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심위의 <선암여고 탐정단> 제재는 동성애 혐오를 넘어서는 폭력이다
[논평]
방심위의 <선암여고 탐정단> 제재는 동성애 혐오를 넘어서는 폭력이다
짐작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지난 23일에 방심위는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게 법정제재인 ‘경고’를 내렸다. 이날 내려진 제재는 다른 프로그램의 고등학생 키스장면에서 내려진 제재와 형평성에도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우선 하남신 의원의 발언을 보자. 보도에 따르면 하남신 의원은 “나도 키스신을 많이 보지만 여고생들이 키스하면서 더듬는 장면을 봤을 때 이성 간 키스와 다른 자극을 받고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라고 했다. 도대체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그동안 동성간의 스킨쉽을 다룬 어떤 영상을 봐 왔기에 동성애를 인정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편견 가득한 발언을 공적 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하는지 묻고 싶다.
박효종 위원장은 “제 입장은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려는 입장이다. 이것은 마치 육식을 하는 사람이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려는 것과 같다. 교회에 다니지만 무교자들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했다. 동성애과 채식주의자, 무교도자를 같이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는 서로 비교 가능하지 않은 것을 비교하여 마치 자신이 편견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포장하여 보여주려 했지만 결국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나아가 함귀용 위원은 “동성애는 인정은 하되 올바른 가치관은 아니다 라는 걸 짚고 넘어가자는 거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동성애는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낼 뿐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정체성 말이다. 이렇듯 가치관과 정체성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 방송심의의 저급한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조영기 의원은 이번 키스신이 동성간의 교제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성간의 키스신은 단순히 이성간의 교제를 조장하기 위한 것인가? 정말 저급하기 짝이 없다. 위원들은 입을 모아 동성애를 ‘이해한다’, ‘인정한다’라고 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번 심의를 통해 끝도 없는 무지, 편견, 혐오만을 스스로 드러냈을 뿐이다. 특히 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규정 위반을 운운 한 것은 동성애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과 다름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 방송심의위원들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에 똘똘 뭉쳐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선암여고 탐정단>의 제재를 철회해라. 적어도 방송심의규정 “제7조(방송의 공적책임) ⑧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합당한 심의를 다시 해라. 그렇지 않을 경우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이는 앞으로 방심위의 존폐를 결정짓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2015. 4. 27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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