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창립 20주년 기념 노동 심포지엄]직장내 성희롱 대응운동, 금지조항을 넘어서
뿌듯하고 열띠고 진지한 그 현장입니다.
직장내 성희롱 대응운동, 금지조항을 넘어서
김창연(서울시 여성가족재단)발제자가 한국여성민우회 활동을 중심으로 ‘직장내 성희롱 대응활동의 평가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사회자인가, 토론자인가, 발제자인가 의심케 만들었던 유머 있는 사회자 박봉정숙(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격려와 거래, 협박 속에서 지난 20년을 함께하고 지금 함께 운동해 나가고 있는 토론자들은 이렇습니다. 황현숙(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소장),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국미애(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권수현(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이 순서로 토론해 주셨습니다.
성희롱예방교육에 나가도 피피티가 없으면 내용의 권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하지요? 그리하여 이렇게 폼나게 발표해 주시고 계십니다.
1993년 서울대 신교수 사건이후 직장내 성희롱 문제는 법제화 등 꾸준한 활동 및 연구대상이 되어왔고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의 일할권리 혹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고 있습니다.
김 발제자는 직장내 성희롱 대응활동을 다음의 4가지로 구분하여 평가했습니다.
2. 직장내 성희롱 관련 법 조항의 제정 및 개정 3. 일상적인 대응활동으로서의 상담 및 상담대응활동과 예방교육 활동 4. 캠페인 등 인식개선 활동
1.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 및 개념 논의 등 인식의 확산
직장내 성폭력 연구반을 만들어 직장내 폭력 및 성폭력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특별위원회활동, 서울대신교수성희롱 사건 공동대응 과정을 거치면서 직장내 성희롱 대응운동은 무르익어갑니다. 민우회는 성희롱 문제를 노동문제, 고용상의 차별문제로 보고 직장내 성희롱이 남녀고용평등법 내에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이를 중심으로 법제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발제자가 이름이 매우 길다고 한 그 단위. “남녀고용평등법 내 간접차별 및 직장내 성희롱 금지조항 신설과 근로자파견법 제정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성실한 활동을 한 결과 남녀고용평등법 내에 직장내 성희롱 관련조항을 포함시키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구체적인 수준의 성희롱규정이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지요.
이날 발제의 핵심 문제의식은 법제화의 성과와 한계입니다. 김 발제자는 성평등 운동의 어느 이슈보다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성희롱’이라는 용어는 보편화된 만큼 여성들의 모든 차별경험, 모든 관계의 문제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성희롱’이라는 언어의 과잉대표문제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직장내 다양한 차별경험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고 해결해야 될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예방과 규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입니다.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법과 제도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해 기업과 여남노동자들의 자기 대응력, 주체적인 실천노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법, 제도 뒤에 숨는다”는 말로 요약되겠습니다. 이후 토론자 및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활발하게 토의하게 되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상담창구의 증가, 내담자 권리의식의 증가 등 외부환경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상담활동과 예방교육활동에서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직장내 성희롱 예방활동은‘교육’에만 국한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교육내용의 변화 또한 요구했지요.‘이성애 각본과 직장내 성희롱’과 같은 주제의 교육을 예로 들면서요. 김 발제자의 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과 제도를 넘어서는 활동 제언1. 기업과 여남 노동자들의 실천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활동 필요 대중적인 실천과제의 제시 좋은사례, 평등사례의 발굴 및 확산 예방교육 사각지대 대응활동 필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에 있어서의변화필요 제언2. 활동대상의 확대 및 세분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특화된 활동 필요 예비 노동자들, 십대 여성 및 남성들을 직장내 성희롱 대응활동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노동자’를 넘어서는 대상의 확대 필요 제언3. 일상적 관행과 문화 문제제기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직장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필요 직장내 성희롱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내의 성차별적인 일상적 관행과 문화에 대한 언어화
다음으로 토론 내용입니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소장)
"민우회의 직장내성희롱 대응운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특히 ‘회식문화를 바꾸자’와 같은 캠페인은 매우 참신하고 의미가 있었다."
고 칭찬과 축하를 하여주셨습니다.(감사~) 법, 제도 개선활동을 넘어서는 대응전략이라는 부분에서 여전히 여성배제적인 노동시장이 여성노동자들이 법제도의 변화, 발전에서 파생되는 수혜를 입는 것을 방해한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여성노동자들 중 30%만이 법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고요.
