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시청자는 ‘블랙투쟁’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성명]
시청자는 ‘블랙투쟁’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 방통심의위는 정권의 졸개 노릇을 중단하라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YTN노조의 ‘블랙투쟁’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가 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내린 결정이다. 하다하다 이젠 별 걸 다한다. 정권의 YTN장악을 돕기 위해 방송출연자의 복장검사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출범 6개월 동안 이 위원회가 한 일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정치심의’ 기관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출범하자마자 내린 첫 결정이 ‘머리용량 2MB’ 등 대통령 관련 인터넷 표현에 대한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였다. ‘자제권고’라는 조치는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에 대한 ‘삭제권고’, KBS 표적감사논란을 다룬KBS <뉴스9> 보도에 대한 ‘주의결정’, MBC <PD수첩> 광우병 관련 편에 대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 등이 차례로 이뤄졌다. 모두 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 내려진 징계이다. 반면, KBS <뉴스9>가 불교집회를 보도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 문구를 삭제한 조작행위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라는 ‘솜방망이’ 조치를 취했다. ‘정치심의위원회’, ‘편파심의위원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이 위원회의 친정부 위원들이 YTN노조의 ‘블랙투쟁’을 징계한 이유도 기가 막히다. 이들은 YTN노조의 ‘블랙투쟁’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명진 위원장은 “공기인 방송을 노조의 의사 전달 도구로 사용한 것도 방송의 공적책임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의결했다.
우리는 이들에게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의 공적책임이 무엇인가? 공기인 방송을 정권의 의사 전달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는 게 방송의 공적책임을 위한 일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낙하산 사장을 통해 보도전문채널의 생명인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정치권력과 그 하수인들이 거꾸로 방송의 공정성 조항을 들먹이며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YTN노조를 징계한다니 그 낯짝 두꺼움에 놀랄 뿐이다.
방송출연자의 옷차림을 놓고 ‘공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도 우습다. 그럼, 이제부터는 방통심의위가 방송에 적절한 복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정하겠다는 말인가. 쾌청한 날씨에 검은 옷을 입은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옷 색깔은 무엇인가. 방통심의위에서 날씨별로 착용금지 복장 리스트라도 만들 셈인가. 그리고 YTN은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 “비 오는 날 검은 옷을 입어 불쾌감을 드린 점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합니다”라고 하면 되는 건가?
시청자는 이런 억지 징계에 따른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시청자를 불쾌하게 하는 것은 YTN 노조의 ‘블랙투쟁’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와 낙하산 사장 투입이다. 따라서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YTN사원들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구본홍 낙하산 사장이다. 그리고 출범 6개월 동안 정권의 졸개 노릇만 하며 방통심의위원의 품위를 내팽개치고, 시청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방통심의위원들도 즉각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다.(끝)
2008년 11월 27일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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