를 위한 비용의 일부를 사회가 분담하는 복지적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정률제와 최소한의 육아비용을 보장해주는 정액제를 병용할 것이 요구되나, 시행 첫 해에는 우선 정액제로 시작하되 최소한의 소득 보전책이 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남녀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전체 노동자 통상임금을 산정 기준으로 하고 최소한 그 일부인 25%를 육아휴직 급여로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행 첫해에 이 정도의 급여가 책정되어야 비로소 국민적 기대에도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 금액
2000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통상임금 1,181,866 × 25% = (약)295,000원
○ 재정 방안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시행해 보지 않는 한 파악할 수가 없다. 따라서 노동부는 일단 시행 첫해는 전체 노동자 통상임금의 25%를 지급하여 육아휴직 유급화의 실효성을 높이고 시행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하면 노사정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3. 노동부는 육아휴직 유급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번 유급 육아휴직의 도입은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의 양육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시작하는 일이다. 노동부는 유급 육아휴직의 도입이 애초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직도 육아휴직의 사용을 기피하는 기업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육아휴직 신청을 기피하거나 휴직을 이유로 부당행위를 하는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육아가 남녀는 물론 사회적으로 분담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육아휴직의 주무부처로서 노동부가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1. 8. 28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2002.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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