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해고 관련 상담사례 분석
다음 "임신출산해고 관련 상담사례 분석"은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 등 불이익 대우 등에 관하여 분석한 상담사례입니다.
임신출산해고 관련 상담사례 분석
산전후휴가와 같이 법과 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임신․출산 관련 권리들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모체의 건강을 보전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하여 여성의 노동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임신이나 출산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둠으로써 경력에의 단절을 경험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여성이 키워야 한다”,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업무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편견으로 인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직장 내에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불이익들은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에 강행규정으로 명시되어 있는 산전후휴가 90일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산전후휴가 후 원래의 직무로 복직시키지 않거나 임신한 여성노동자에게 원거리 지방발령을 내는 경우, 임신, 출산을 이유로 사직을 종용하는 경우들로 나타나고 있다.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이러한 불이익한 고용관행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애사적 사건이 여성들의 노동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사례를 통하여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사직강요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임신한 여성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사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한 상황이다. 이는 임신출산을 이유로 하는 명백한 성차별적 해고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출산을 4달 가량 앞둔 한 아이의 예비엄마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00마트의 판매담당 직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출근하지 못한다. 지점장이 임산부인 나에게 계속 권고사직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임산부라서 고객들 눈에 불편하니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임신중이라 매일 몸과 마음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할 것 같다. 요즘은 권고 사직강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밤에 잠도 안 온다. <2003년 7월 고용평등상담실>
옷을 유통하는 회사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출산예정일이 7월 18일 이여서 출산휴가에 들어 갈려고 하는데, ‘경제가 안 좋다고 하고, 부서 인원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고 하면서 빨리 나가라’고 한다. 윗 상사인 대리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나에게 빨리 나가라고 하고, 총무과 과장은 '쟤 빨리 처리해라'등의 말을 하면서 다닌다. 또한 나에게 ‘사비를 써서 아르바이트를 쓰면 출산휴가를 주겠다’고 한다. 내가 출산휴가를 반드시 가겠다고 하면서 출산휴가계를 냈더니 대리가 “사직서를 내라. 회사에서 나가라는 소리인데, 고집 부려서 휴가계를 쓰려고 하는 것이냐? 등의 말을 하였다.
<2003년 5월 고용평등상담실>
2. 임신출산퇴직 관행의 유지
회사측에서 명백하게 퇴사나 사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여성 노동자가 임신이나 출산을 할 경우 알아서 퇴사를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관행은 사용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퇴사를 낳고 있다. 이러한 경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퇴사이지만,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유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의 원치 않는, “비자발적인” 퇴사를 양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저는 지금 제조업에 만 8년을 근무했습니다.. 물론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이구요. 사원은 350명 정도 되는 중소기업입니다. 현재 경리를 보고 있습니다. 회사 내 사무 여직원은 현재 14명입니다. 지금 저는 임신 25주 째입니다. 내년 2월 10일이 출산예정일입니다. 지금까지 임신한 여직원이 근무한 적은 있지만 보통 7~8개월이 되면 관행상 거의 회사를 퇴직했습니다. 아직까지 한 명도 출산휴가를 받아본 사람이 없어 저도 처음에는 8개월 무렵에 사직을 하려했으나 지금은 출산휴가가 90일이나 되고 그 기간동안 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약간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은근히 그만두기를 바라고 지금부터 같은 부서 여직원에게 인수인계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2003년 10월 고용평등상담실>
회사 여직원들이 결혼과 동시에 윗분들에게 들어야 하는 얘기가 ‘언제까지 근무할 꺼냐?’ 이다. 조만간 출산할 예정인데, 얼마 전 인사이동 시에 내 이름이 없었다. 팀장은 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 이번엔 안 났지만 분명히 원격지 전보발령이 날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회사의 현실”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회사 대외 이미지 탓인지 만삭인 나를 이번엔 어떻게 하진 않은 것 같다. 다음달이면 출산휴가에 들어가는데, 휴가 중에 발령이 날 것 같다. 나에게 직접적인 얘기는 없었지만 우리회사에 직원이라면 여직원들이 결혼하고 나면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결혼, 출산과 관련하여 해고할 수 없다고 회사사규 규정에도 명기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임신한 여직원이 무슨 죄라고... <2004년 3월 고용평등상담실>
3. 불이익한 인사조치
임신을 하였거나 혹은 출산을 위해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여성 노동자에게 명백한 이유 없이 불이익한 인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회복지기관에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8월 20일날 출산휴가를 들어갔는데, 복지관 관장이 60일만을 사용하도록 권유하여 10월 20일에 복직을 하였다. 그런데 전에 하던 업무와는 다르게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었다. 관장에게 팀장 업무수행 인사조치를 내리지 않냐고 제기하니까 '기다려라'라고만 하였다. 그런데 사내 분위기는 해고하려는 분위기다. 관장은 계속 기다려라 하고, 총무팀장(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팀장)은 '팀원에게 나랑 밥도 먹지 마라'하고, 라카에 있는 짐 빼 놓아라 등의 말을 한다. 설마설마 하면서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해고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2004년 4월 고용평등상담실>
위의 사례는 산전후휴가를 끝내고 복귀하였으나 이전에 본인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로 복귀되지 않고 도서관리 업무를 배정 받은 후, 스스로 사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직장내 분위기로 해고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이다. 산전후휴가 이후 이전에 팀장으로서 수행하던 업무와 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업무를 부여하고, 퇴사를 강요하는 등의 조치는 여성 노동자의 퇴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다면 직장을 그만두라는 강요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해서 출산한 여성 노동자가 알아서 직장을 그만두도록 유도하기 위해 불이익한 인사상의 조치를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에 다름 아니다.
