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것은 지위를 악용한 명백한 성폭력이자, 성소수자 혐오범죄다
[성명] 이것은 지위를 악용한 명백한 성폭력이자, 성소수자 혐오범죄다
- 해군간부 2명에 의한 성폭력 사건 2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며-
2010년 경 해군 A중위는 직속상관인 B소령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이후 당시 함정이었던 C중령이 해당 사건을 알게 되었고, C중령은 A중위를 위로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불러내 또다시 성폭력을 행사했다. 해당사건은 B소령과 C중령, 두 명의 가해자가 자신이 군대 내에서 가진 지위를 악용하여 직속 부하직원을 성폭력한 중대한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19일, 고등군사법원은 2명의 가해자에게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1심에서 내려진 B소령 징역 10년형, C대령 징역 8년형 선고를 뒤집는 결과였다.
2심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의 상황이) 저항하기 불가능한 정도라고 볼 수 없다’, ‘사건이 오래되어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의 이유를 들었다. 이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및 협박’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성폭력 범죄의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증언이라는 특성에 대해서도 몰이해로 일관하고 있어 매우 문제적이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중심적인 군대에서 함정이라는 고립된 공간의 유일한 여성군인이었다는 특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고립감을 느끼기 충분한 상황이었다는 점, 해군소령과 중령 - 해군 중위라는 명백한 권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자신의 직장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결하여야 한다.
또한 B소령은 피해자가 여성 성소수자라는 점을 빌미로 “남자 맛을 알게 해주겠다”며 성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문제삼아 이성애자로 ‘교정’하겠다는 빌미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혐오범죄의 유형이며, 이는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 이와 같은 성폭력과 혐오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혐오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되어왔다. ‘2015~2017년 형사공판 사건 성범죄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5~17년까지 보통군사법원에서 성범죄로 재판을 받은 군인은 1,729명에 달했다. 하지만 징역형 선고는 11.57%(148건)에 그치는 등 처벌이 미미한 상황이다. 남성중심적인 군대 조직 문화 속에서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위 통계처럼 드러난 사건에 대한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당 사건이 1심 징역 10년, 징역 8년의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심 재판부의 무죄판결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국방부와 군대는 철저히 반성하고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며, 대법원 판결에서는 합당한 판결로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신념과 자긍심으로 일했던 A중위의 피해를 국가는 ‘무죄판결’로 외면했다. 이번 판결로 A중위는 물론 수많은 여성들과 소수자들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국가는 이 사건을 외면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마련과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2018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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