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제112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지난 달 27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식민 지배를 사죄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과오를 인정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통일된 의견이 아니기에 교과서에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28일 일본 외무성 장관은 ‘위안부’ 문제는 65년 한일 청구권협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기금을 전했지만 한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95년 총리 명의로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냈다며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4월 ‘위안부’ 문제를 단독 의제로 논하기로 했던 한일 국장급회의도 일본 정부의 추가 의제 협상안으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또한 얼마 전 일본 외무성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미 거부 의사를 표명한 지 오래인 민간기금 지급을 또 다시 제안했다.
잘못에 대한 공식 인정도 없이, 피해자의 침묵 속에 양국 정부끼리의 협상으로 ‘해결’될 문제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위안부’ 문제가 ‘인도적’ 보상이나 개별적 사과의 문제인가. 반인도적 전범 국가로서 역사적 진실과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위안부’ 문제가 진실과 정의, 평화의 문제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것도 들은 바 없다는 듯 저 간명한 진실에 눈을 가린 채 수십 년간 안팎의 눈치를 보며 정략적 제스처만 취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긴 시간동안 피해를 묵인하고 침묵을 강요했던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일본군‘위안부’생존자들은 2011년 헌법소원을 하였고, 헌법 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하였다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국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편찬하고, 평화의 가치를 군홧발로 짓밟고, 여성 폭력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여성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이해하고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하기보단, 외교적 협상안이나 정략적 전시물로 다루고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오늘로 수요시위는 1120차다. 한 용기 있는 여성이 강요된 침묵을 깨고 고통의 증언을 한 이래 23년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피해자들이 함께 일어나 싸웠고, 그 중 많은 분이 한을 풀지 못하고 영면했다.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절절히 사과를 다한다 해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한국 정부가 온 힘을 기울여 조치를 취한다 한들 이 오랜 한을 다 풀기엔 불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슬픔과 절망에 지지 않고 더욱 큰 힘과 바람을 모아 이곳 자랑스러운 평화로에 모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고통스럽게 진실을 밝혀 준 이가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때론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함께 슬픔을 견딜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이가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으로 쓰는 고통과 기억의 연대가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희망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오늘 1120차 수요시위에 모인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즉각 이행하라!
- 한국정부는 여성폭력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하에 ‘위안부’ 문제를 적극 책임지고 해결하라!
- 평화를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
2014년 4월 2일 제 112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여성민우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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