이미경 토론자는 지난 20년의 반성폭력운동, 반직장내성희롱운동을 함께한 활동가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감회를 밝혀주었습니다. 법, 제도 개선 활동에 대한 성과 뿐 아니라 그것에 구속되는 상담현장의 이야기도 전해주셨고 성과에 대한 보다 면밀한 돌아보기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각 사건을 중심으로 한 운동의 성과 속에는 연대활동이라는 큰 주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도 해 주셨고요. 성폭력에 대한 고민의 연장에서 직장내 성희롱은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부분과 연관되어 차별문제, 노동권의 문제에서의 성희롱과 일면 다른 부분 이 있기도 한데요, 여기에 대해 국미애 토론자가 질문하자 답을 해주셨습니다. 직장내 권력관계, 고용상 위계가 아니라 성별화된 고정관념(“한 살이라도 어린여자가 술을 따라야 맛있지”) 등 우리 사회의 관습과 성차별적, 성폭력적 신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유효하고 성희롱을 자기결정권의 문제에서 폭넓게 바라볼 수 다고요.
법, 제도화와 관련해 단체의 활동이 법제도와 개선으로 수렴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나 최근의 판례나 현 상황에서는 보수적 판결이 쏟아지고 있어 기본 법의 해석과 적용에는 꾸준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성희롱'의 과잉대표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며‘간접차별’이 이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국 토론자는 흥미로운 질문거리로 심포지엄의 분위기를 뜨겁게 해주었는데요. 1. “직장내 성희롱 관련규정은 악법이다“고 모씨가 발언하였다며 성인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이 성희롱으로 들어오는 문제 2. 직장내 성희롱이 고용차별에 국한되는 문제를 짚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앞서 이미경 토론자가 답했다는 거 짐작되시죠?
와 닿았던 말은, 활동이 전형성에 갖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정치성은 생략되고 행위만 남게 되는 활동이 되겠지요. 캠페인 활동을 계속하면 된다는 간명한 결론에 이어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언어가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캠페인을 이어가라고 했습니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일차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대상의 구분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중한 제안도 해주었습니다.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활동에서 잠재적 가해자집단인 사업주, 상사가 교육에서 제외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장님 예방교육 함께해요”캠페인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 제안! 매우 명랑하였습니다.
이 날 토론의 마지막 순서였지만 기다리는게 싫었다로 시작해 분량과 내용에서 단연 뜨거운 이야기들을 던져주었습니다.
성희롱개념의 과잉대표성을 논하기 이전에 성과의 측면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이라는 언어를 가지게 되면서의 지위변화, 자신의 경험에 대한 명명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의 의미를 짚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법제도의 변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를 보자는 것이지요.
한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제도화는 되어 있으나 성희롱에 대한 확실한 구제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구제를 위해서는 노동권을 포기하고 왕따가 되거나 불이익을 받게 되니까요. 법의 효력이 미칠 수 없는 사각지대 때문에 법제도화는 정답만 제공할 뿐 여성들은 딜레마 속에 방치된다, 법적규제를 넘어선 문화적 규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간의 운동이 ‘직장내 성희롱’을 일상화, 자연화 시키는 ‘상식’에 도전하지 못했다고 평했습니다. 비性적인 문제까지 모두 직장내 성희롱으로 표현하는 과잉대표성에 관해서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언어를 개발해나가자고 했습니다.
주요하게 와 닿았던 문제는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의 ‘피해자’로서만 문제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노동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주체로 나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어를 가진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 잠재적 가해자집단으로 몰려 이를 걔기로 다시 연대하고 있는 남성집단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말도 했습니다. 향후 우리의 운동은 문화적 규제 중심이 되어야 하며 단체로서의 비판성을 잃지 않기 위해 포지티브 방식으로의 선회는 신중하라고 했습니다. 주체를 세분화화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이 불안정한 고용조건과 연동되는 선을 파악하고 다양한 층위의 여성들을 포섭하라고 했지요.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예방교육에 관해서는 아직까지‘교육’과 계몽은 집중해야할 운동수단이라며 내용의 구성에 관한 튼실함을 꾀하고 관리자급 교육 내실화를 도모하자고 했습니다. 아마 민우회가 준비하면 본인이 나서서 내용에 관한 또 한번의 심포를 도맡는다는 위험한 발언도 하셨지요?
권 토론자는 발제수준의 논의를 해주셨고 사회자 또한 그러하여 이날 결국 3개의 발제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노동조합, 곳곳의 성폭력 상담소, 여성단체, 관심 있는 개인, 취재 온 기자들, 훌륭한 민우회 활동가들 등으로 열기가 뜨거웠고 주요 논의거리들에 대해서도 현장의 현실을 말해주시거나, 소통, 공감해 주시면서 활발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심포지엄은 그간 직장내 성희롱 대응운동에 대한 부담과 전망에 대한 고민으로 발버둥쳤던 민우회 여성노동팀에게 운동의 상상력 혹은 더욱 깊은 고민의 나락을 제공했습니다.“지난 20년의 활동에 책임지고”민우회 직장내 성희롱 운동의 ‘정체’에 대한 비판에 호응하며 이놈의 운동, 떼려칠 수도 없기에 풍성한 고민거리들 가득 안고 “최고멋진”민우노동, 차분하고 성실하게 갈 길을 가겠습니다.
이번에는 차별이다! 다음 심포지엄에서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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