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가 호프다!” 춘천여성민우회 활동가 채용을 위해 으쌰으쌰한 60일 간의 기록
😂 일일일
반상근 활동가가 퇴사한 2020년 이후 홀로 남은 상근 활동가의 삶은 그야말로 일, 일, 일이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이지만, 7시 퇴근이 보통이고 주말에는 주중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집으로 싸가지고 가서 몇 시간 씩 해놓아야 사무국이 돌아갔다. 회의, 회원 소모임과 행사, 재정 및 기금사업, 연대활동, 소식지 발행, 홈페이지와 SNS를 통한 활동 홍보, 신입회원과 그동안 후원해주신 분께 감사 인사 및 안부 전화하기, 후원금 사용 보고… 이밖에 지면상 다 쓸 수 없는 수없는 일이 춘천여성민우회의 일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터지는 여러 현안에 대한 대응까지! 대표인 소매가 한국여성민우회 본부와 지부가 함께하는 회의, 춘천 지역 내 연대 단위 회의, 이슈 파이팅 등을 최대한 함께 해주었고, 운영위원들도 바쁜 와중에 꼬박꼬박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3·8 여성의 날 행사 등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지만 그래도 일은 늘 쌓여있었다. 특히 50대 후반의 상근 활동가가 감당하기 가장 힘든 분야는 빨리 찍고, 빨리 쓰고, 빨리 올리는 것도 부족해 신박한 디자인으로 여러 사람 시선을 끌어야 하는 SNS 운영이었다. 지금은 홍보의 시대인데, 우리는 엄청난 활동을 하면서도 그만큼 어필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데 춘천여성민우회 구성원들이 동의했고 운영위원회에서 반상근 활동가를 채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우리의 ‘토끼’가 반상근 활동가로 함께하게 되었다. 🐰 토끼로 말할 것 같으면!
토끼는 2013, 14년 이미 우리 지부의 상근 활동가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후 청소년노동인권과 주민자치위원회 강사, 정당 활동, 춘천퀴어문화축제 ‘소양강퀴어’ 조직위 활동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활동가였다. 메가폰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춘천퀴어문화축제 행진을 이끈 명랑씩씩 다재다능한 토끼가 다시 춘천여성민우회에서 근무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문제는 인건비였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받는 대표, 최저시급을 받는 상근 활동가 1인 사무국인데도 매달 차곡차곡 적자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동가의 인건비를 당장 마련해야 했다. 반상근 활동가의 인건비를 당장 마련해야했다. 반상근 활동가 1년 인건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여 후원 행사 모금 목표를 1,200만원으로 잡았다. 😮 이것은 함바집인가 민우회인가
예로부터 춘천여성민우회가 자랑해온 전통 있는 후원 행사! 바로 후원 밥집이다. 후원 밥집의 메뉴 비빔밥은 재료비가 적게 들어 ‘마이 남는’ 메뉴였지만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전날부터 끓는 물에 그릇과 수저를 삶고, 비빔밤과 도토리묵 무침에 들어갈 각종 채소와 김치를 몇 명씩 달라붙어 손목이 시큰대도록 썰어놓아야 했고 당일 아침에는 그 모든 채소를 볶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계란을 부쳐야 했다. 고추장떡은 또 어떤가. 두 세 시간을 뜨거운 불 앞에서, 기름 냄새를 맡으며 얼굴이 벌개지도록 부쳐야 했다. 행사가 시작되면 각자 맡은 자리를 뜰 수 없어 밥을 짓고 밥을 푸고 틈틈이 설거지를 하느라 찾아온 손님도 제대로 맞지 못했다. 이것은 함바집인가, 민우회 행사인가 헛갈릴 정도로 민우회 행사로서의 정체성은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후원주점이었다. 거기에 소매의 아이디어로 회원 분께 귀한 작품을 후원받아 성사된 옥션, 광주여성민우회에서 팁을 얻은 상생상점*도 겸하기로 하였다. * 상생상점: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하여 후원 금액만큼 쿠폰을 발행하고, 후원자가 일정액을 지역 상점에서 물건으로 바꿔갈 수 있는 시스템 🎊 대성황
소매의 자연스런 진행, 토끼의 명랑하고 씩씩한 사회, 운영위원의 서빙으로 진행된 ‘민우가 호프(hof, hope)다!’는 대성황이었다. 테이블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니 후원자 분들도 한마디씩 하며 흥겨워했다. 운영위원과 소모임장의 소모임 소개도 있었다. 후원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니 예술제에서는 황명희 회원의 훌라춤, 여지영 회원의 신나는 공연, 김아영 회원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고, 중간 중간 정지민 회원의 저항시, 남궁순금 회원의 수필 낭독으로 민우회다움을 드러냈다. 김아영 회원의 그림, 김명숙 님의 공예 작품, 소매가 기증한 금강산 화첩 경매는 긴장되는 눈치 보기 끝에 최고가를 찍으며 낙찰되었다. 황수진 위원의 배우자가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추며 훈훈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결산도 훈훈했다. 목표액이었던 1,200만원보다 무려 200만원이나 많은 1,400만원의 후원금이 모인 것이다. 여러 회원과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목표액 달성, 회원 간 자매애 고취, 지역사회에 춘천여성민우회 홍보, 세 가지 목적을 다 이루었다. 이제 사무국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토끼가 SNS 운영과 소식지 발행, 기금 사업을 맡아주어 역할이 분담되었고 청년과 함께하는 활동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회원이 100명만 더 늘면 재정 사업 고민 안 하고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그건 너무 큰 야심일까?ㅎ |
“민우가 호프다!” 춘천여성민우회 활동가 채용을 위해 으쌰으쌰한 60일 간의 기록
😂 일일일
반상근 활동가가 퇴사한 2020년 이후 홀로 남은 상근 활동가의 삶은 그야말로 일, 일, 일이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이지만, 7시 퇴근이 보통이고 주말에는 주중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집으로 싸가지고 가서 몇 시간 씩 해놓아야 사무국이 돌아갔다. 회의, 회원 소모임과 행사, 재정 및 기금사업, 연대활동, 소식지 발행, 홈페이지와 SNS를 통한 활동 홍보, 신입회원과 그동안 후원해주신 분께 감사 인사 및 안부 전화하기, 후원금 사용 보고… 이밖에 지면상 다 쓸 수 없는 수없는 일이 춘천여성민우회의 일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터지는 여러 현안에 대한 대응까지!
