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럼후기-3]서포터즈 활동이 내게 남긴 것들…
서포터즈 활동이 내게 남긴 것들…
장윤희 (국제포럼 통역 서포터즈)
이번 ‘생명과학기술시대 여성인권확보를 위한 국제포럼’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포럼이었다. 첫째는 영어를 많이 들어보고 싶고 말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 둘째는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기회로, 대학졸업과 함께 내가 얼마나 둔감해졌는지를 깨달았던 자리였다는 점, 셋째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앞으로 영어로 밥을 먹고 살 사람에게, 서포터즈 역할을 하고 행사 중에 연사들의 발표를 듣는 것은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다양한 국적을 가진 연사들의 다양한 영어 악센트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것이니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늘 얌전하고, 차분한 영어만 듣다가 흥미진진한(?) 영어를 들었다고나 할까? 늘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이렇게 현장을 잠깐이라도 느끼고 나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생긴다.
또한, 행사기간 내내 대학 때 친구들과 세미나 하고 회의하고, 행사진행하고 했었던 괴로웠지만 몹시 즐거웠던 그 시절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내가 정말 그 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구나, 차별에 많이 둔감해져 있었구나 라는 성찰과 함께,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며 힘든 가운데에서도 즐겁게 일하는 민우회 분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학교로 가져가, 발표자 연설로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민우회가, 이 회의가 여성인권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알렸다. 후후)
마지막으로는 서포터즈로서 느끼는 뿌듯함. 보통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끝나자마자 의사소통을 도와 주러 갔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온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스스로 ‘오늘 한 것이 통역이야 횡설수설이야?’ 하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하게 된다. 물론, 서포터즈로서 손봉희님, 유경희대표님의 수행통역을 하고, 한겨레 신문 기자와 ‘우리 몸 우리자신’에서 온 참가자의 인터뷰 통역을 하면서도 그런 비슷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로 인해 두 사람이 소통을 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데서 오는 기쁨이 더 컸으며, 내가 좋아하는 공부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도 큰 즐거움이었다.
참가자가 적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다. 좋은 내용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틀간에 걸친 포럼을 마치고 연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일은 여성주의자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부분 남자 연사들로만 이루어진 여타 다른 국제회의에서는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포럼에서 나는 도움을 주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많은 힘을 얻고 돌아온 것 같다. 민우회에서 준비해주신 선물도 함께.
권현주 (국제포럼 통역 서포터즈)
10여년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민우회가 수많은 사회적인 구호를 외치며 행사할 때마다 난 그 이슈가 내게 관심 없거나 다른 생각이면 늘 개인적인 접근을 한다. 혹여 의식이 부족하다는 의혹을 받을 지언정 그런다.
이번 포럼도 난 무엇이 주제라는 것만 알았을 뿐 누가 자문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 초대되고 어떤 강연들이 펼쳐 지는지 도무지 알아지지가 않았다. 그저 민우회와 관련되어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일거라는 것뿐이었다.
그들이 며칠 체류하는 동안 필요한 건 무언지, 잘 잤는지, 식사는 입에 맞는지 ,공식 행사끝 나고는 무엇을 하였는지, 무엇을 할 건지, 교통편은 잘 아는지 등등 이런 것들을 영어로 대화하고 그것이 나의 몫이었다. 처음엔 행사 외의 대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들을 말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때 결국 내가 민우회 속에 있는 나의 친구들과 나누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며 서로 깊이 동감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하는지를...
내가 민우회를 사회적 동지 의식을 갖고 접근하던 개인적인 생각을 가득히 갖고 접근하던 우리 모두의 행동 근거에는 인간중심의 사고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공통분모이다 .
그런데 그들도 그러하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치 그동안 한 단체에서 같은 동기를 갖고 활동해 왔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다르게 상상하면 해외 브랜치에서 일하다 오랫만에 한곳에 모인 구성원들 같았다고나 할까..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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