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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예인의 인권은 없는가? 최근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명 <백지영 비디오> 사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를 한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로 규정하며,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태도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며, 허락 없이 이 비디오를 유통 및 상업화한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촉구하는 바이다. 최근 또다시 한 여성과 남성이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시중에 유포되고 있으며, 온갖 스포츠 신문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의 각종 프로그램까지 앞다투어 '뉴스'라는 명목으로 비디오 장면까지 보도하고 있다. 비디오의 등장인물이라고 추정되는 여성 연예인 백지영씨는 '제2의 오양'처럼 순식간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음란물'을 찍은 포르노 배우가 되어 버렸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헤픈 여성'으로 온 국민 앞에 낙인 찍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는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이것은 한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며, 폭력이다! 이것은 분명 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테러행위이다. 누군가가 본인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것을 도둑질해서 상품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영 방송 매체를 비롯하여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공개한 가해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도덕적으로 매장하려한다는 점에서, 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로 인해 한 여성과 그 가족까지 끔직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다는 점에서, 한 개인에 대한 불특정 다수에 의한 테러이다. 둘째, 남성중심적인 성문화의 이중규범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여성 피해자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초점은 오직 피해자인 여성, 백씨에게로
맞추어지고 공개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연예인이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성의 성행위는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도 여전히 여성의 성을 도구화시키고 집단적으로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우리 사회 주류 성문화의 이중적인 성규범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여성 피해자는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비디오의 실제 등장인물이 백지영씨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백씨는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단죄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당당하게 성적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피해자인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일명 '백지영 비디오'에 관한
미디어 일반의 보도 태도에 강력히 항의하는 바이며, 경찰은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도둑질하여 유포시킨 행위자(최초의 공개자, 비디오의
상업적 유포자)를 철저히 적발하여 사법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2000년 11월 27일 (사) 한 국 여 성 민 우 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