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의 성차별적인 모집·채용에 대한 의견서 제출
소방공무원의 성차별적인 모집.채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005년 6월, 소방공무원 채용 모집에 있어 남녀 분리 모집을 통해 남성만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여성 선발인원을 현저히 제한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보고, 관련 규정인 ‘소방공무원임용령’과 전국 9개 지역의 ‘소방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의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하였습니다.
민우회는 소방공무원의 성차별적인 모집.채용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체력 검증 제도를 포함 해당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인 기준마련의 필요성, 인력부족 문제와 심각한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 의견서 요지
1) 소방공무원 채용 관련 ‘신체조건 및 체력 검증 제도’는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성과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마련되어야 합니다.
소방공무원 채용 관련 ‘신체조건 및 체력 검증 제도’ 마련에 있어 우선적인 것은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성입니다. 소방공무원의 분야별 담당 업무는 소방행정, 운전, 구급, 구조, 전산 및 통신 분야로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직무에 현행 신체조건 및 체력검증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업무분야에는 직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격, 기술, 신체조건 및 체력검증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방, 구조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실제적으로 필요한 기준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이러한 자격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소방, 구조업무 등 수행에 있어 화재현장 투입 시 기본 착용 장비의 종류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체력에 대한 과학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2) ‘소방업무에는 여성이 적합하지 않다’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근거한 전제는 시정되어야 합니다.
체력기준을 성별 구분없이 동일 적용한다면 현행 체력 검사 기준이 대폭 상향될 것이고 이 경우 소방공무원으로 채용되는 여성의 수가 현재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성별 구분을 떠나 소방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합한 자격기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안전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아도 타당한 일입니다. 그러나, 직무 수행을 위한 적합한 자격기준이 성차별적인 편견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것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남녀간 신체적 차이가 현저하다는 통계적 오해와 소방업무는 남성적인 업무라는 사회적 편견을 근거로 하여, 강인한 체력과 육체적 물리력을 요구하는 소방 진압, 구조 현장에서의 업무수행에 ‘여성은 적합하지 않다’는 전제는 시정되어야 합니다. 남녀간 신체적 차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업무수행의 가능여부를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005년 전국 9개 지역 소방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 내용을 살펴보면, 분야별로 제한된 인원이긴 하지만, 경상북도는 일반소방에 여성 5명, 대구광역시는 소방분야 여성 2명, 강원도는 소방사 여성 5명, 제주도는 소방분야 여성 1명, 서울특별시는 구조 일반에 여성 10명을 모집하는 등 소방, 구조업무에 있어 여성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남성들이 소방업무에 적합한 체력을 갖는 것은 아니듯이, 모든 여성들이 소방업무에 부적합한 체력의 소유자는 아닙니다. 이미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소방, 구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성별 분리 모집은 여성과 남성의 업무능력을 차별적으로 인식하는 시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소방공무원 채용 관련 제도에 대한 개정작업에 따라 업무수행에 필요한 체력기준이 상향조정되거나 성별 분리모집이 폐지되었을 때, 사회적 편견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여성 지원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도 소방업무의 모든 분야에 지원할 수 있다는 홍보,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 등 업무환경 지원,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여성이 어려움 없이 지원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해당 기관이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회적 인식개선과 시설확충 등은 장기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과정이므로 이를 고려하여 성별 분리모집을 단계별로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모집 채용시 성차별이 발생되는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소방업무 전반에서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심각한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채용상의 성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소방공무원의 담당업무가 구분되어 있지만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되는 지역 여건상 재난 현장에서는 모든 대원이 진압대원, 구조대원 역할을 동시에 수행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업무의 특성과 현실 여건상 인명을 구조하는 현장에서 담당업무가 아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시적 담당업무가 아닌 대체투입의 형식입니다. 즉, 이러한 현행 소방서의 구조는 소방, 구조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공무원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하며 다른 분야의 노동자에게도 자신의 업무 이외의 추가업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현실은 소방 업무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을 더욱 배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원 확충을 통한 분야별 전문성 제고 및 별도의 체력검정 등의 채용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방방재청은 소방공무원의 성별 불균형과 채용시 성차별 해소를 위해 부족한 인력 확충에 대한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채용 관련 제도는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화 가능한 것임을 밝히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화재현장 진압시 필요한 장비와 현장 투입시 착용 장비는 더 혁신적인 것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소방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체력조건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 결론
소방방재청은 공공기관으로서 과거로부터 누적되어 온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모집 채용시 관련 업무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자격기준을 수립하여 소방공무원에 여성이 제한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남성 중심적인 소방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인력 부족으로 인한 대체투입으로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인력 확충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체력 검증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사를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방공무원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소방분야 업무시 채용 기준과 자격은 어떠한지, 사례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2006.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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