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정책기구로서의 정체성 찾기 토론회]여성가족부 정책 성주류화 역행 우려
한국여성민우회는 11월 7일(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함께 [여성정책기구로서의 정체성 찾기 토론회 - 여성+가족+청소년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를 개최하였다.
발제자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주최하는 세 단체의 입장을 대표로 발제하였으며, 권김현영(동덕여대 여성학 강사), 원시연(성균관대 BK21 선임연구원)이, 토론자로는 어라(언니네트워크), 김원정(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 윤효식(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팀장)이 참석하였다.
이미경 소장은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전환 된 이후 여성부 정책의 근간이 되었던 남녀차별금지법이 폐지되고, 성희롱 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주된 정책이 가족과 보육업무에 집중된 점을 지적하며 현 여성가족부의 성주류화 역행에 대한 우려지점들을 짚었다.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전체 예산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대부분이 보육과 가족업무에 집중되어 있으며, 여성 정책·인권사업은 년도 내 이행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가 축소되는 등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여성정책을 수행할 기반이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성인지적 관점이 부재한 가족정책 집행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가족 내 역할에 한정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 부처 간 총괄·조정 업무를 위해 필수적인 부처의 여성정책 담당부서가 다른 업무와 통합되고 전담자의 수가 부족한 점을 들어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서 성주류화가 이루어지도록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지역에서는 여성가족부 전환 이후 가족·보육 정책이 반여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 업무까지 통합된다면 더욱더 여성정책이 퇴화되거나 실종될 것이라는 지역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다음 발제를 맡은 권김현영 동덕여대강사는 정무장관 2실로부터 여성가족부까지의 변천과정을 간략히 평가하며 여성가족부 이후 여성정책이 보수화 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여성+가족의 연결은 담론적으로도 남녀의 성별분업을 강화시키며, 가족정책 역시 현재의 정상가족중심+특수가족보호라는 틀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부가 부처별 여성정책 담당기관간의 기획·조정업무 중심으로 축소하되 부처별 조정권한을 확대 하라고 제안하였다.
원시연 연구원은 여성가족부까지의 여성정책기구의 변천이 여성정책의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었다기 보다는 기구의 생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예산과 조직을 확대하려는 전략에 의거하였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방향의 기구개편은 부처간 조정업무 기능의 약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집행업무를 이관 받아 조직을 불리기보다는 각 부처에서 여성업무를 수행하고, 그 업무를 평가, 조정하는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소년 업무 이관에 대하여 여성가족부 내에 전문가가 없는 등의 준비부족을 지적하고 부처 전체적으로 성인지적 관점이 통합되지 않은 채 계속된 업무이관과 인력유입이 가져오는 조직기강문란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토론자로 참여한 언니네트워크의 어라는 여성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의 제고 없이 무분별하게 조직과 예산 키우기로 가고 있는 점을 비판하며, 청소년위원회와의 통합논의는 여성의 역할을 출산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역할 지원으로 노골적으로 강화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복지의 대상을 가족이 아닌 개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성가족부는 최고여성정책기구로서의 조정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여성(가족)부의 예산 변화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보육업무로의 예산 집중, 여성정책·인권사업의 축소 등 동일한 문제점 지적하고 보육서비스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제고가 현재 한국사회 여성의 문제 해결의 중요 과제이나, 성장동력확보, 가족위기해소, 저출산위기 극복 등의 대안으로 여성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가는 것은 비판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이번 통합안은 조직과 예산은 더욱 커질 것이나 한국사회의 중장기적 성평등사회실현을 위한 정치적 영향력 오히려 후퇴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앞선 발제와 토론자들의 비판에 대하여 윤효식 여성가족부 팀장은 여성과 청소년의 통합된 부처 신설은 2000년부터 지속적인 논의가 있어왔던 사안이고, 이관 받은 보육, 가족업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여성의 시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집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왜 여성‘만’이 이를 사고해야 하는 가에 대한 대답으로, 여성과 관련 깊은 업무이므로 여성적 시각에서 사고함으로서 균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것으로 알겠다’,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등으로 답하고 참여자들이 비판한 그 부분을 답변으로 반복하는 등 여성가족부와의 깊이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윤효식 여성가족부 팀장은 발제문에서 여성과 청소년은 모두 대상 중심의 업무로서 유사정이 많아 효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인력으로서 여성인력개발과 청소년 육성은 유기적 연계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소년 문제의 대다수가 가족해체 등의 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고 가족 지원과 기능강화를 통해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변화의 측면에서는 통합을 통해 그동안 주변적 문제로 취급되었던 여성정책과 청소년 정책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주류화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위원회와의 통합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고, 주최한 여성단체들도 그동안 여성(가족)부 정책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이 부족했음을 반성하고, 앞으로 여성가족부의 정체성 찾기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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