2000년 12월 26일에 입사하여 마산에 있는 주류회사 홍보팀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으며, 지금 임신 4개월 째이다. 그런데 오늘 회사 선배에게 인사발령에 대해 들었는데, 내가 마산에서 진주지점으로 발령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진주지점에 가서 하는 일은 그동안 내가 하던 일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일들이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임신한 여직원들이 퇴사해 왔으나 얼마 전 작년 11월에 출산한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받고 지금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우리 회사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받은 그 여직원의 경우 사장과 싸워서 출산휴가를 얻은 것이다. 사장은 출산휴가를 받아간 언니가 있으므로 이것으로 인해 여직원들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계속 출산휴가를 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주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임신한 상태이므로 발령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 발령한 지역으로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게될 것이다. 임신한 사실을 알고 사장이 인사발령을 내라고 한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엔 부당한 인사발령이 아닌가? <2004년 6월 고용평등상담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업무는 거래처 출고장과 매출에 관한 업무인데 ERP라는 시스템의 도입으로 여직원의 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출산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알아서 나가달라고 하고 있다.
조만간에 콜센타를 만든다고 하는데 곧 수도권 지점의 전산업무 여직원들을 안양공장 쪽으로 모두 발령을 낸다고 한다. 임신한 상태에서 안양까지 가면 힘들테니 알아서 그만 두라는 것이다. <2004년 4월 고용평등상담실>
위의 두 사례는 임신한 이후 원거리 발령을 냄으로써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직장 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이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지방발령은 임신한 여성 노동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퇴사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역시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불이익한 인사조치로서, 임신을 이유로 한 성차별적 해고의 전 단계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4. 산전후휴가 기간의 불완전한 보장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게 90일간의 산전후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강행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출산휴가 중에 있다. 2월 1일자로 출산휴가를 들어가서 4월 30일까지 출산휴가 기간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전화와 공문(우편물)이 왔는데, 출산휴가가 60일로 정해졌으니까 나오라는 것이다. 사장이 출산휴가 90일로 결재하였던 서류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출산휴가 기간 중에 지급 받아야 되는 임금도 70%만 받고 있다.
<2004년 3월 고용평등상담실>
지역의 00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 지점의 여직원들은 출산휴가를 40-50일 정도 밖에 사용할 수가 없다. 그것도 사무실 눈치를 보아가면서 쓴다. 인사권이 조합장에게 있기 때문에 노조가 없는 우리가 출산휴가 90일을 다 달라고 요구하면 그만두라고 한다. <2003년 10월 고용평등상담실>
0대학교 의과대 조교로 근무하고 있다. 조만간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교무과에 문의하니 7월 21일부터 90일 준다고 하였다. 그런데 인사과에 출산휴가계를 내려고 하니 ‘조교는 출산휴가가 30일이다. 교무과에서 잘못 말했다. 내규에도 조교는 출산휴가가 30일이고, 아직 내규가 변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산휴가는 30일밖에 줄 수 없다’고 한다. 조교 중에 임신한 사람은 나 혼자이고, 예전의 다른 사람은 30일만 썼다고 한다.
<2003년 7월 고용평등상담실>
위의 사례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많은 사업장에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전후휴가의 기간과 급여 등을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여성 노동자들이 산전후휴가 90일을 모두 사용하고자 할 경우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산전후휴가의 불완전한 보장이 여성 노동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전후휴가를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로 사용할 경우 직장을 그만두도록 강요한다는 것은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성차별적 해고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임신․출산과 관련한 성차별적 고용관행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불이익 조치들을 해석함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점이 있는데, 이러한 불이익들이 결과적으로 해고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언급한 예시들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임신 혹은 출산한 여성 노동자에 대한 해고”이며, 이러한 전제 하에 여성 노동자들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여성들이 스스로 퇴직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이든 해고 등의 근거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단지 성별,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것이라면 성차별적인 해고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명백한 해고 통보보다는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퇴직강요 또는 권고 사직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퇴직강요 자체가 성차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노동력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응한 관계로 근로조건 등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일방적인 퇴직강요는 그 자체로 해고 위협이 되며 노동자에게 사실상 해고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이나 출산 등을 이유로 여성을 해고하는 것이 성차별적 해고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이유로 여성 노동자에게 사직을 권고하거나 퇴직을 강요하는 것 역시 임신․출산을 이유로 하는 성차별적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임신․출산과 관련한 법과 제도들이 온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으며 “출산해고”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2004.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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