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언문] 변화를 위한 도전 - 평등을 말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공동선언문] 변화를 위한 도전 - 평등을 말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차별금지법은 평등을 요구하고 실천하는 이들의 염원이자 누구라도 자신의 존엄을 이야기하기 위한 기본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항상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변명 아래 나중으로 밀려났다. 정치인들이 인권을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소모하는 사이,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를 낙인찍고 혐오를 선동하는 이들의 타깃이 되었다. 인권을 보장하는 조례, 법안들이 잇달아 개악, 철회되었고 국가기관들이 앞장서서 인권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차별금지법이 계속해서 밀려나는 지금의 상황은 오랜 시간 힘겹게 쌓아온 인권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 성평등의 요구가 거리에 가득하지만 남성 권력의 카르텔은 여전히 공고하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노동환경은 재난의 도화선이 된지 오래다. 존재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찬반을 가르며 혐오를 선동하는 사회구조는 부당한 죽음을 양산한다. 파국의 연속은 '인권은 목숨'이라는 오랜 구호가 여전히 절실함을 보여준다.
취약한 삶으로 밀려난 이들의 필사적인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을 착취하고 대상화하며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엄과 평등을 요구하는 저항이 일어난다. 변화의 염원 속에 평등의 외침은 올해도 거리에 나왔다.
평등행진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지만 평등의 외침은 하나의 구호로 수렴하지 않는다. 평등주간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평등을 향한 갈망을 모아냈다. 평등은 국민과 비국민,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며 등급을 나누는 불평등의 제도들을 뿌리 뽑자는 요구이다. 평등은 안전을 보장받고 삶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평등은 타인에 대한 불편함으로부터 환대와 변화를 모색해나가는 전환점이다. 평등은 끝없는 돌출과 불화로부터 서로의 취약한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치는 과정이다. 그 역사는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 평등을 이야기하고 제도로부터 배제되는 존재를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타인과의 공존 속에서 우리 또한 사회 변화를 요구하며 스스로 변화한다. 평등의 언어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행동으로 서로를 결속하고 공동의 미래를 갈망한다.
국가는 혐오와 차별로 국민과 비국민,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짓고 통제하지 말라. 차별금지법 제정은 제도의 테두리로부터 인권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확장해갈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외침에 대한 약속이다. 그것은 오랜 혐오와 낙인에 저항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평등의 조류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평등을 외치며 행진을 시작한다. 행진의 대오는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며 한국사회의 평등을 향한 열망을 보여줄 것이다. 나아가 비겁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평등을 말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행진의 외침은 정부와 국회를 향하지만 평등의 외침은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삶조차 박탈된 자리 위에서 계속될 것이다. 함께 다짐하자.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인권을 요구하며 불온한 이들의 취약한 삶으로부터 평등을 실천할 것이다. 평등을 말하는 우리의 언어는 공동의 외침으로 확장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차별과 배제의 벽을 넘어 소란스럽고 활기 넘치는 우리의 몸짓과 외침을 들어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평등을 말하라!
2019. 10. 19.
2019 평등행진 참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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