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간접고용을 촉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권리에 관한 규정 제정(안)' 제7조(외주화원칙) 삭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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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0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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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여성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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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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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간접고용을 촉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권리에 관한 규정 제정(안)’ 제7조(외주화 원칙) 삭제를 요구한다
지난 8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한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을 제정,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표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동 규정의 제정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정안 제 7조는 오히려 외주화를 통한 간접 고용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키고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반사회적이며,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규정안 제7조(외주화 원칙) (1)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기관의 설립목적, 기능 등에 비추어 주변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외주화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외주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7조의 (2)에 의하면, “핵심적인 업무 또는 기관 본연의 업무에 대해서는 직접 수행하도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동 규정안에 따르면 모든 업무는 “핵심적 업무”와 “주변적 업무”로 나뉘어지고,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직접 고용하고 “주변 업무” 담당 근로자는 외주화를 통해 간접 고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업무”와 “주변 업무”를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나 방법 및 전문 인력이 우리사회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임금체계가 오랫동안 직무 분석에 기초한 직무급 체계가 아니라 직무 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연공급 체계였던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공공부문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직무 분석에 의한 핵심/주변 업무 구분을 하고 있지 않으며, 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 않다. 어떠한 업무를 외주화할 것인가에 대해 수천, 수억원의 외주 연구 용역을 준 경우라 할지라도 객관적 직무 분석에 의해 ‘주변 업무’와 ‘핵심 업무’를 분석, 구분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통념적으로 ‘주변’과 ‘핵심’을 구분할 뿐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철도공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통념에 기초한 주관적 판단에 의해 여성들이 주로 하는 업무는 단순한 주변 업무로 간주하여 외주화시키고, 남성들이 주로 하는 업무는 ‘핵심 업무’로 규정,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주변의 구분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특정 업무의 숙련도는 기술적 차원에서의 숙련 수준(technical skill) 보다는 사회적 통념에 기초한 숙련 개념(social skill)으로 판단된다는 점이다. 즉 그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숙련이나 기술 (기술적 숙련) 여부보다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핵심 업무 또는 주변 업무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 주로 하는 일은 그 일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실질적인 노하우나 기술, 숙련보다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단순 저숙련, 저부가가치 일이라고 규정되곤 한다. ‘여성의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일 같지도 않은 일’, ‘별다른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나 통념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로 저임금 근로자들이 하는 일들이 ‘주변 업무’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인력이 하는 일들이 ‘핵심 업무’로 판단될 것이다. 우리사회의 노동시장 구조를 볼 때 저학력 근로자, 여성 근로자, 고령 근로자, 그리고 장애를 가진 근로자군들이 저임금 근로자층을 이루고 있다. 이들 근로자군이 하는 일들이 단순 저부가가치 업무, 혹은 주변 업무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 규정안 제7조는 이들이 주로 담당하는 저임금 업무를 빠른 속도로 외주화하게 될 것이다.
동 규정안 제7조는 “시장임금보다 불합리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외주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마치 외주화된 인력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임금’ 수준은 지금과 같은 노동시장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에는 외주화된 인력의 임금 수준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공공부문 외주화 정책은 직접 고용된 인력과의 임금수준 및 제반 근로조건 상의 불합리한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한 예로,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3만여 직원 중 2005년 현재 평균 연봉이 7,400만원인 9,500여명의 3급이상 직원의 임금 상승률은 6.6%였던 것에 반해, 약 1,500여만원 연봉의 외주화된 KTX 400여 여승무원의 임금은 연 15% 정도 감소하는 상황에 있다. 외주 위탁 업체에 고용된 이들은 직접 고용 인력에 비해 승진이나 그에 따른 임금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면 연봉 7,400만원 이상의, 9,500여명에 달하는 상위직 직원의 임금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연봉 1,500만원의 400여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직접 고용된 인력에 비해 외주화로 간접 고용된 인력은 노동법 상의 보호에 있어서도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문제를 외주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이 갖는 문제의 하나는 외주화된 근로자는 직접 고용된 근로자에 비해 노동법 상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공공부문의 사용자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고도 외주화라는 형식을 통해 노동법 상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 상의 사업주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핵심’, ‘주변’ 업무의 구분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주변 업무’ 혹은 단순 반복 업무를 외주화하여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상위 고임금층의 인력 조정과 임금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동 규정에 따라 핵심 업무과 주변 업무를 구분하게 되는 주체는 주로 고임금층의 상위직이 될 것이며, 주변 업무로 외주화되는 근로자층은 저학력, 여성, 고령자, 그리고 장애를 가진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층이 될 것이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표될 이 규정안은 155만여 근로자가 일하는 총 10,198개 기관에서 저임금직 업무의 외주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핵심 근로자층과 주변 근로자층 간의 소득 격차로 인한 양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이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양극화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이중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은 노동시장의 주변적인 위치에 있는 ‘주변적’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그러한 ‘주변 노동자’와 ‘핵심 노동자’ 간의 근로 조건과 소득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의 제정 이유가 진정으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동 규정안의 제7조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공공부분의 저임금 직종의 외주화와 간접고용을 촉진할 동 규정안 제7조를 삭제할 것.
2. 상대적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의 격차를 줄이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공공부분 비정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연대임금 정책‘을 실시할 것.
3.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관련 훈령 마련 과정에 차별의 주 대상이 될 여성, 저학력, 고령 및 장애인 근로자층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수렴되는 과정을 거칠 것.
4. 현재 마련중인 규정안을 확정, 훈령으로 공표 이전에 동 규정안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양극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정책 영향 평가를 실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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