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양육 이야기①] 아이는 엄마만 키우나요?
[평등양육 이야기①] 아이는 엄마만 키우나요?
민우회는 2003년부터 평등한 일과 출산, 양육을 위한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그동안 실태조사와 국제포럼(2004)을 통해 돌봄의 성별화에 문제제기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모색했으며, 2005년에는 전국적으로 거리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006년 민우회는 네 번째 평등한 일.출산.양육을 위한 프로젝트를 합니다. 올해는 ‘성별분업의식 해소’에 초점을 맞춰 남성 양육참여를 위한 교육용 애니메이션과 평등양육 실천지침을 담은 홍보포스터를 제작하고 있답니다. |
‘양육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자 권리’
대표적인 양립지원정책인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2006년 상반기 육아휴직자 6223명 중 남성은 단 117명. 2005년 한 해 1만 700명 중 208명이었던 데 비해 전체 육아휴직자도, 남성육아휴직자도 조금 늘어났지만 아직 남성의 양육참여는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말에 압축되어 있는 돌봄의 성별화. 여성들에게 양육을 전담시키고, 남성들에게는 양육의 권리를 주지 않는 사회. 제도변화에 따르는 사회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입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포스터와 실천지침 기획을 위해 민우회 회원들이 모여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3차에 걸친 좌담회는 양육에 관한 자신의 경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하면 남성들의 눈에 확 띄는 포스터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기획회의에 참여한 회원은 달리, 경숙, 슈바빙, 숙현, 희도리 등 다섯 명. 두 돌도 안 된 어린 아이의 엄마이자 일하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회원들에게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샘솟곤 했는데, 여기서 한 도막 소개해 보겠습니다.
경숙 : 여성은 결혼과 출산과정에서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잖아. 자유시간, 사색할 여유, 사회활동이 다 중단되는 과정에서 대다수의 여성이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아. 그런데, 남성은 Before, After가 전혀 다르지 않잖아... 여전히 다 하고. 남성들도 양육에 대해 부담을 느껴야 할 것 같아.
숙현 : 양육을 분담한다 하더라도,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도와’준다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거지. 여성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사실은 분업이 가능하거든. 양육의 과정은 연속적이니까! 모유수유를 하더라도 여성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수유하는 도중에 여성을 도와주거나, 수유 후 아이를 소화시키거나 그런 걸 할 수 있어. 말하자면, 이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야.
양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양육의 다양한 영역 안에서도 성별분업이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분담을 하려거든 확실히!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죠.
달리 : 아무래도 성장과정과 경험치가 달라.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양육의 과정에 자의든 타의든 관심을 갖게 되고 경험하는 반면 남성은 결혼 전부터 그런 경험이 전무하잖아. 그래서, 남성의 경우 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돕는 것’이거나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전부일 경우가 많지. 의식적이고 계속적인 트레이닝이 필요해. 부성도 개발되는 거라니까...
달리는 남편 치리와 함께 평등양육선언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치리’의 민우칼럼을 참고하세요~) 산후조리 돕기, 귀가시간 지키기, 양육과 가사 분담하기, 육아일기 교환하기 등 조항이 들어 있는 평등양육선언은 서로 소통하고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실천력을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경숙 : 남편은 매일 12시가 다 되어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양육을 분담하려 해도 여지가 별로 없어. 기본적으로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전무한 상황에서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아. 일상의 대부분을 엄마와 함께 보내기 때문에 엄마가 주된 책임자가 될 수 밖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장시간 노동과 잦은 야근을 당연시하는 직장, 술자리 위주의 회식문화. 누누이 지적해 왔듯이 이런 직장환경은 남녀 모두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가사와 양육을 위한 칼퇴근이 ‘일에 대한 열정이 낮은’ 태도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양육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됩니다.
여전히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현실은 많은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현실적인 요구를 수용하고 성평등한 방향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육아는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인식과 남성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직장문화, 사회인식을 바꿔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올해 민우회는 그 점을 주목하여 포스터와 실천지침을 만들려고 합니다.
개인에게, 직장에, 사회에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할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실천지침을 한 가지씩 리플로 달아주세요.
양육은 여성이 다 알아서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가 바로 실천지침이 될 것입니다.
<평등양육 실천지침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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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남성들의 좌담회 ‘참여하는 남성이 아름답다’입니다.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남자 셋의 수다마당.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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