대표인 소매가 한국여성민우회 본부와 지부가 함께하는 회의, 춘천 지역 내 연대 단위 회의, 이슈 파이팅 등을 최대한 함께 해주었고, 운영위원들도 바쁜 와중에 꼬박꼬박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3·8 여성의 날 행사 등에서 큰 역할을 해주었지만 그래도 일은 늘 쌓여있었다. 특히 50대 후반의 상근 활동가가 감당하기 가장 힘든 분야는 빨리 찍고, 빨리 쓰고, 빨리 올리는 것도 부족해 신박한 디자인으로 여러 사람 시선을 끌어야 하는 SNS 운영이었다. 지금은 홍보의 시대인데, 우리는 엄청난 활동을 하면서도 그만큼 어필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데 춘천여성민우회 구성원들이 동의했고 운영위원회에서 반상근 활동가를 채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우리의 ‘토끼’가 반상근 활동가로 함께하게 되었다.
🐰 토끼로 말할 것 같으면!
토끼는 2013, 14년 이미 우리 지부의 상근 활동가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후 청소년노동인권과 주민자치위원회 강사, 정당 활동, 춘천퀴어문화축제 ‘소양강퀴어’ 조직위 활동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활동가였다. 메가폰을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춘천퀴어문화축제 행진을 이끈 명랑씩씩 다재다능한 토끼가 다시 춘천여성민우회에서 근무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문제는 인건비였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받는 대표, 최저시급을 받는 상근 활동가 1인 사무국인데도 매달 차곡차곡 적자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동가의 인건비를 당장 마련해야 했다. 반상근 활동가의 인건비를 당장 마련해야했다. 반상근 활동가 1년 인건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여 후원 행사 모금 목표를 1,200만원으로 잡았다.
😮 이것은 함바집인가 민우회인가
예로부터 춘천여성민우회가 자랑해온 전통 있는 후원 행사! 바로 후원 밥집이다. 후원 밥집의 메뉴 비빔밥은 재료비가 적게 들어 ‘마이 남는’ 메뉴였지만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다. 전날부터 끓는 물에 그릇과 수저를 삶고, 비빔밤과 도토리묵 무침에 들어갈 각종 채소와 김치를 몇 명씩 달라붙어 손목이 시큰대도록 썰어놓아야 했고 당일 아침에는 그 모든 채소를 볶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계란을 부쳐야 했다. 고추장떡은 또 어떤가. 두 세 시간을 뜨거운 불 앞에서, 기름 냄새를 맡으며 얼굴이 벌개지도록 부쳐야 했다. 행사가 시작되면 각자 맡은 자리를 뜰 수 없어 밥을 짓고 밥을 푸고 틈틈이 설거지를 하느라 찾아온 손님도 제대로 맞지 못했다. 이것은 함바집인가, 민우회 행사인가 헛갈릴 정도로 민우회 행사로서의 정체성은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후원주점이었다. 거기에 소매의 아이디어로 회원 분께 귀한 작품을 후원받아 성사된 옥션, 광주여성민우회에서 팁을 얻은 상생상점*도 겸하기로 하였다.
* 상생상점: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하여 후원 금액만큼 쿠폰을 발행하고, 후원자가 일정액을 지역 상점에서 물건으로 바꿔갈 수 있는 시스템
🎊 대성황
소매의 자연스런 진행, 토끼의 명랑하고 씩씩한 사회, 운영위원의 서빙으로 진행된 ‘민우가 호프(hof, hope)다!’는 대성황이었다. 테이블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니 후원자 분들도 한마디씩 하며 흥겨워했다. 운영위원과 소모임장의 소모임 소개도 있었다. 후원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니 예술제에서는 황명희 회원의 훌라춤, 여지영 회원의 신나는 공연, 김아영 회원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고, 중간 중간 정지민 회원의 저항시, 남궁순금 회원의 수필 낭독으로 민우회다움을 드러냈다. 김아영 회원의 그림, 김명숙 님의 공예 작품, 소매가 기증한 금강산 화첩 경매는 긴장되는 눈치 보기 끝에 최고가를 찍으며 낙찰되었다. 황수진 위원의 배우자가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추며 훈훈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결산도 훈훈했다. 목표액이었던 1,200만원보다 무려 200만원이나 많은 1,400만원의 후원금이 모인 것이다. 여러 회원과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목표액 달성, 회원 간 자매애 고취, 지역사회에 춘천여성민우회 홍보, 세 가지 목적을 다 이루었다. 이제 사무국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토끼가 SNS 운영과 소식지 발행, 기금 사업을 맡아주어 역할이 분담되었고 청년과 함께하는 활동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회원이 100명만 더 늘면 재정 사업 고민 안 하고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그건 너무 큰 야심일까?ㅎ