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KBS, MB에 ‘정성을 다하는 정권의 방송’이 되려는가
[성명]
KBS, MB에 ‘정성을 다하는 정권의 방송’이 되려는가
관제사장의 관제방송까지 만들겠다는 것인가. 낙하산 사장의 KBS가 우려했던 대로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KBS는 어제(22일) 다음 달 3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격주로 정례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낙하산 사장을 앉힌 데 이어 방송의 제작과 편성까지 정권의 뜻대로 장악하겠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방송의 독립성 침해 문제제기에 대해 KBS 경영진은 "KBS는 대통령 연설 방송은 KBS가 제작과 편성을 독자적이고 중립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청와대가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편성과 제작의 원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원론적 수사에 불과하다. 방송 날짜나 편성이 청와대에서 원하는 대로 다 결정된 것이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정한 날짜인 11월 3일부터 격주로 정례 방송을 시작하기로 해 제작진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KBS는 "국정 책임자가 각종 현안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충분하고 국가 기간방송에서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해 편성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 주례 방송의 격주 정기편성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권의 홍보방송을 자처하고 나선 KBS의 구차한 변명이다. 청와대의 일방적 결정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놓고 독자적 판단이라 우기며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인 양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의미도 실효성도 없는 연설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민여론을 막으려는 과도한 인터넷 규제 시도를 중단하고 낙하산 사장 선임을 비롯한 언론장악 기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을 노래하는 KBS가 이제는 대통령에게 정성을 다하는 정권의 방송이 되려하는가. 어제(22일) 열린 미디어행동 워크숍에서는 KBS 안 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만약 KBS가 이런 식으로 관제방송을 자처하고 나서며 부끄러운 과거로 돌아간다면 KBS 안 보기 운동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까지 내팽개치며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8년 10월 23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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