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제, 목소리는 ‘법’이 되어야한다-국회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에 응답하라
[논평] 이제, 목소리는 ‘법’이 되어야한다
국회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에 응답하라
2020년 2월 10일, 국민동의청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 동의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당초 이 청원의 동의 기한 종료일이 오늘인 2월 14일이었음에도, 4일이나 이른 시점에 국민동의청원 요건이 달성된 것이다.
10만이라는 숫자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과 분노, 사이버성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절규 그 자체다. ‘소라넷’의 강간모의, 성폭력 장면을 촬영하여 권력의 사다리로 삼았던 윤중천, 웹하드 카르텔,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불법촬영과 성폭력은 지난 과거의 일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텔레그램 ‘N번방’들과 SNS 계정들, 대학생부터 기자까지 가릴 것 없이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고 동료를 성적 대상으로 모욕하는 단톡방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딥페이크 포르노와 지인능욕 등의 게시물이 유포·판매되고 있다. 여성들은 여성의 몸을 경유하는 폭력과 자본을 목도하면서 화장실에서건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서건 안전지대가 없음을 끊임없이 경험해야했다.
때문에 여성들은 혜화역 거리에서, 또 청와대 청원과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엄정대응을 촉구해왔다. 당장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접수된 8개 청원 가운데 3건이 사이버성폭력 대응에 관한 내용이다. 이 3개의 청원은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국제공조수사와 사이버성폭력 전담부서 및 수사기관의 대응 매뉴얼 신설, 양형기준 조정 등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엄정 처벌 및 관계 당국의 의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촬영 및 유포 처벌 강화와 협박 시 가중처벌(정의당 윤소하의원안)’ 발의안을 비롯하여 사이버성폭력 관련 발의안 7개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수의 사이버성폭력 피해자는 유포 우려 또는 유포협박으로 인해 외부에 알리지 못한 채 지속적인 피해를 입기도 하고, 용기를 내 경찰 신고를 결심하더라도 “해외서버라서 (신고)해봤자 안된다”며 접수조차 반려 당한다. 사이버성폭력이 중단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입법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해 실제 법이 집행되는 방식이 바뀌어야하며,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구조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성들은 더 이상 거리에 서서 입법가들과 행정가들의 응답을 기다릴 수 없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국회로 들어가 법이 되어야한다. 여성의 신체이미지를 놀이문화로, 이윤취득과 권력창출 수단으로 착취해 온 고리를 끊어내야한다. 국회는 이번 국민동의청원의 목소리를 조금의 왜곡과 축소 없이 발의안으로 만들어내고, 소관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여 반드시 입법될 수 있도록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한다.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고려하는 정치인들과 각 정당에도 촉구한다. 사이버성폭력 관련 법안을 우선과제로 두고 강력하게 대응할 의지를 보임으로써 국회의원 후보자격과 정당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라.
2020. 2. 14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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